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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스락 Sep 13. 2023

아프다

엉망이다

회사가 한창 바쁜 시기에 남편의 출장이 겹쳤다.

일주일 스타트를 잘못 끊었다는 예감은 적중했고, 월요일부터 꼬여버린 전산시스템으로 업무가 마미 되었다.

퇴근시간이 다가올수록 남편의 부재는 조급함으로 다가왔고, 한번 꼬여버린 시스템 오류를 찾는 건 나로서는 는 역부족이었다.

새로운 업무 시작 한 달 만에 닥친 위기, 도움을 청할 사람도 없는 상황에서 혼자서 난국을 헤쳐나가기란 쉽지 않았다. 내일로 미룰 수도 없는 일. 오늘 안에 끝내야 하는 업무.


"드르르르" 계속 울리는 전화벨 소리

"엄마 언제 와요" " 우리 무서워요"  아이들의 퇴근 독촉, 

'엄마도 집에 가고 싶다' 하지만 아직.... 언제쯤 끝날 수 있을지 엄마도 모르겠다.

처음 오류를 알았을 때는 집중해서 넉넉잡아 2시간이면 끝날 거라 생각했는데, 알지도 못하는 전산시스템의 연결고리는 흡사 나무뿌리처럼 엉켜있어서 내가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까지 오류를 타고 넘어가 있었다.


남편에게 매월 초에는  출장을 가지 말아 달라고 했건만, 노동의 대가를 받고 있는 계약관계에서 

와이프가 바빠서 출장을 미뤄야겠습니다. 가능할 리 있을까,


시간이 갈수록 불안해지는 나와 아이들, 쉴세 없이 울리는 전화벨 소리. 이제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오늘 퇴근은 힘들다. 아이들에게 이 상황을 설명하기로 마음먹었다.

"딸, 아들 엄마 말 잘 들어, 울지 말고 엄마가 지금 퇴근이 힘들 것 같아 "

"왜" 불안하게 떨리는 딸 목소리 휴...

"지금 회사 시스템 오류가 생겨서 원인을 찾고 있는데 쉽지 않을 것 같아, 오류를 찾고 나면 다른 일을 해야 하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는 상황이야 많이 늦을 것 같아, 엄마 기다리지 말고 둘이 잘 수 있겠어?"

"자고 있으면 엄마가 가서 쓰담쓰담해 줄게"

이미 치친 아이들은 더 이상 조르거나 왜 그래야 하냐고 묻지 않았고 다행히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 같았다. " 엄마 그럼, 너무 늦지 않게 와요. 우리 불 켜놓고 자도록 해볼게요, 그래도 일찍 와요"


"지금 현관문 잠겼는지 확인하고, 양치하고  잘 준비되면 엄마한테 다시 전화해 줘"




" 오류가 났는데 검증이 안된다니요" 그 후로도 나는 IT 담당자와 수도 없이 연락들 주고받았고,

결국은 스스로 답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밑바닥 정신줄을 다시 부여잡고 원점으로 돌아가 다시 검토를 시작했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나뿐이었다. 아무도 답을 주지도 대안을 제시하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내가 손을 놓으면 안 되는 상황... 다행히 새벽 3시가 지날 때쯤 오류를 찾았고, 해결 방법도 찾았다.

하지만, 보고와 의사결정이 필요했고 회사에 남아 있는 그 누구도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빌어먹을, 이 고생을 하고 마무리도 못하고 퇴근을 해야 한다고' 죽어라 고생하고 마무리 못하는 찝찝함과 

답답함에 눈물이 핑 돌았다.

시계를 보니 새벽 4시 10분  이대로 가야 하나.... 무기력하다. 현실은 참 나한테 잔인하다.

내일 오전에 과연 끝낼 수 있을까 하는 불안함을 안고 일단 마무리하기로 했다.




부랴 부랴 책상 정리를 하고 퇴근 아닌 퇴근을 했다. 아이들은 서로를 의지하며  새근새근 잘 자고 있었다.

잠을 청하기엔 아침해가 너무 환해서 그냥 아이들 아침 준비를 하기로 했다.





출근 전까지 출근해서 해야 할 일로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1. 어제 상황 보고... 결산이 안된 이유는? 왜? 그래서? 어떻게?

2. 시간 내 처리 가능할 수 있게 사전 준비

3. 오전에 끝내지 못하면 ,,, 그건 안돼? 회사 결산 펑크야... 끔찍해. 나 때문에.. 나로 인해..

   원인은 전산오류지만 팀 담당자 책임.. 내 책임이지 업무 한 달 만에 프로세스도 정확히 

   모르는데...  아니 그건 변명이지... 

4. 일단 출근하자!!


