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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스락 Jan 01. 2024

언제 이렇게 컸니? 초등학교 졸업식!

23년 12월 29일

"엄마 나는 아빠를 80% 엄마는 20% 닮았어"

"엄마 더 닮았지, 왜 아빠를 더 닮았다고 해"

"엄마는 나보다 착해, 나는 아빠 성향이 더 강한 것 같아"


때론 친구 같고 언니 같지만, 여전히 내 품을 제일 좋아하는 금지옥엽 사랑스러운 딸.

아침부터 설레는 마음으로 분주하다. 아이의 손을 잡고 긴장한 마음으로 입학식을 했던 기억이 생생한데

졸업식이라니 며칠 전부터 오늘을 기다렸다.


잠시 딸에게 편지를 쓰려다 오래전 일기를 들춰본다.




☆ 2015년 5월 19일 (10년 후에도)

여행은 즐거우나, 돌아오는 차 안은 버겁다

두 아이는 엄마 손이라도 잡아야 하고 엄마 어깨라도 만져야 잠을 자고 마음의 평온을 찾는다.

다섯 살 딸, 세 살 아들.

아이들의 일상은 새벽쯤 눈을 뜨면서 시작, 여행지에서도 어김없이 새벽 6시쯤이면 엄마를 찾고

감긴 내 눈을 고사리 같은 두 손을 이용해 강제로 번쩍 뜨게 한다.


그렇게 시작한 3박 4일 여행 마지막 날... 서울로 향하는 차 안은 전쟁이다.

"않아, 위험해"~~ 목소리는 점점 커져가는데... 세 살 아들 전혀 말이 통하지 않는다.

몇 번 소리를 지르다 지쳐 혼자 중얼거렸다.

'그래, 앞으로 몇 년 후면 엄마가 필요 없을 테니까'

"엄마, 난 10년 후에도 엄마가 많이 필요할 거야" (별님이가 내 중얼걸림에 답을 한다)

답을 원하지 않았지만, 천사 같은 딸이 나를 위로한다.

"고마워~~ 딸... 엄마도 10년 후에도 네가 필요해"


☆ 2015년 6월 26일

엄마.. 이건 웨딩드레스야.. 난 아빠랑 결혼할래.    

이렇게  해맑은 아이들이 날 웃음 짓게 한다..

엄마가 될 수 있게 도와주고 다독여 주고 부모가 되는 과정을 알려주는 세상 사랑스러운 딸

별님이가 그린 웨딩퍼레이드... 우리 부부를 웃고 울게 하는 마법 같은 천사

" 엄마 난 아빠랑 결혼할래"

"아빤  엄마 꺼야"~~~


☆ 2015년 11월 19일

때 아니 모기가 요즘 기승이다..

모기장 없이 잠을 자면 아침에 아이들 얼굴은 여기저기 부풀어 올라와 있다.

"이놈의 모기가 자꾸 어디로 들어오는 거야"

"엄마"

"바람이 날씬해서 문틈으로 들어오잖아... 그때 모기도 들어오는 거야"

"바람이 아주 날씬한가 봐~~ 그래서 모기가 같이 들어오는구나!"

"그럼!!  엄만, 그것도 몰랐어"...

그래 엄마도 너처럼 맑은 눈으로 세상을 들여다봐야겠다. ^^



☆ 2016년 11월 24일 (처음으로 앞니 뽑은 날)

 주말부터 이빨이 아프다며.. 앞뒤로 흔들흔들...

엉엉~~ 갑자기 밥을 삼키면서 울기 시작한다.

보아하니 이빨이 빠지기 직전 같은데... 귀염둥이 밥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맛나게 먹는다.

... 피도 나는 것 같은데, 눈물 뚝뚝 흘리면서도 야무지게 밥 한 공기 뚝딱 비운다.

내 딸이지만 진짜 귀엽다... 아픔에 얼굴을 잔뜩 찡그리며, 입안에 밥을 오물거리는 표정 잊을 수가 없다.


처음으로 딸아이 이 뽑기에 도전하는 아빠. 긴장 탓 인지 손이 자꾸 떨린다.

빨간 실을 이빨에 돌돌 감고 준비하는데, 아이 겁을 달래주려 옆에서 노래를 부르며 정신을 산만하게 한다.

지금부터 엄마랑 피자 만들 건데.. 엄마는 버섯을 넣을 거야.

별님이는?

어 나나.. 나는 햄.. 엄마 무서워!!

아니야 피자 만드는 생각을 하는 거야 우리는 그렇게 몇 마디 왔다 갔다 했는데..

