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수영 3주 오늘은 몸이 물에 젖은 솜뭉치처럼 무겁다.
새벽 4시 눈은 떴지만 몸은 전혀 움직일 생각이 없다.
오늘은 그냥 쉴까, 버릇되면 안 되는데...
무거운 몸을 어기적 이기적 일으켜 본다.
남편은 어떻게 새벽 수영을 13년이나 한 걸까?
언제나처럼 거실에서 열심히 운동하고 있는 남편의 거친 숨소리가 어서 빨리 나오라고 재촉
하는 것 같다.
무기력한 나와는 달리,, 언제나 활기찬 저 남자 낯설다.
몸이 너무 무거워서 움직일 수 없다는 말에 오늘은 그냥 쉬자는 남편
내 기억에 남편은 자력으로 수영을 쉰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나도 이제 나만의 루틴을,.. 급하게 옷을 챙기고 나갈 준비를 한다.
새벽 5시 40분 오늘도 새벽 줄을 선 사람들.
세상은 참 부지런하다. 그 부지런한 시간에 내가 있다는 게 상쾌했다.
새벽 수영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아침 해가 반짝 웃는다.
"여보 의지가 대단해?"
남편의 칭찬인지, 아닌지.
"당신아, 의지와 상황이 나를 움직이게 한다는 생각은 안 들어,
의지만으로 안 되는 게 있어 지금은 아이들이 나를 도와줘서 가능한 거야"
남편의 침묵.....
우리 부부의 삶이 익어가는 동안 아이들도 그만큼 성장했고 나도 나만의 시간을
가질 짬이 생겨 의지가 되어 가는 것 같다.
새벽 수영을 끝내고 부랴부랴 집에 와서 두 녀석 학교 보내고 출근까지 아침 시간은 초단위로
분주하지만 나를 나답게 살게 하는 원동력이다.
퇴근 길이 버겁지도 이유 모를 억울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뿌듯함.
난 지금 인생 운동을 만나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면서 하루를 시작하고 있으니까.
새삼 남편이 존경스럽다. 새벽 수영을 하지 않았다면 남편을 미워하는 마음이 남아 있었을 텐데,
그때의 원망이 존경심이 됐다.
앞으로 삼십 년 남편 손 꼭 잡고 수영 다닐 생각이다.
난 참 복도 많고 행복한 사람이다. 긴 터널을 지나고 나면 작은 행복도 크게 느껴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