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생겼어!

그렇게 좋으냐?

by 바스락

"아이가 생겼어."

"나 임신했다고, 너무 기쁜데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어."

"남편한테 얘기는 했어?"

"이제 해야지, 좋아하겠지?"

"당연히 좋아하지 자기 아이가 생겼는데 엄청나게 좋아할 걸"


친구는 결혼 전 '딩크족'(정상적인 부부 생활을 영위하면서 의도적으로 자녀를 두지 않는 맞벌이 부부)을 지향하며 뜻이 맞는 남자 친구를 만나 결혼까지 결심했다.




어느 이른 아침 친구에게 온 전화


"너무 서러워서 눈물이 멈추질 않아"

"무슨 일 있었어?"

"아침에 설거지하다 아이 낳고 싶다고 말했는데, 남편이 심하게 화를 내서 서러워서 엉엉 울었어."

"아이 안 낳기로 한거 아니었어?"


"그랬는데 살다 보니 아이 갖고 싶어졌어, 남편도 나랑 같은 생각일 거라고 믿었는데 전혀 아니라고 하니까 서럽기도 하고 눈물이 막 나는 거야, 설거지하면서 엄청 울었잖아"


"그래서 심하게 싸웠어?"


"아니, 싫다는데 왜 고집부리냐며 자기는 아이 싫다고 단호하게 말하고 출근하는데 그 모습이 너무 낯설고 화내는 게 싫어서 속상하고 나도 내 맘을 잘 모르겠어."


전혀 몰랐다. 친구는 아이 낳는 게 무섭고 키울 자신도 없어서, 절대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했었다.


몇 차례 남편과 실랑이가 있고 난 뒤 친구는 남편을 설득하는데 성공했고, 기다렸던 아이를 갖게 되었다.




어느 퇴근길에 걸려 온 전화


"나 지금 산부인과 가는 중이야." 마음이 조급해서 숨이 막혀왔다. 곧장 병원으로 향했다. 친구는 꽤 긴 진통을 이겨내야 했고, 난산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아이를 안고 젖을 물리며 태연하게 분만실 창틀 사이로 뛰어내리고 싶을 만큼 고통스러운 순간이었다고 했다. 둘째는 상상도 하고 싶지 않다면서 품 안에 아이를 보며 웃고 있었다.


그렇게 태어난 친구 아들은 세상 순하고 착하고 마음이 따스한 아이다. 다섯 살 차이 나는 우리 아들 등쌀에 코피가 터져도 언제나 듬직한 형처럼 아들 손을 꼭 잡아주고 살뜰하게 챙겨 줬다.




이제 내가 그 착한 아들을 챙겨줘야겠다. 손을 꼭 잡아주고 따스하게 안아줘야겠다. 니 아들을 만나면 주책맞게 울까 봐 발길을 돌려서 집으로 왔다. 마음이 단단해져야 하고 싶은 말도 하고 니 아들 얼굴도 쓰다듬어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피하기에 바빴는데, 인제 그만 도망치련다.


니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했던 니 아들 이제 내가 챙길게, 걱정하지 말고, 편히 쉬렴. 사랑하는 내 친구.



#친구#아들#임신#행복#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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