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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스락 Apr 29. 2023

의지와 상황

내가 몰랐던 남편

새벽 수영 3주 오늘은 몸이 물에 젖은 솜뭉치처럼 무겁다.

새벽 4시 눈은 떴지만 몸은 전혀 움직일 생각이 없다.

오늘은 그냥 쉴까,  버릇되면 안 되는데...

무거운 몸을 어기적 이기적 일으켜 본다.

남편은 어떻게 새벽 수영을 13년이나 한 걸까?

언제나처럼  거실에서 열심히 운동하고 있는 남편의 거친 숨소리가 어서 빨리 나오라고 재촉

하는 것 같다.

무기력한 나와는 달리,, 언제나 활기찬 저 남자 낯설다.


몸이 너무 무거워서 움직일 수 없다는 말에 오늘은 그냥 쉬자는 남편

내 기억에 남편은 자력으로 수영을 쉰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나도 이제 나만의 루틴을,..   급하게 옷을 챙기고 나갈 준비를 한다.

새벽 5시 40분 오늘도 새벽 줄을 선 사람들.

세상은 참 부지런하다. 그 부지런한 시간에 내가 있다는 게 상쾌했다.


새벽 수영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아침 해가 반짝 웃는다.


"여보 의지가 대단해?"

남편의 칭찬인지,  아닌지.


"당신아, 의지와 상황이 나를 움직이게 한다는 생각은 안 들어,

의지만으로 안 되는 게 있어 지금은 아이들이 나를 도와줘서 가능한 거야"


남편의 침묵.....

우리 부부의 삶이 익어가는 동안 아이들도 그만큼 성장했고 나도 나만의 시간을

가질 짬이 생겨 의지가 되어 가는 것 같다.


새벽 수영을 끝내고 부랴부랴 집에 와서 두 녀석 학교 보내고 출근까지 아침 시간은 초단위로

분주하지만 나를 나답게 살게 하는 원동력이다.

퇴근 길이 버겁지도 이유 모를 억울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뿌듯함.

난 지금 인생 운동을 만나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면서  하루를 시작하고 있으니까.


새삼 남편이 존경스럽다. 새벽 수영을 하지 않았다면 남편을 미워하는 마음이 남아 있었을 텐데,

그때의 원망이 존경심이 됐다.


앞으로 삼십 년 남편 손 꼭 잡고 수영 다닐 생각이다.

난 참 복도 많고 행복한 사람이다. 긴 터널을 지나고 나면 작은 행복도 크게 느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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