그렇게 하루를 꼬박 뜬 눈으로 보내고 출근해서 하루를 또 어떻게 보냈는지... 전날 새벽까지 근무했던 IT직원은 출근을 못한 상황이고 마감은 해야 하고... 관련 회사 팀장한테 전화 걸어 상황 설명과 함께 대체이력을 부탁했고 해결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찾아두고 있어다. 그렇게 시간은 빛보다 빠르게 지나갔다.

친분 있던 IT 팀장 덕분에 늦지 않게 결산 완료!! 




그날 이후부터 시작되었다. 온몸이 불덩이처럼 타오르는 새벽의 저주

출근해서 일은 하는 낮 시간은 그럭저럭 참을 수 있었고, 

집에 와서 아이들 밥 챙기고 씻고 잠을 청하기 전까지는 약간의 욱신거림 아이들이 잠들기 전까지는 버틸만했다. 하지만 새벽 시간이 다가오면 거짓말처럼 온몸이 통증으로 똘똘 뭉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열이 나면서 뼈마다 마디 살점 하나하나 느껴지는 통증으로 나도 모르게 해열제를 찾았고 정신없이

목에 쑤셔 넣었다.

남편은 없다. 아이들은 깊은 숙면 중이고, 나는 몸이 통증과 사투를 벌이면서 새벽이 아침이 될 때까지 숨죽이며 참아본다.


그렇게 아침이 되면 해열제 효과인지 열은 내렸고 욱신거리던 뼈 마디도 괜찮은 것 같고

새벽에 혼자서 무빙을 찍은 어색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며칠 낮과 밤이 다른 온도차를 느끼면서 정신력으로 하루하루를 지탱했다.

남편이 출장에서 돌아온 금요일에 몸도 마음도 휴전을 선포했다.

그러고 서글펐다.

출장지에 있는 남편에게 아프다는 말을 하지 않은 내가 미련했다.

출장에서 돌아온 남편은 침울한 집안 분위기에 기분이 다운되고 화가 났는지.

아이들에게 따뜻한 눈빛과 쓰담 없이 날카로운 지적과 지시가 이어졌다.

 




갑자기 누워있는 엄마가 어색했고, 출장에서 돌아온 아빠의 무뚝뚝함을 서운해하면서 

누워있는 나를 찾아와 부비부비를 하더니 엄마 몸이 너무 뜨겁다며, 딸은 물수건을

아들은 다리 마사지를 시작한다. 그렇게 나는 새벽이 아닌 밤에도 열이 나기 시작했고, 무심한

남편은 미련하게 며칠 동안 병원도 안 갔냐며 타박을 한다.

그 말에 마음이 놓였을까, 열은 이제 기다려 주지 않고 치솟기 시작했다.

악 소리가 날 정도록 몸이 뜨거웠고, 그 열에 살과 뼈가 다 녹아내릴 것 같은 통증에 잠을 잘 수도 없었다.

토요일 아침 병원을 찾아 급하게 수액은 맞았는데 제대로 누워있지도 못하고, 몸을 펴지도 굽히지도 못하면서

끙끙거린다. 코로나 검사는.. 정상...

집에 돌아와 그 상태로 주말을 보냈다. 살을 녹일 것 같은 고열... 해열제.. 고열.. 해열제...(병원 약)

월요일에 출근은 또 잘못된 판단이었을까, 퇴근 후 다시 오르기 시작한 열!! 다시 시작된 새벽의 저주

한 번도 느끼지 못했던 통증의 역습. 급하게 연차를 빼고 병원을 찾았다.

2차 링거 투혼, 그리고 독감 검사!! 짜잔 "독감입니다".  

 미련한 사람 

비타민 주사와 링거를 맞고 "독감"진단과 약 처방...

달라진 약을 먹고 하루 만에 컨디션이 좋아졌다. ㅡㅡ  미쳤다.

몸이 미쳤다. 내가 미쳤다. "독감" 생각도 못했다. 그놈의 코로나만 생각했지.

나 자신이 너무 한심하다. 고통의 며칠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고, 남편의 잔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다시 출장 가고 싶었다는 남편의 심정... 어리석은 엄마 때문에 아내 때문에 일주일 우리 집은 엉망이었다.

내가 아프니까, 남편도 아이들도 길을 잃은 길 고양이 같았다.

나는 무심한 사람인데 나로 인해 더 무심해진 집안 분위기. 나는 여전히 미련한 사람이다.

아프면 일단 병원을 가고 증상에 따라 약이 다를 수 있으니 내 상태를 잘 체크하고 내가 아프면 

안 되는 이유가 너무 많다. 난 소중한 사람이니까...



한 줄 요약 :  슈퍼맨도 아프면 쉬어가요. 지금은 당신을 위한 치유 시간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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