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1시간
직장인에게 가장 행복한 시간은 퇴근시간이겠지만, 점심시간도 기다려지는 시간이다.
요즘은 혼밥을 즐기거나, 샌드위치, 간단하게 다이어트 도시락으로 한 끼를 때우는 친구들이 많다.
사람은 밥심이라는 말도 있는데, 손만 뻗으면 간단히 허기를 채울 수 있는 상황이라 요즘 한 끼는
예전과 다른 한 끼다.
점심에 뭐 먹을까 생각하다 보면 지루한 업무 시간이 금방 지나간 것 도 같고, 누구와 먹느냐에 따라
기분 높낮이가 달라지고 대화의 방향과 메뉴 선택이 달라졌다.
짧은 1시간에 담긴 '희로애락' 상사 험담으로 똘똘 뭉치는 짜릿함.
어느 날은 폭주 기관차처럼 쏟아붓기도 하고, 어느 날은 귀에서 피가 날 정도로 들어주고 심하게 고개를
끄덕여 주면서 대 통합의 시간을 만들었었다.
그 시간이 참 그립다.
주렁주렁 이야기보따리가 쏙 쏙 머리를 올리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수다쟁이가 되었는데.
요즘은 자기 시간을 방해받는 걸 워낙 싫어해서 함께 식사하자는 말도 쉽게 꺼내기 힘들다.
벚꽃이 피기 시작한 봄이 오면, 점심시간은 꽃구경 하는 즐거운 소풍놀이 시간이 됐다.
점심시간에 나는 돗자리를 너는 김밥을, 그리고 너는 음료수를 아 그리고 그 누구냐 그 직원은
사진을 좀 찍어 달라고 해... 도시락은 우리가 준비할게.
그렇게 삼삼오오 점심 꽃구경 멤버가 결성됐다.
사무실옆 복개천에 봄이 오면 찾아오는 벚꽃을 보기 위한 준비다.
하루는 여직원들이랑, 하루는 팀원들이랑, 하루는 동호회 멤버들이랑, 하루는 그냥 맘 맞는 사람끼리.
그렇게 봄이 찾아오면 나는 점심시간이 설레었다.
그리고 그 많은 세월 동안 그 시간을 채워준 봄날의 사람들...
매년 그 길에 벚꽃이 피면 생각난다.
정 많고 유독 봄 소풍을 기다렸던 상무님, 잘 먹고 또 잘 먹던 후배, 점심 도시락에 진심이었던 대리,
음료수 대신 맥주 한 캔 안되냐며 배시시 웃던 과장, 못마땅하지만 둠칫둠칫 따라오는 팀장님,
환하게 웃고 있는 그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거닐었던 점심시간의 꽃구경.
단순히 점심시간이기보다는 서로의 힘이 되어 주는 시간이었다.
지금은 함께이지만 따로 먹는 기분이 들 때가 더 많다.
각자의 핸드폰만 들여다보다 음식이 나오면 소리 없이 먹는다.
싸운 것도 아닌데 싸운 사람들처럼 오직 먹고야 말겠다는 신념으로 먹기만 한다.
그리고 찾은 커피숍. 역시 따로국밥처럼 한 테이블에서 각자 논다.
터벅터벅 다시 사무실로 향한다.
맛있는 한 끼보다는 배 채우는 한 끼가 되어 버렸다...
즐거운 점심시간 ~ 함께 정하는 점심 메뉴~ 즐거운 상상이 가득한 짧은 1시간의 여유.
다시 만나고 싶은 그날들의 사람들이 그리운 점심시간이다.
한 줄 요약 : 꿈틀 거리는 마음이 진짜, 숨기는 마음이 진짜, 더 당기는 대로 오늘을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