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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스락 Sep 01. 2024

세상과의 이별, 장례식

라라크루 금요문장 (2024.08.30)

정면만으로 그 사람들의 얼굴을 완전히 안다고 할 수 있을까. 그날 이후로 나는 사람들의 옆얼굴을 훔쳐보는 버릇이 생겼다.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거나 멍하니 생각에 잠긴 옆얼굴을 보고 있자면 이상한 기분에 휩싸이곤 한다. 이 사람, 내가 알던 사람이 맞나? 수없이 봐온 사람임에도 왠지 낯설게 느껴진다. 옆얼굴엔 그(그녀)의 이면이랄까 본모습이랄까, 전혀 다른 얼굴이 있다. 정면에서 보이지 않던 슬픔이나 매력, 호근 말 못 할 비밀. 그에게도 내가 모르는 모습이 많다는 당연한 사실을 새삼 깨닫고 놀란다. 그런 이유로, 한쪽 면만 보고 사람을 판단해선 안 될 일이다. 
타인뿐만 아니라 나 자신을 볼 때도  

출처 <저는 측면이 좀 더 낫습니다만> 하완 지음 


나의 문장


멍하니 하늘을 보거나 초점 없이 정면을 주시할 때가 있다. 생각이 많거나 머리가 복잡해서는 아니다. 그냥 습관처럼 하늘을 들여다보고 가끔은 위로를 받고, 때로는 행복한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꾸물거리는 하늘에 화가 날 때도 있지만, 하늘이 보여주는 얼굴과 감정이 매일 매시간 매초 다르듯 우리가 느끼는 감정도, 생각도 내 감정과 상황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상에서 제일 불행한 사람이 되기도 하고 사소한 기쁨으로 세상 행복한 웃음을 짓기도 한다.

불행은 크게 다가오지만 행복은 잔잔하게 곁에 머물고 있느니 불행 속에 갇혀 오늘의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삶을 살아가지 말아야겠다.




금요일 퇴근길에 걸려 온 전화 한 통 사촌 올케가 황망하게 세상과 이별했다는 전화였다. 걷던 길을 멈추고 한참 하늘을 올려다봤다. 작년 이맘때 급격하게 몸이 안 좋다는 연락을 받고 찾아뵀을 때 앙상한 뼈마디 사이로 희미한 미소를 던졌던 언니. 폐질환으로 한동안 병원 치료를 받고 있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에 걸리면서 병세가 심해졌다.


친척이 없는 언니 빈소를 우리 가족이 지켰다. 새벽 2시가 넘어 집에 오는 남편의 차 안에서 우리는 깊은 한숨만 몰아쉬었다. 젊음은 소리 없이 기약 없이 머물다 떠나는 바람 같았다.


사진 속 언니는 연예인처럼 곱고 예쁜 미소를 뿜어내고 있었다. 긴 시간 빈소를 지키다 보니 의도치 않게 문상객들의 이야기를 엿듣게 되었다.




문상객 1

공주처럼 살다 갔으니 잘 살다 갔지, 저렇게 지극정성인 남편이 세상 어딨어. 


문상객 2

아이고 말도 말아요. 공주는 무슨 맘고생 얼마나 했을라고, 남편이 자수성가해서 모은 돈을 가족들이 호시탐탐 눈독을 들여서 돈도 잃고 사람도 잃고 결국 시댁이랑 왕래를 안 했잖아. 그나마 저이가 똑 부러져서 재산도 모을 수 있었던 거야. 


문상객 3

그 많은 돈은 이제 다 며느리 몫인가, 아들은 워낙 순하고 착해서 돈 관리도 못할 텐데 앞으로가 걱정이네! 혼자 남은 남편이 걱정이야, 남편도 지금 투석 중이라며.


문상객 4

아이고, 안타까워서 흑흑흑. (그렁그렁한 눈물을 흘리며 들어오는 여인, 언니와 꽤 친분이 있었나 보다) 어떻게 이렇게 하루아침에 가버렸답니까, 불쌍한 사람. (애도하는 모습에 나도 눈물이 났다.)


문상객 2

저이(문상객 4)가 그이잖아, 집에도 못 오게 했던 시누이, 커피숍도 차려줬는데 홀랑 말아먹고 또 사업자금 달라고 했다가 못 준다고 하니까 시댁에 발도 못 붙이게 해서 가족끼리 생이별시켰잖아. 1년 넘게 아팠는데 소식 한번 없었다더니 죽고 나서 만나게 되네.


문상객 3

그나마 돈이 있어서 1년은 더 살다 간 거야, 돈 없었으면 치료도 못 받고 벌써 저세상 사람 됐지. 그 많은 돈 아까워서 어찌 눈 감았을까? 살아 있을 때 잘 먹고 여행도 다녔으면 얼마나 좋았을 거야. 쯧쯧




이승에서의 삶을 누가 판단할 수 있을까? 그 후에도 한참 들어야 했던 언니와 언니 가족들 그리고 시댁 이야기 내가 알고 있던 언니 모습과는 다른 이야기가 많았다. 어느 정도 부를 축적했음은 알음알음 알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많은 자산가였음을 그로 인해 혼자 감당했을 아픔들이 고스란히 느껴져 먹먹함에 눈물이 차올랐다. 


부족한 거 없다고 느꼈던 언니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며 그곳에서 아프지 말고 행복하게 지내라고 말하고 싶다. 못내 아쉬운 마음에 언니의 환한 미소를 그려본다.



한 줄 요약 : 함께였을 때 알지 못한 건너편 마음에 관심 두다 보면 좋은 인연 좋은 사람이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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