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스락 Feb 09. 2024

핸드폰은 사라지고 그리움만 쌓이네.

라라크루 화요갑분 (2024.02.06)

또, 전화 안 받는다. 부재중 전화가 몇 통 찍혔는지 봐봐

남편에게 항상 듣는 말. 이제는 미안하다는 말도 하지 못하고 꿀컥 삼켜버린다. 참 한결같은 못된 버릇. 남편의 볼멘소리 전화 좀 받아~ 핸드폰은 나에게 들고 다니는 전화기 가끔 그 역할마저 해내지 못해 주위 사람들 애를 태운다.


연애 시절 연락을 자주 했던 남편은 점점 연락 횟수가 줄어들었고 지금은 포기하고 잘살고 있구나! 했는데 남편과 떨어져 있으니, 빈자리가 여기저기 불쑥불쑥 얼굴을 내민다. 이제 내가 바뀔 때가 된 것 같다.





출근하려는데 핸드폰이 사라졌다.

아, 충전 (퇴근하면 패대기치는 가방에서 핸드폰을 찾아 충전 해주던 사람이 없다)

전화벨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업무에 방해되어 항상 무음인 내 핸드폰, 전화벨 소리가 뭐더라?)

남편은 무음을 너무 싫어한다 ㅋㅋ 그래서 꼭 진동이나 소리로 바꿔주는데 왜 소리가 안들리지


애태우는 핸드폰은 보이지 않고 속상함에 찔끔찔끔 주책맞은 눈물이 흘러내린다.

며칠째 쌓인 서러움에 핸드폰 찾던 손을 멈추고 멍하니 주의를 둘러본다. 식탁, 소파, TV, 냉장고, 정수기 다 그 자리에 있는데 핸드폰만 없다. 망할 핸드폰이 아침부터 나를 울린다.

어제부터 마음이 속상하다고 아우성치는데 무시하고 할 일만 하고 있다. 괜찮을 거로 생각했고, 문제없을 거라 자신했었다. 남편 지방 내려간 지 고작 한 달인데 그게 힘든 거야, 다 핸드폰 때문이야.....


아직은 어린아이들 엄마 없는 아침에 스스로 일어나 끼니를 해결하는 게 대견하지만, 퇴근 후 쌓여있는 설거지와 빨랫감을 보면 잠깐 '욱' 그분이 왔다 간다. 부랴부랴 청소하고 저녁하고 내일 아이들 먹을 반찬과 국을 준비하다 보면 시간은 저만치 도망쳐 버리고 야속하게 체력도 점점 본색을 드러낸다.


'나 방전이야~~' (핸드폰처럼 급속충전 안 되겠니?)


생각해 보니 어제 아이들 저녁 먹는 동안 확인하지 못했던 라라소식을 읽다가 잠이 들었고, 아들이 아빠 전화 왔다고 깨웠지만 일어나지 못했다. 그대로 기절하듯 잠이 들었는데, 핸드폰은 어디에 있는걸까?


시간이 나의 숙면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마음속에 새겨둔 계획들도 숙면과 함께 사라져 버렸다.

지친 육체는 회복됐지만, 그 시간을 채워 줄 주인들은 길을 잃어버렸다.

하나를 잃으니 하나를 얻는 건가?  

그나저나 핸드폰은 어디에 있는걸까?


전화기 너머 통화 연결음만 들릴 뿐 전화벨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아차! 내 전화벨 소리는 '무음' 새벽부터 꼭꼭 숨어버린 핸드폰 찾아 이방 저방 조용히 수색하는데 결국 아들이 깨고 말았다. '더 자도 돼, 아직 새벽이야'

"엄마 수영 안 갔어?" "응 못 갔어, 핸드폰 찾고 있어"


"엄마, 내가 충전해 뒀어, 거실 TV 옆에 있는데" 눈을 비비며 잠이 덜 깬 상태로 휘청휘청 거실로 향하더니 핸드폰을 챙겨 온다. 망할 핸드폰이 그제야 눈앞에 나타났다.

"어제 아빠가 엄마 잠들었다고 하니까, 엄마 핸드폰 충전하라고 했어! 엄마 또 그냥 갈 거라고"

아들을 꼭 껴안고 숨을 크게 몰아쉬는데 또 한 번 눈물이 또르르 흘러내린다.

"엄마 갈게, 얼른 더 자"

부랴부랴 핸드폰 챙겨 들고 수영장으로 향했다. (수영이라도 해야지 근본 없는 그리움 싹둑!)


핸드폰의 쓰임이 바뀌면서 일상이 조금씩 다채로워졌다.

전화만 받던 핸드폰이 그 동안 너의 홀대에 서운했다며, 새벽달을 찍고, 눈으로만 보던 음식 사진을 찍고, 스쳐 지나쳤던 순간들을 메모장에 기록하고, 글을 읽고 카톡에 댓글을 달고 나의 일상을 공유하고 있다. 하루가 장난감 같은 핸드폰 안에서 활기를 찾고 있다.

핸드폰의 변신 '추억 남기기'



한 줄 요약 : 핸드폰 충전, 무음 해제 앞으로 핸드폰과 친해져서 새벽 달의 소리를 담아 보련다.


 

#라이트라이팅#라라크루#화요갑분#핸드폰#



 


 














  












매거진의 이전글 식탁 위 고양이 한마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