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
엄마, 수업 끝나면 잠시 밖으로 나와주세요!
문을 열고 얼굴만 빼꼼히 내밀고 당부하듯 말하고는 문을 닫았다. 딸은 방학 내내 집에만 있더니 개학을 앞두고 친구를 만나고 들어왔다. 평소와 다를 거 없이 소파에 누워 있던 딸은 밖으로 나온 나를 보고 벌떡 일어나 방으로 가더니 분홍 꽃다발을 가슴에 안고 나왔다.
"집에 오는 길에 사 왔어"
"예쁘다, 아빠 생일선물로 사 온 거야?"
"어, 아빠 거 아닌데, 엄마 선물인데"
"응, 엄마 거야"
용돈 부족하다고 툴툴거리더니 오랜만에 외출에 꽃을 사 온 딸이 대견하면서도 마음이 쓰였다. 저 작은 마음에 얼마나 많은 생각과 고민이 혼재되어 있었을까? 오늘은 어떤 마음으로 꽃을 샀을까? 며칠 전만 해도 좋아하는 아이들 앨범 살 돈이 없다고 속상해했는데, 용돈 모아서 올해는 꼭 콘서트를 가고야 말겠다고 의지를 불태웠는데,
잠시 딸의 마음이 되어 보았다. 꽃을 사면서 좋아했을 모습, 설레게 포장하는 손길을 바라봤을 눈길, 잠시 아이 마음에 내가 머물렀다는 사실에 몽클해졌다.
매일 아침, 저녁으로 물을 갈아주고 꽃송이 하나하나에 관심을 가졌다. 활짝 핀 꽃 사이 아직 피지 않은 꽃봉오리를 보고 가슴이 콩닥거렸다. 딸은 이 작은 꽃봉오리를 알고 있었을까, 며칠 동안 그 작은 꽃봉오리가 조금씩 기자개를 펴고 있었다. 큰 꽃송이에 가려 보이지 않더니, 큰 꽃송이가 시들어 가자 더 크고 예쁜 꽃을 피워 그 자리를 채워가고 있었단다.
아직 피지 않은 꽃 봉오리,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망울망울 꿈을 품고 있는,
너는 꿈을 품고 나에게 왔다.
벌써 이주일이 지났지만 꽃은 여전히 식탁에서 제 할 일을 하고 있다. 활짝 핀 상태로, 물을 먹은 상태로, 시들어가는 상태로, 매일 다른 모습으로 마치 너처럼 엄마 마음에 꽃을 피우고 있단다.
작은 꽃봉오리가 서서히 피어가는 것을 보면서 엄마는 기도했단다.
너의 웃음을,
너의 꿈을,
너의 미래를,
너는 너대로 피어나라!
"딸, 엄마 선물인 거 비밀로 하고 아빠 생일선물로 주면 어때?"
"엄마, 아빠가 먼저 보고 아빠 선물이냐고 물어봤는데, 이미 엄마 거라고 말해버렸어"
(아빠 왈, 꽃을 들고 들어오는 딸을 보고 아, 내 선물이구나 했는데......, 다 필요 없어~)
당신의 아이는 당신의 아이가 아니다.
그들은 그 자체를 갈망하는 생명의 아들, 딸이다.
그들은 당신을 통해서 태어났지만 당신으로부터 온 것은 아니다.
당신과 함께 있지만 당신의 소유물이 아니다.
당신은 그들에게 사랑은 줄지라도, 당신의 생각을 줄 수 는 없다.
왜냐면 그들은 자신의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당신의 그들의 육신은 집에 두지만, 그들의 영혼은 가두어 둘 수는 없다. <중략>
<아이를 기르는 일> 칼릴지브란
#딸#꽃#꿈#고마워#아이#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