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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스락 May 19. 2024

119안전센터입니다.

감사하고 싶은 날

오늘은 수영 레슨이 있는 날, 새벽반 친구들과(나아와 상관없이 친구) 다이빙 개별 레슨을 받기 위해 한 달 전 예약을 했었다. 실처럼 따라다니는 남편은 오늘 특별 강사로 초대받아 동행하기로 했다. 보다 들뜬 남편과 생애 100m 완주를 꿈꾸고 있는 나는 설레어 잠도 제대로 못 잤다.


정신 줄은 항상 중요할 때 가출한다.

미리 챙겨 두었던 수영복을 들고 수영장으로 직진. 넓은 50m 길이의 수영장 그리고 스타트대를 직접 보고 나니 설레는 마음이 주체가 되지 않았다. 스르륵 폭포수처럼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을까?

아뿔싸! 수경을 안 챙겼다. 눈 감고 수영할 수도 없고, 눈 부릅뜨고 수영할 수도 없는 일, 할 수 없이 나는 수영복 위에 옷을 챙겨 입고 물귀신처럼 물을 줄줄 흘리며 수경을 구하러 갔다.


새벽을 함께 달리는 수영 친구들의 상기된 얼굴에는 기대감과 흥분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풍덩' 수영장으로 들어갔고 코치를 자처한 상급반 회장님을 통해 그동안 몰랐던 자세 교정을 배웠고 물을 가르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스킬을 꼼꼼히 새겨 들었다.


두둥 그리고 시작된 스타트 연습, 스타트대에 올라가는 과정은 처음 배밀이를 하다 불안불안하게 일어서서 두 발 서기와 같았다. 한 발을 떼야 하는 위태로운 상황에서 주먹을 불끈 쥐게 하는 긴장감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힘겹게 두 발로 섰다가 다시 주저앉느냐, 한 발을 떼느냐 찰나의 순간 나는 스타트대에 오르기로 했다. 앞에 펼쳐진 수영장은 마치 미지의 세계로 이어지는 입구 같았고 그곳을 향해 수웅 날아올랐다. 짧은 순간 하늘을 향해 튕겨 오르던 몸은 수영장 깊숙이 파고든다. 짜릿한 전율이 가시기도 전에 다시 스타트대에 오른다.

생각은 사라지고 오직 한 가지 행위에 집중한다.


오른다.

뛰어오른다.


처음 겪어보는 심장의 콩닥거림과 설렘은 수영을 마치고 식사하는 과정에서 더 살아 움직였다. 다들 포기할 거로 생각했으나 모두 진심으로 즐기는 시간이었고 성취감으로 이어진 넋두리에 웃음꽃이 만개하던 그 순간 걸려 온 전화 119안전센터입니다.


119안전센터에서 전화가 올 일이 없는데 의아한 생각으로 전화를 받았다.

OO 학생 부모님 되시나요? 119안전센터 구조대원입니다. 심장은 좀 전과는 다른 이유로 뛰기 시작한다.

"네 OO 학생 엄마입니다." "아이한테 무슨 일 생겼나요?"

"너무 놀라진 마세요. 자전거에서 넘어져서 다쳤는데 꿰매어야 할 상황이라 근처 응급실로 이동 중입니다"

"아이 말로는 지금 부모님 수영 중이라 연락이 안 될 거라 했는데 받으시네요. 천천히 병원으로 오시면 됩니다. 급하게 서둘지 마시고 조심해서 오세요" (급하게 오지 말라고 몇 번을 강조하고 당부했는지 모른다.)


"금방 갈께요. 혹시 심하게 다쳤나요?"

"크게 다치건 아닌데 그래도 상처가 깊어서 병원을 가긴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전화를 끊고 한참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까 봐 남편에게 조용히 자리를 떠야 할 것 같다고 손짓 했다. 집에 일이 있어 먼저 가보겠다는 인사를 하고 남편에게 상황 설명 후 병원으로 향했다.


