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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스락 May 12. 2024

누군가 내 이름을 불러준 그날

라라크루 금요문장 (2024.05.10)

사랑하는 이여, 강하다고 날 칭찬해 준 그 첫날
원하면 더 강해질 수 있다고 말해준 그날
그 많던 날 중 그날

그날은 - 부채 모양 금장식으로 둘러싸인 보석처럼 빛났어요
어렴풋한 배경이던 하찮은 날이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날이 되었어요.

에밀리 디킨슨 <에밀리 디킨슨 시선집>

 

나의 문장


"학교 운동장에서 아침부터 공놀이했던 학생들 다 나와"

낯선 남자가 교실에 들어와 다짜고짜 조회 시간 이전에 운동장에서 놀고 있었던 학생을 찾는다.


'아침에 오토바이를 타고 학교에 들어왔던 이상한 사람. 분명 나랑 눈이 마주쳤는데' 곰곰이 아침에 있었던 일을 생각하고 있을 때 "거기 머리 짧은 여학생, 아침에 나랑 눈 마주친 그 학생 맞지"


그렇게 나는 교단으로 불러 나갔고, 아침부터 운동장에서 놀았다는 이유로 새로 부임한 담임선생님에게 호되게 혼이 났다. 보통의 선생님이라 하기엔 거친 말투와 가죽 재킷의 평범하지 않은 옷차림 그리고 눈부시게 멋진 오토바이를 타고 등장했던 강렬한 첫인상


선생님과의 첫 만남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터미네이터 같은 무표정한 카리스마 넘치는 담임선생님)



"너 그림 그려볼래?"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고 소질도 없었던 나에게 무뚝뚝한 선생님의 제안

그리고 시작된 개인과외

"학교 수업 끝나고 미술실로 오면 돼"

선생님, 저는.... "그냥 와 필요한 건 선생님이 다 챙겨뒀어."


빨간 바케스와 붓, 물감 그리고 검은 판화와 판화에 필요한 도구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오늘부터 여기서 선생님이랑 판화 배워볼 거야, 수업 시간에 하는 거 보니까 꽤 소질이 있어"

"일단 그림을 먼저 그려보도록 하자"


낯설고 무뚝뚝한 선생님은 온데간데없고 다정하고 반짝이는 눈빛으로 굳어 있는 어린 소녀의 마음에 반짝이는 빛을 선물한다.




"이리 와 선생님 오토바이 뒤에 타"

나는 빨간 바케스를 들고 선생님 오토바이에 올라타 사생대회 장소까지 고개를 처박고 석고상처럼 꼼짝없이 앉아 있었던 기억이다.


희미한 기억이지만 다른 친구들은 부모님 차를 타고 이동하거나 학교에서 준비한 봉고차를 타고 이동했었다.

유난히 멀미가 심했던 나는 매번 담임선생님 오토바이를 타고 선생님 등에 매달려 사생대회 장소에 도착할 때쯤이면 후들거리는 다리보다 빨간 바케스를 놓칠세라 꼭 붙들고 있었던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았었다.


매번 그림을 제출하고 나오면 "참 잘했어, 선생님이 지켜봤는데 알아서 척척 제일 잘했어."

미소가 어색한 선생님은 진짜 어색한 미소를 띄우며 나에게 헬멧을 씌워 주셨다.


그때는 선생님의 마음을 온전히 느끼지 못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선생님은 나를 위해 무던히 애를 쓰셨던 것 같다. 그 시절 나는 한 번도 물감을 사거나 그림을 그리기 위한 도구를 자비로 샀던 기억이 없다. 오히려 선생님은 교실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물감도 챙겨 주셨다.


그 시절 유일하게 선생님 오토바이를 탔던 학생이었지만, 창피해서 사생대회 나가고 싶지 않은 날도 있었고 유난히 다른 친구들보다 나에게 엄하셨던 선생님의 관심이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배부른 투정이었음을 깨닫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보잘것없던 저에게 손을 내밀어준 선생님. 그 찬란했던 순간들이 내내 가슴에 꽃이 되어 웃습니다.

선생님 등에서 느껴지던 따스한 온기를 이제야 온전히 제 것으로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한 줄 요약 : 누군가 내 이름을 불러준 그날 소중한 그날의 기억으로 찬란한 하루를 산다.



PS : 찬란했던 그날을 소환해 주신 혜윰 작가님 감사해요 ~



#라이트라이팅#라라크루#금요문장#선생님#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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