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의 수치심과 바꾼 수영 실력
새벽 수영을 시작하고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가슴에 켜켜이 쌓여 있던 불만도 돌덩이 같던 한숨도 어느새 녹아내리고 없었다. 수영장에 빠져 죽지 않으려고 쉴 새없이 움직이는 팔다리가 머릿속에 가득했던 쓸모없던 고민을 날려버렸다.
수영이 끝나면 어깨를 잔뜩 으쓱거리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집으로 향한다. 모처럼 사는 게 신이났다.
"너 꼭 수영 배웠으면 좋겠어, 인생 운동을 만난 것 같아, 무엇보다 아침에 출근길에 화가 안 나"
"그렇게 재미있어, 난 수영 하나도 못 해 그냥 물속에 빠질 거야"
"나는 뭐 수영을 했을까, 처음에 거북이 등껍질 같은걸 등에 메고 유아 풀장에 "음" "파" 만 반복했어.
다들 쭉쭉 헤엄치는데 혼자 유아 풀장에 들어가 앉아서 고개만 물속에 넣다 뺐다 했어. 어찌나 창피하던지 근데 한 달 만에 거북이 등껍질 없이 수영장 반 바퀴 갈 수 있잖아, 너도 가능해, 단지 처음에는 약간의 수치심이 없지 않아 있는데 그 순간만 버티면 돼, 하하하
꼭 무슨 무용담처럼 신나서 자랑했다. 함께하지는 못하지만 내가 느끼는 알 수 없는 성취감을 너도 느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수영, 수영을 외쳤던 것 같다.
"근데 난 지금 줌바댄스가 너무 재미있어, 스트레스 확 날아가거든"
"그럼 오전에 줌바댄스하고 수영가, 어차피 샤워해야 하잖아"
"어머, 내 체력이되겠어"
"일단 도전해 보자! 응!"
"나 수영 등록했어, 니가 그렇게 재밌다고 하는데 나도 해봐야지"
"잘했다. 언제 한번 같이 수영장 가야겠네"
그렇게 6개월쯤 수영을 배우고 내가 왜 수영에 빠졌는지 알 것 같다던 너
"니 말대로 줌바댄스 끝나고 수영 가니까 몸이 더 개운한 것 같아"
오전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다던 너는 줌바댄스 끝나고 함께 커피를 마시던 아줌마들과의 일상에서 조금 벗어나 수영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다고 좋아했다.
"6개월이면 모든 영법 마스터되는 거 아냐?"
"욕심 너무 많다." 하하하
"나는 요즘 배영에 푹 빠졌어, 우아하고 여유롭게 하지는 못해도 누워서 수영장에 떠 있을 수 있다는 게 뿌듯하다."
우리는 스스로 갇혀 있는 일상에서 때로는 버겁고 서글프게 자신을 잃어 가는 시간에 익숙해진다.
나이가 들수록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하고 찾아가는 여정이 꼭 필요함을 이제는 알고 있다.
50이 가까워지고서야 수영을 좋아하게 될지 누가 알았을까, 그렇게 우리는 수영 영법에 흠뻑 빠져 서로의 수영 실력을 뽐내기 시작했다.
수영복 챙겨서 호캉스 가자고 했는데, 올해도 나는 못 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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