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앙상한 나무는 봄이 되면 다시 싱그러운 나뭇잎이 가득한 초록 나무가 된다.
며칠 부모님을 모시고 여행을 다녀왔다.
매년 이맘때 함께하는 여행인데 아이들은 자기주장이 강해지고 부모님은 체력적으로 힘들어하신다.
마음으로는 어디든 갈 수 있고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생각처럼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잠이 쏟아지기도 하고 걷는 게 힘들어 주저앉기도 하면서 겨우겨우 여행 일정을 소화했다.
기분은 하늘을 향해 맘껏 웃고 있는데 그러지 못한 몸은 이제 그만 쉬고 싶다고 발목을 붙잡는다.
봄이 오면 우리 몸도 다시 새롭게 파릇파릇했으면 좋겠다.
내 맘이 이런데 부모님은 얼마나 힘드셨을지.
아버님이 아들에게 묻는다.
할아버지 할머니랑 같이 여행 다니는 거 힘들지?
앞으로 너네 식구들끼리 다녀.
할아버지 마음을 읽었는지 아들은 할아버지 손을 꼭 잡고, 할아버지 할머니랑 같이
다니는 여행이 훨씬 좋다고 말한다.
아이들이 아장아장 걷기 시작할 때 부모님이 아이들 손을 꼭 잡고 함께 걸었는데,
이제 아이들이 그분들 손을 잡고 함께 걷는다.
작년보다 단단해진 아이들, 작년보다 빨리 지치는 부모님을 보면서
생각이 많아진다.
마음의 나이가 지금의 나이였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번 여행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