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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스락 Feb 26. 2024

25시 순댓국, 고기만~

새벽 나들이는 구수한 향기를 타고~

순댓국 어때?

잠자리 들기 전 남편의 한마디에 아이들은 벼락이라도 맞은 뜻 벌떡 일어나 옷을 갈아입고, 이미 이불속에서 쉬고 있던 내 몸뚱이도 이불킥을 날리며 빛의 속도로 옷을 입고 앞장서 신발을 신는다.


아이들이 유난히 좋아하는 순댓국, 순댓국에 고기만을 외치는 남편과 아이들

순댓국이 좋은 이유, 먹고 싶을 때 언제든지 먹을 수 있다. 고건 바로 집 근처 24시 순댓국집이 상시 대기 중이며, 뽀얀 국물에 칼칼한 깍두기 국물이 더해지면 생각만으로 군침 도는 아는 맛이 무섭다는 그 맛.


쌀쌀한 밤공기와 휘영청 달이 무색하게 재촉하는 발걸음에서 피어나는 웃음소리는 조용한 밤거리를 채운다.

쉿! 조용히 해, 지금 12시가 넘었어. 새벽 목소리는 담을 타고 넘어가 누군가에게는 소음이 될 수 있어. 쉿!


아이들은 고체 이유식을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발알을 순댓국에 흥건히 말아 먹였다.

고소한 국물에 쫄깃한 고기 맛은 알려주지 않아도 아이들 별미가 되어 버렸다.


자정이 넘었지만, 손님이 가득한 곳, 왁자지껄 여기저기 이야기 소리에 식당은 낮보다 활기차다. 그곳에 우리 아이들 목청도 한몫한다. 여기요~ 엄마 나는 고기 많이, 엄마 나는 수육도 먹고 싶어. 엄마~~ 그래 알았어.



남편과 아이들은 순댓국 고기만을 외친다. 어느 때보다 반짝이는 눈동자로 서로를 바라본다.

빨리 나와라~~ 내 맘 알지. 맛있겠다. 그래. 그래 


남편은 깍두기 국물을 부어 얼큰하게 한 사발

별님이는 하얀 밥을 순댓국에 넣고 깍두기 얹어 크게 한입

아들은 새우젓 국물만 한 숟가락 떠서 순댓국에 풍덩 (짜~~ 짜다고 아빠의 한마디, 그만 오늘은 그만)

엄마는 순댓국엔 들깻가루지~ 고소한 들깻가루를 한 스푼, 두 스푼 가득 넣어 휘리릭


각자 다른 입맛으로 순댓국을 즐기지만, 얼굴 가득 뿜어져 나오는 미소는 똑 닮았다.


새벽 동이 트기 전 우리는 따뜻하고 풍요로운 포만감을 느끼며 집으로 향한다.

새벽길을 나란히 걸으며, 오늘 먹은 순댓국 고기가 고소했네, 쫄깃했네, 맛 평가를 하고 새벽하늘에 떠 있는 별자리 이야기를 나누며, 골목길 여기저기에 우리 가족 이야기를 채워 넣는다.


집에 돌아온 우리는 자연스럽게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 미뤄뒀던 달콤한 잠을 청한다.





다음 날 아침이 되면 달덩이들이 식탁 앞에 앉아, 볼멘소리한다.

아빠 때문에 어제 또 폭식했잖아, 아 다이어트 잘하고 있었는데,

뭐야, 맛있게 먹었으면서, 딸 네가 제일 좋아했어, 아주 민첩하게 움직이던데 (놀리는 아빠에게 찌릿 눈빛 발사하는 딸)


여보, 나 입맛이 없어. 더 잘래 술도 안 깼어.

엄마! 술 마시지 말라니까, 내가 어제 엄마 술 마실 때부터 오늘 늦잠 잘 거라 생각했어.


아들, 순댓국에 어떻게 술을 안 마셔, 그건 예의가 아니지, 그리고 엄마 많이 안 마셨어 피곤해서 그래, 더 자고 싶어. 뭐야 9시도 안 됐잖아 ㅜㅜ 깨우지 마!


그렇게 복작복작 순댓국은 25시간이 지나도록 우리 집에 활기찬 에너지를 넣어준다.


유난히 새벽 순댓국을 좋아하는 남편과 아이들에게 금요일은 더 기다려지는 행복한 날이다. 오늘도 우리는 아빠 마중을 핑계로 순댓국 한 사발을 원샷하고 들어왔다.


수육과 고소한 순대, 보승회관



한 줄 요약 : 24시 순댓국에 추억을 쌓고, 맑은 순댓국을 보면 쫄깃한 오늘을 기억하겠지.




#라라크루#라이트라이팅#보승회관#순댓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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