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첫날, 금요일
고심 끝에 프랑스 영화 '다가오는 것들'을 보았다.
철학교사인 여주인공은 25년을 함께한 남편이 다른 사람과 살겠다는 선언을 듣는다.
한때 너무나도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던 어머니는 점점 무너져가다 죽음을 맞이한다.
그녀가 남긴 고양이도 결국엔 그녀 자신이 사랑했던 제자에게 넘긴다.
그렇게 그녀는 자신의 딸이 낳은 아기를 안은 채 노래를 부르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우리는, 예고치 않게 '다가오는 것들'을 맞이한다.
나에게 이번 한 주는 특히나 그랬다.
지난주 토요일 함께 여행을 떠났던 사람과 이별을 하였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같은 팀 동기는 나와 함께 받은 수습 평가 점수에 대해 자신의 사수에게 불만을 토로했고
그 과장님은 내 사수에게 나에 대한 안좋은 소문과 더불어 평가가 공정치 못하다느니 어떻다느니 했다더라.
그 사이 나는 또 한번 넘어져서 무릎에 상처가 생겼다.
사이사이 여전히 나는 일을 했고 사람을 만났고 술을 마셨고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풀리지 않는 것들 덕택에 새벽 내내 뜬눈으로 밤을 지새기도 했다.
그렇게 거칠고 길고 길었던 한 주를 마무리 짓고 나는 휴일 첫날
다가오는 것들이란 영화를 보며 바게트를 먹었고 커피를 들이켰다.
내 사람이라 할 수 있는 사람들과 통화를 했고 이제 남은 건 정리하는 것뿐이다.
잠시 템플 스테이를 갈까 혼자 여행을 갈까 생각도 했지만 지금은 내 방 침대가 제일이다.
눈이 따갑지 않을 정도로 비춰오는 햇빛과 고요한 집에서 숨 쉬는 이 순간이 제일 좋다.
못 읽었던 책을 읽고 그냥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지내는 게 가장 좋을 듯하다.
이렇게 길고 긴 구정 연휴를 시작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