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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스락 Nov 29. 2023

소주에 반하다

한잔에 어깨동무

소주에 반하다.

목을 타고 넘어가는 찌릿함에 한번.

코끝으로 찡하게 느껴지는 알싸한 알코올 에 한번.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는 소주 한 모금에 온몸이 스스로 녹아내린다.

하루 종일 느꼈던 스트레스는 사라지고 행복한 웃음이 절로 나온다.

주책없이 크크 거리는 내 마음~~ 초록 소주병이 그리 좋으냐~~


소주를 초록 병을 참 좋아했드랬다.

신기하게도 소주는 반짝반짝 웃음을 안겨주기도 했고 팀원들과 허허거리며 주책을 부릴 수도 있었다. 목구멍에 참기름을 바른 양 잘도 넘어가던 술이 어느 순간 목구멍에 걸려 넘기지 못하고 입 안에서 맴돌면 먹을 만큼 먹었으니 인제 그만 마시라는 신호. 스스로 술을 거부하는 이상한 체질이라도 되는지 맘껏 마시고 취해서 주사도 부리고 때론 만취 상태로 인사불성이 되고 싶었지만 언제나 목구멍에서 차단 했다.

'너 그거 마시면 안 돼, 그만 마셔' 꼭 이렇게 말이라도 하는 것처럼 술은 더 이상 내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는걸 거부하고 결국 술잔을 내려놓는다. 술에 취하도록 마시지 않아도 만취 그 이상으로 즐기는 방법은 알고 있다. 회식하면 어느 정도 술잔이 오가고 다들 거하게 취기가 오르면 목소리가 격양되면서 뻣뻣했던 상사도 움츠렸던 팀원도 조금은 부드러운 어투와 표정으로 서로를 챙긴다. (간혹 더 버거운 상사도 있다)



팀원들의 술버릇과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취하지 않은 상태로 술잔을 기울이는 것도 남다른 즐거움이다. 우리는 동지, 동료 회사라는 울타리 안에서 각자 위치와 역할에 충실하다 보니 상처를 주기도 하고 날카로운 말로 가슴에 비수를 꽂기도 하지만 그래도 우린 같은 곳을 바라보고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동료. 소주병이 앞에 놓인 오늘만큼은 툴툴 털고 맘껏 껄껄거려보자.

1차, 2차로 즐긴 회식 

  


같이 근무했던 직원의 퇴사로 조촐한 송별회를 했다. 술을 마시지 않은 나를 보고 후배가 많이 서운해한다.

'걱정 마, 술 안 마셔도 술 마신 것처럼 신나게 놀아줄 수 있어" 말은 그렇게 했지만, 알코올 향이 조금은 들어가야 흥이 스멀스멀 오르는 건 사실이다. 서운해하는 후배를 위해 소주 대신 맥주 한잔을 벌컥 들이켰더니 속이 뻥 뚫리는 것 같다. 온몸의 세포들이 두 손 벌려 맥주를 받아들인 것처럼 후끈거렸다.


취기가 오른 후배는 그동안 서운했던 마음에 눈시울이 붉어진다. 위로가 필요한 사람에게 무슨 위로를 해야 할지 그저 후배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있다가 대뜸 사과 했다. "많이 힘들었구나, 몰라서 미안하다"

나의 사과가 나비효과가 되어 그 자리에 있던 선배들이 하나둘 사과를 한다. "미안해" "미안해" "내가 악마처럼 굴었지 미안하다"  "저 선배 술은 받지 마, 너를 제일 힘들게 했던 사람이잖아"  "아니야~~ 나도 미안해"

그렇게 한참을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그동안 무엇 때문에 힘들었는지 차분하게 후배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

어색했던 처음 분위기와 달리 다들 공감하며 경청한다. 함께 일할 때 들어줬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해 못내 미안하고 미안했다.


좋은 기억이 많지 않겠지만 오늘 술자리가 후배에게 작게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실 술 자~알 마셨다고 소문났던 나의 과거는 술 반 물 반으로 이루어 낸 역사다.



#라이트라이팅#라라크루#글 쓰는 친구들#소주#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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