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를 제대하고 입사해 독특한 말투와 거대한 체력에 신입 때부터 부장님으로 불렸던 후배가 있다.
"아, 그렇습니까?"
"아닙니다만,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시정하겠습니다"
큰 등치에 쉴 새 없이 땀을 흘리며, 상기된 모습으로 안절부절못하던 그 친구가 내 눈에는 참 귀여웠다.
다. 나. 까, 요 어법과 복명복창 습관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신입.
말 따라 하지 말라던 선배들의 꾸중에도 무의식적으로 복창을 해서 혼나곤 했다.
포로레슬러처럼 건장한 체구지만 선배 앞에서 혼날 때는 동네 꼬마처럼 두 손을 꼭 잡고 축 처진 어깨가 안쓰러웠다. 회사가 아니라면 쉽게 말 걸기 무서울 것 같은 외형과 달리 예민하고 정이 많은 친구였다.
몇 해 전 인사이동으로 타 부서로 옮기게 되어 많이 아쉬웠는데, 1년째 되는 날 퇴사를 하겠다던, 그 친구를 잡지 못했다. 본인의 커리어와 무관한 일을 하면서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다는 말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끈기와 자기 업무에 대한 열정을 알고 있었기에 걱정보다는 응원을 하기로 했다.
그리고 얼마 전 긴 공백을 뒤로하고 취업이 됐다며 찾아왔다.
완벽한 기회를 적절한 타이밍에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정말 다행이다.
퇴사 후 나를 형이라 부르는 그 친구는 생각보다 계획적으로 자신의 삶을 이끌어가고 있었다.
꼬마 같은 신입 모습은 없고 이제 정말 듬직한 사회인이 되어가고 있었다.
퇴사 후 후배들 연락을 받는다는 말에 "회사생활 쫌 했나 봐" 놀리려고 했던 내 말에
"누나가 가르쳐준 대로 후배들에게 따뜻하게 대했을 뿐이죠"
그 말을 듣는데 코끝이 찡했다. 잔잔하게 뿌듯했다.
하루 절반이상을 함께하는 직장동료들 그들이 나는 남 같지 않다.
물론 상처도 많이 받지만 함께하는 동안 즐겁게 일하고 싶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같은 월급쟁이에 갑, 을은 없다고 생각한다.
맛있는 저녁을 먹자며 찾아와 준 후배들 덕분에 간질간질 뿌듯했다.
그 친구들 신입 때 모습이 풍경처럼 지나간다.
앞으로 더 행복한 일들만 가득하길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