정말 아무일도 없는 하루였다.
이렇다할 무언가가 아무것도 없는 백지 같은 하루.
커다란 이벤트를 원하긴커녕 난 조용한 하루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하루 전체를 놓고보면 난 우울한 편이다.
아무도 나에게 못되게 굴지 않았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안 좋다.
퇴근하고 와서도 혼자 아무 생각 없이 있는데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이유는 나도 정말 모르겠다.
업무는 잘 풀린 편이었다. 딱히 팀장님이 이거 왜 실수했니, 이거 이렇게 왜 했니, 수정해라 등등의 이야기도 아무것도 없었고 그 정반대였다.
그런데도 시간이 가면 갈수록 우울은 깊어졌다.
성취감이나 희망은 느껴지지 않았고
퇴근 후에 걸려오는 업무 전화에 다시 한번 마음이 괴로웠다.
전화를 안 받고 문자를 하니, 결국 카톡까지 이어졌다.
다행이 역에서 내릴 무렵 모든 건 끝나있었지만,
그렇게 집에 와서 눈물이 흘렀다.
잘못된게 없는데, 슬플일도 없는데,
배고프지도 않고 그렇게 덥지도 않고,
그런 하루인데 난 슬픈 상태다.
그렇게 즐거울만한게 없다.
사는게 원래 그렇지라는건 나도 잘 안다.
근데 굳이 이렇게, 계속 살아야할까 싶다.
누가보면 모든 걸 내려놓은 우울증 환자인가 싶겠지만 나는 항상 생각한다. 언제까지 이 짓거리를 하면서 살아야할까.
더 무서운 생각도 자주한다.
왜냐하면 나는 동물 보는 거랑 남편한테 애정 느끼는 거랑 맛있는 커피 마시는 것 외에는 행복을 못 느끼기 때문이다.
집에만 있으면 답답해하고 회사에 나와있으면 그것도 불편해하는 인간인데, 어떻게 몇십년을 더 살아내야할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