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이 다 되어 가는데, 점심을 같이 하자는 후배 넘치도록 공손한 문구에서 느껴지는 불안함.
"나야 뭐 괜찮아, 같이 먹자"
그렇게 점심 번개를 함께한 후배는 항상 그렇듯 싱글벙글 덩실덩실 (안절부절,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때 늘 하는 행동이라 기다려 주기로 했다.)
고기를 먹고 싶다는 후배를 데리고 근처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에 도착한 후배는 특유의 머쓱한 웃음을 짓더니 조용히 퇴사 이야기를 꺼냈다. 오전에 결정이 났는데, 혹시 다른 사람을 통해 퇴사 소식을 듣게 될까 봐 부랴부랴 연락했다는 후배. 자기가 직접 말하고 싶었다는 후배의 마음이 고마웠다. 이직이 아닌 힘들고 지쳐서 쉬고 싶어 퇴사를 결심했기에 먼저 말 꺼내기가 쉽지 않았다는 후배.쉬면서 다른 일을 찾아보고 싶다고 했다.
"잘했다" "힘들었구나, 네가 힘들었다면 정말 힘들었던 거야"
"믿어주셔서 감사해요" 본인이 점심을 사고 싶다는 후배에게 송별회를 기약했다.
그렇게, 조촐한 송별회를 하게 되었다.
어느덧 듬직한 가장이 된 후배의 10년 전 모습을 상상하며 우리는 깔깔거렸다. 첫 회사 신입으로 들어온 안절부절못했던 모습부터 움직일 때마다 덤벙거려서 책상 모서리에 무릎을 찍혔던 순간들까지 후배의 선임이 나였기에 그 누구보다 후배의 신입사원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다.
두서없이 확장 보고를 하는 후배에게 간단명료하게 전달하라고 혼을 많이 냈었는데. 여전히 본인은 요점 정리가 안된다며 평생 숙제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아마도 그동안 보고로 인한 스트레스가 컸던 것 같았다.
혹독했던 1년의 기억 속에 즐거웠던 기억이 더 많다는 후배는 요즘 후배들을 보면 안타깝다고 했다. 업무를 제대로 배울 기회도 없고 꼼꼼하게 설명해 주는 선배도 없다는 말에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딱 1년 선배와 후배로 만나 신입 시절을 보냈던 후배. 여전히 일이 풀리지 않거나 고민이 생기면 점심 먹자고 허허실실 멋쩍은 웃음으로 찾아온다. 퇴사까지 고민이 많았을 후배가 안타까우면서도 새로 시작하게 될 앞으로의 후배를 응원하기로 했다.
옛 추억에 젖어 술을 홀짝홀짝 술술 넘겼던 여파로 종일 딱따구리 한 마리가 머릿속을 휘젓고 다녔지만, 나를 찾아준 후배 덕분에 다시금 위로를 받았다.
떠나는 후배에게,
우리는 그저 삶이 삶을 살아가도록 내버려두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다. 선택과 노력이 반복인 삶에서 너의 노력이 빛을 보는 날이 올 테니, 너의 선택을 믿고 파고 또 파는 너의 열정을 응원한다.
한 줄 요약 : 우리는 또 어느 공간 어느 시간에 다시 만날 지 모른다. 삶을 살다 보면 다시 만날 인연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