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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스락 Nov 13. 2023

아버지 사랑

따습다.

조물조물 나물무침

뽀얀 국물이 고소한 미역국


아빠가 아침 했다, 아침이라도 먹고 자라,


달그락... 달그락... 치치치... 조심스러운 발소리


행여라도 며느라기 깰라... 공기처럼 소리 없는 움직임 따습다.


며느라기 사랑, 시아버지,



오후에 갑자기 쏟아지던 소나기가 몰고 온 먹구름 같은 소식

"아버지 입원하셨다."

며칠 여기저기 아프고 소화가 안 된다고 하시더니 오늘 오전에 일 나갔다가 아파서 들어오셨어,

주무신다는 걸 집 앞 병원에 모시고 갔더니, 큰 병원에 가라고 해서 급하게 서울 올라와 검사받고 지금

입원하셨다. 내일 수술해야 한대.


갑자기 입원했다는 소식도 놀라운데 내일 수술이라니, 오늘 있었던 일들을 순서대로 토해내는

어머님 얘기를 듣고만 있다가 수술이라는 단어에 나도 모르게 참고 있던 질문들이 터져 나왔다.


"어머니 수술이란 요, 어디가 어떻게 안 좋으신데요. 병원은 어디예요. 무슨 수술인데요.

어디가 어떻게 편찮으신데요?"


"그렇게 걱정할 건 없고, 쓸개에 염증이 심해서 바로 수술해야 한다고 했어, 수술을 해봐야

정확한 상황을 알 수 있다고 하더라"


"내일 갈게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말은 했지만 당장 병원에 달려가고 싶었다.

남편의 출장으로 손발이 꽁꽁 묶인 상태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환자복을 입고 있을 아버님을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해진다.

아버님은 나에게 소중한 분이다. 말이 아닌 마음과 행동으로 가족의 사랑을 가르쳐 주셨다.

일주일 내내 고생했을 며느라기가 주말에 내려오는 날은 아버님 음식솜씨를 발휘하는 날이다.

부엌에서 들릴 듯 말 듯 잔잔한 소음에 눈을 비비며 부스스한 모습으로 부엌에 들어서면 시끄러워서

깼냐며, 들어가 더 자라고 등 떠미신다.


(비몽사몽 초점 읽은 눈동자와 허우적거리는 눈꺼풀의 바둥거림을 들킨 걸까?)


"주말이라도 실컷 자야지, 얼른 들어가 더 자라"

(처음에는 적응 못 한 며느리가 불편할 까 봐 인사치레로 하시는 말씀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젖병을 달고 살던 두 아이가 이른 새벽에 잠에서 깨 놀아 달라고 할 때도

아버님은 조용히 아이들을 안방으로 데려가 나의 수면 시간을 지켜 주셨다.


십 년이 훌쩍 넘은 지금도 아버님은 새벽 부엌에서 따스한 밥을 짓고 계신다.

"아버님, 오늘은 제가 할게요."

"밥은 아빠가 더 잘하잖아, 너는 들어가 더 자"

"잠 깼어요"  "그러면 거기 앉아, 서 있지 말고"  (불편한 마음을 읽으셨나?)

"그럼 저 여기 앉아서 아버님 요리하시는 거 볼게요"

그렇게 아버님과 나는 새벽 부엌에서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새벽잠이 없어 자신이 직접 밥 짓는 게 편하다는 아버님과 새벽부터 아버님이 부엌에

계시는 게 불편하다는 며느리는 그 시간에 서로 좋아하는 걸 하기로 했다.

아버님 덕분에 시댁 가는 날은 늦잠을 자기도 하고 새벽 산책을 즐기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


아버님은,

친구처럼 마주 앉아 술잔을 기울이며 남편 흉도 보고, 이런저런 넋두리를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다.



결혼 십 년 되던 해... 아버님 말씀에 가슴 찡했던 날...

애교 많고 살가운 며느리를 원했다던 아버님은 근데 너는 그런 며느리가 아니었어, 잘 웃지도 않았고

살갑지도 않았는데, 근데 그때나 지금이나 한결같은 네 마음이 아빠는 참 좋고 든든하다.

그거 알지 너는 우리 집 기둥이다.


아버님, 그거 아세요.

사실 전 처음 부모님께 인사드리러 갔던 날, 아버님 뵙고 결혼 결심을 했답니다.

아빠(아비님)와 딸(시누이)이 옥신각신 주고받는 대화와 딸(시누이)을 바라보던 아버님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지는 걸 봤거든요. 다정한 미소와 장난스러운 모습에 그만 제가 반해 버렸어요.

그때 그 모습처럼 저를 참 따스하게 품어 주셨어요.



쓸개염증(담낭염) 제거 수술은 다행히 잘 되었다.

여윈 아버님 모습을 주말에 뵙고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고 있었는지, 모르고 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표현이 서툴다고 단정 짓고 돌아서서 후회하지 말고, 조금이라도 표현하면서 살아야겠다는 작은

다짐을 마음속에 새겨본다.


아버님 퇴원하시면 단풍 구경이라도 다녀오고 싶은데, 쌀쌀한 날씨에 가능할지 모르겠다.

(요즘 아버님 취미는 '6시 내 고향'에 나오는 여행지를 기록해서 함께 여행 가는 것이다)



한 줄 요약 :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더 감사하며 살아야겠다.




#라이트라이팅#라라크루#글 쓰는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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