자전거를 타고 왜 거기까지 갔을까 생각해 보니 햄버거가 먹고 싶다고 먹어도 좋다고 했던 기억이 났다.

휴, 근처에서 사 먹을 줄 알았는데 다른 곳으로 향해 가던 중 사고가 난 것 같다.



병원 응급실에 조용히 누워 있는 아들은 생각보다 안정적인 상태였다. 왼쪽 발목과 침대는 이미 빨간 피에 젖어 있었다. 깊은 상처 꿰매야 하는 상황, 손가락 골절로 한동안 고생했는데 이번에는 발목이라니, 휴 잠시도 몸을 가만히 두지 않는 아들은 얼굴을 보고서야 눈물이 나는지 고개를 돌려 베개에 얼굴을 묻는다. 누굴 닮아 이러누!! 살포시 아들 손을 잡고 괜찮냐고 물으니 "나 때문에 수영 하고 거야"하고 묻는다. 와중에 엄마 아빠 수영 걱정이라니, 마무리하고 왔다고 하니 그제야 안심하는 눈치. 그때의 상황을 토해내듯 빠르게 설명한다.


건널목을 건너고 있는데 누군가 호루라기를 불었고 그 소리에 놀라 중심을 잃고 넘어졌는데, 지나가던 킥보드에 부딪혀 발목을 다쳤다고 한다. 아들 발목에 임시로 묶어둔 붕대를 풀어보니 선홍빛 붉은 살 사이로 하얀 뼈가 그대로 보였다. 심한 통증이 온몸으로 전해졌다.


"처음에는 엄청 아팠는데, 지금은 참을만해요. 근데 꿰맬 때 아플 것 같아서 긴장돼"

온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는 아들을 달래며 마취 주사 맞을 때만 따끔하고 그다음엔 묵직한 감각만 있을 거라고 말했지만 사실 내가 더 떨고 있었다.


"근데 아들 119구급차는 어떻게 타고 왔어, 지나가는 사람이 신고해 줬어"

"아니, 내가 들어가서 다쳤다고 말하니까 어떤 아저씨가 바로 응급실로 가야 한다고 태워주셨는데"

"정말 직접 들어가서 다쳤다고 했어."

"응"

세상에 어딜 가도 살아남겠구나!! 그 상황에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식은땀과 찌릿하게 느껴지는 고통에 소리 두어 번 지르고 봉합수술은 끝이 났다.


"엄마, 근데 나 데리고 온 아저씨들 있잖아, 거기에 구급차가 없어서 다른 데서 구급차를 불러서 나 데리고 왔어, 아저씨들 너무 친절했어, 겁먹지 말라고 안심도 시켜주시고, 가서 인사드려야 하는 거 아냐"


"당연히 인사드려야지"

"나도 같이 갈래"

"너 지금 못 걷잖아, 엄마가 대신 감사 인사드리고 올게"


그렇게 아들을 집에 데려다 놓고 119안전센터로 향했다.

무거운 마음, 고마운 마음을 안고 들어선 곳에는 반갑게 활짝 웃는 구급대원들이 있었다.

OO 어머니시죠? 제가 보기엔 많이 다친 것 같던데 잘 꿰맸을까요?

내, 도움 주셔서 잘 꿰매고 지금 집에서 쉬고 있습니다. 아들도 같이 오고 싶어 했는데 쉬는 게 좋을 것 같아 저만 왔어요. 아이가 불안해했을 텐데 차분하게 설명해 주시고 연락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어머니 자전거 보관해 뒀습니다"

내팽개친 자전거를 챙겨주고, 자전거 앞바퀴가 많이 휘어져서 수리가 필요하다는 말씀까지 친절하게 알려주셨다.



한 줄 요약: 당산역 119안전센터 구급대원님들 감사합니다. 덕분에 아들이 따스함을 느꼈던 하루였습니다.



#라이트라이팅#라라크루#119 안전센터#구급대원 #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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