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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스락 Jan 08. 2024

함박눈이 준 선물

웃음, 추억, 감사

눈이 내리는 만큼 행복이 쌓였다.

온 세상이 하얀 눈으로 순백의 멋을 뽐내고, 그 위로 아이들 웃음소리가 채워진다.

'23년 12월 30일 한해를 밋밋하게 보낼까 봐 하늘에서 하얀 선물을 '펑펑' 내려줬다.

아이보다 더 신난 엄마는 장갑과 모자를 야무지게 챙겨서 눈밭을 데루르르...


백설기 같은 뽀송한 눈밭에서 한참을 뒹굴고 깔깔거렸다.

자기보다 큰 눈사람을 만들겠다며 눈 뭉치를 굴리고 굴리면서 끙끙거리는 아들.

쌓인 눈 위를 신나게 뛰어다니는 딸.

벌러덩 눈 위에 누워 하늘을 보니 눈가루가 얼굴에 빛이 되어 내린다.

간질간질 시원한 촉감에 살그머니 눈을 감는다.

해가 지기 전까지 우리는 온 힘을 다해 눈과 하나가 되어 놀았다.

잊지 못할 '23년 12월 30일 함박눈만큼 환하고, 시원하게 웃는 하루였다.



'24년 1월 6일

늦은 시간 집을 나섰다.

새색시처럼 아무도 모르게 함박눈이 살포시 내리고 있었다.

가로등 불빛 아래  쏟아지는 별빛에 춤추는 발레리나가 되어 본다.

아이들이 많이 어렸던 날, 하얀 가루가 어둠을 대낮처럼 밝혀주던 그날도 이렇게 함박눈이 내렸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아빠는 큰아이 옷을 입히고 나는 작은 아이를 품에 안고 밖으로 나왔다.


큰아이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하얀 눈을 입안 가득 담아보려 '폴짝' '폴짝' 뛰어다녔다.

눈을 모르는 작은 아이는 내 품에서 졸린 눈을 꿈벅거리며 차가운 눈이 얼굴에 닿으면 깜짝 놀라

눈을 떴다가 다시 스르르 내려앉는 눈꺼풀에 찡그린 얼굴.

졸음이 가득한 눈으로 눈을 마주치던 작은아이의 숨결이 여전히 느껴지는 듯하다.


한참 눈 구경 후 카페에 들어가 시원한 맥주 한잔을 했던 그날. 어제 일처럼 생생하고 행복하다.


문득 이런 순간을 함께 하는 사람이 옆에 있음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

어리광 부리고 떼쓰는 엄마를 귀엽다고 웃어주는 착한 딸

엄마가 원하니까 놀아주겠다는 새침한 아들

큰딸을 씩씩하게 키우고 있다는 남편


첫걸음을 시작했던 딸이 눈을 보며 '폴짝' 거렸던 그날도

눈밭에서 양말까지 젖어 온몸이 꽁꽁 얼었던 며칠 전 그날도

남편과 가벼운 데이트를 즐겼던 오늘도

함박눈이 함께였다. 선물 같은 웃음은 추억을 안겨준다.





한 줄 요약 : 소소한 하루하루가 소중한 기억이 되고 함께한 사람이 소중한 사람이 된다.



#라이트라이팅#라라크루#함박눈#글 쓰는 친구들#웃음#추억#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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