뽑혔다...!! 눈 깜짝할 사이... 별님이 앞니는 사라지고 없었다.

감동적인 순간이 무사히 지나갔다.

뽑힌 이 사이로 혀를 낼름 거리는 별님이를 귀엽다고 했더니.

"엄마는 정말 내가 너무 귀여운가 봐... 자꾸자꾸 나보고 귀엽다고 해..."

정말 귀여워서 그래 ^^

사랑하는 우리 딸 이렇게 또 하루만큼 성장한다.


☆ 2017년 3월 7일 (가슴 아프고.. 힘겨웠던 아침)

사랑하는 우리 딸.

아침에 놀란 가슴 애써 감싸 안고 유치원에 갔다.

함박 웃으면 노란 버스를 깡충 타야 하는데

무겁고 힘 빠진 신발 신고 엄마 기분 살피며, 동생 기분 살피며 그렇게 손 흔들며, 하루를 시작한다.

너에게 힘겨운 하루를 시작하게 해서 미안해.

힘겨운 아침 기분은 잊어버리고, 밝은 모습으로 웃는 하루가 되길 바란다.

누구보다 너를 사랑해 (아들 때문에 화를 심하게 냈던 날)



☆ 2017년 9월 11일 (엄마가 더 사랑해)

엄마 시간은 바쁜 일상으로 정지 상태였나 봐..

그동안 딸은 몰라보게 성장했다

생각도 여물고 키도, 몸무게도, 그리고 질투심도 날로 자라고 있다.

착하고 여리던 별님이는 요즘 엄마 사랑을 끊임없이 확인한다.

내가 아주 부족한지, 표현 서툰 엄마가 불만인지

노력해야지 하면서 못하는 엄마가 미울 텐데 언제나 먼저 다가와

나를 안아주고 뽀뽀해 주고 먼저 사랑한다는 말을 전한다

오늘은 엄마가 먼저 사랑한다는 말과 찐한 뽀뽀 건네줄게 ^^





별님이(애칭)는 동생에게 엄마의 손길을 양보하는 착한 딸.

동생 때문에 서운하고 속상하고 화날 때도 많을 텐데 언제나 당차고 쿨하게 괜찮다고 한다.

그 모습이 더 마음 쓰여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 살짝 눈물이 맺힌다.


그런 별님이가 씩씩하게 졸업하는 날

부랴부랴 준비해서 왔지만, 강당은 벌써 빈자리가 없다. 저만치서 상기된 얼굴로 별님이가 손짓한다.

부모님 중 한명만 졸업생 옆에 앉아야 해서 아빠는 뒤에 서서 지켜봐야 했다.

"빨리 왔는데 자리가 없네, 아빠는 뒤에 있어"

아빠를 찾는 별님이에게 아빠 위치를 알려주고 조곤조곤 속삭이는 별님이 이야기에 귀 기울린다.

긴장했는지 조잘조잘 이야기꽃을 피운다. 


졸업식 내내 환하게 웃던 아이는 모든 행사가 끝났다는 선생님 말씀을 듣자마자 아빠를 찾아가 안기며 

훌쩍인다. 그런 딸을 품에 안고 남편도 눈시울을 붉힌다.


똑 닮은 부녀는 한참을 안고 있더니, 쿨 하게 밥 먹으로 가잔다. 


딸에게 건강하고 씩씩하게 잘 자라줘서 고맙다고 여전히 사랑스러운 너를 많이 사랑한다고 전하고 싶다.

딸이 원하는 곳에서 딸이 원하는 음식을 먹고 오롯이 딸을 위한 시간을 보냈다.

그동안 양보하느라 포기했던 마음을 실컷 표출 하고 어리광 부리며 사랑받은 날로 만들어 주고 싶었다.


초등학교 졸업하고 나니 기분이 어때? 그냥 그래

하고 싶은 거 있어? 아니 엄마는 하고 싶은 거 있어?

어디 가고 싶은데, 있어? 딱히

친구들이랑 놀래? 아니

받고 싶은 선물 있어? 아니, 엄마는 주고 싶은 선물 있어?


우리 별님이는 요즘 단답형에 뼈져 있지만, 그래도 딱히 밉지가 않다.


앞으로 더 기대되는 멋진 딸~~ 엄마, 아빠는 너로 인해 참 많이 웃고 행복하게 살고 있단다.

지금처럼 건강하고 밝게 쭉 가자~~


2023년 12월 29일 초등학교 졸업식


한 줄 요약 : 부모는 끝없이 배우고 성장하고 인내해야 하지만, 값진 행복이기에 오늘도 감사하다.



 


#라이트라이팅#라라크루#졸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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