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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스락 Mar 18. 2024

중학생 학부모 면담을 다녀오다

소중한 아이

봄이 왔다는 설렘에 한껏 치장하고 스커트에 얇은 재킷 하나만 걸치고 가볍게 집을 나섰다. 하지만, 밖은 아직 차가운 공기가 가득하다. 폐부까지 파고드는 찬 공기에 얇은 재킷 깃을 세워봤지만 이빨까지 으스스 떨게 하는 추위는 온몸을 응축시킨다.


그랬다. 몇 주 동안 꽁꽁 얼어붙은 몸으로 분주했다. 아침부터 '톡' '톡' 알림 메시지가 여러 번 울렸지만, 겉눈짖 뿐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 한참 후 "오늘 오후 3시 면담 가능하시죠?" 별님이 학교 담임선생님 메시지를 확인하고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앗! 오늘은 중학생이 된 별님이의 진로상담과 학교 담임선생님 면담이 있는 날이었다. 그제야 정신을 놓고 있는 내가 느껴졌다.


조급함에 맥박은 빨라졌고, 비엔나 소시지처럼 역여 있는 업무에 숨이 막혀왔다. 하지만, 면담이 먼저라 생각하고 급하게 가방을 챙겨 학교로 향했다.


아직은 차가운 날씨지만 여기저기 봄의 전령들이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정신 줄 챙기며 살자고 하면서도, 회사만 오면 정신을 놓아버린다. 놓지 마! 정신줄을 외치며 요즘 별님이의 행동과 말투 감정선을 따라가 본다.





1. 진로상담 선생님


"어머님 궁금한 사항 있을까요?"

"혹시 제가 놓치고 있는 게 있을까 염려가 됩니다"

"요즘 많이 예민하고 힘들어하는데 딱히 해 줄 수 있는 게 없어서 믿고 기다려 주고 있지만, 이러다 정말 챙겨줘야 할 것들을 놓치고 후회할까 봐 그게 걱정입니다"

그렇게 이어진 대화는 40분을 훌쩍 넘겼고, 상담 선생님의 결론은 관심 있는 분야가 있는 게 다행이라며 지금처럼 믿고 기다려 주면서 안정적인 바운더리를 만들어 주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주셨다.


선생님과 대화는 오히려 내 마음의 평화를 가져왔다. 어쩌면 새로운 시작에 아이보다 내가 더 긴장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잘 챙겨주지 못한 미안함은 그렇게 나를 초조하게 만들었다. 생각만 하는 작은 계획들을 조금씩 실천하면서 별님 이와의 친밀감에 금이 가지 않도록 더 세심하게 신경 써야겠다.



2. 담임 선생님 면담


"어머니 이렇게 직접 안 오셔도 되는데, 오셨네요"

"아, 아이만 선생님께 맡기고 찾아뵙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왔습니다"

"바쁘실 텐데, 이리 오세요"


나이가 꽤 많아 보인 선생님은 인자하고 기품 있어 보였다. 선생님은 먼저 별님이 와 면담을 끝낸 상태였고 학교생활 적응을 잘하고 있다며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다고 말씀해 주셨다.


일단, 중학교는 친구 관계가 제일 중요한데 다행히 별님이는 친구들과 잘 사귀고 있다는 말씀과 밝고 성실한 아이 같다고 칭찬을 해주셨다.


선생님 말씀을 듣고 나니 별님이가 기특하게 느껴졌다. 힘들어 지쳐 잠든 모습이 안타까웠는데 잘 적응하고 있다고 하니 걱정했던 마음이 놓였다. 대화가 마무리될 때쯤 선생님 마지막 말씀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별님이가 존경하는 사람은 부모님이라고 합니다"

"엄마와의 친밀도 상, 아빠와의 친밀도 중, 별님이가 쓴 글을 보니 화목한 가정 맞네요"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어머님"


목구멍이 꽉 막혀 담임선생님께 목례만 겨우 하고 나오는데, 뿌듯함이라고 해야 할까 정확히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지만, 어제의 나에게, 그동안의 나에게 잘했다고 스스로 칭찬하고 싶었다. 마땅히 존경한 인물이 없어부모님이라고 썼을 거라는 생각이 마음 한편에 들기도 했지만, 뿌듯함과 대견함 감동이 그 위에 있었다.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상담 이야기를 하는데 주책맞게 목이 메어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딸, 너는 나에게 또 한 번의 용기와 희망을 주는구나! 고맙다~


한 줄 요약 : 내 인생의 선물 같았던 아이가 어느새 내 인생의 빛이 되어 간다.



#라이트라이팅#라라크루#중학교#학부모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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