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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스락 Dec 13. 2023

나! 이런 사람이야.

신나는 다이빙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리고 고개는 사선으로 멀리, 발가락 힘을 이용해 두 다리를 최대한 높이 든 상태로 물속에  미끄러지 듯 포물선을 그리며 사뿐하게 '첨벙' 최대한 숨을 참고 유유히 물속을 가로지를 때 살 속에 파고드는 시원한 물줄기는 마치 모아나가 테피티의 심장을 처음 발견했을 때처럼 내가 모아나가 되어 물속 길을 헤엄쳐 미지의 세계를 찾아가는 다소 거창하고 동화 같은 상상을 해본다.




매주 수요일 새벽 수영은 '다이빙' 시간이다. 수영에 진심이지만 다이빙에 더욱더 진심인 나는 거침없이 물속을 향해 뛰어든다. '첨벙' 물속으로 몸을 던지면 물과 하나가 되는 그 찰나의 기분이 너무 좋다. 고개를 살짝 움직이거나 발가락 힘이 빠지면서 다리가 구부러지면 몸의 균형을 잃은 상태로 물속에 뛰어들게 된다. 그럴 때면 어김없이 얼굴은 물싸대기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되고, 배에 피멍이 들 정도로 물보라를 일으킨다. 간혹 쓰고 있던 물 안경 한쪽이 벗겨져 후크 선장이 되어 물 밖으로 얼굴을 빼콤 내밀고, 수영장 한가운데에서 진로 방해를 하지 않기 위해 종종걸음으로 뒷사람에게 길을 내어주다 보면 창피하기도 하지만 그 과정까지 흥미로운 경험이 된다.





아주머니1  "어머, 코치님이 OO씨 다이빙하는 거 보고 누가 가르쳤는지 참 잘하네요" 하고 으쓱하셨어.

깜짝 놀랐다. 칭찬도 인색하고 매번 수영 자세 지적을 받는 터라 기대도 못 했던 말을 들으니, 어깨가 으쓱 올라가는 기분에 한결 가벼워진 걸음으로 다이빙하러 갔다. (코치님은 나와 눈이 마주쳤지만, 아무 말이 없다.

ㅜㅜ 그럼 그렇지 어쩌다 소가 뒷걸음질 치다가 쥐 잡은 꼴일꺼야)


자세를 바로잡고 다시 한번 '첨벙' 시원하다.

뒤따라오는 아주머니2 "코치님이 자기가 가르쳐서 완벽하게 다이빙한다고 칭찬하셨어"


그럼, 이번에도 소가 뒷걸음친 건가? 그러면 어떤가. 코치님이 자기 제자가 잘해줘서 누군가에게 '내가 가르쳤소' 자랑할 수 있는 사람이 '나'였다는 사실이 나를 설레게 했고 행복하게 했다.


누군가에게 자랑거리가 된다는 사실, 뿌듯하고 감사하다.


처음 수영을 시작할 때 기초체력과 근력이 부족해서 수영이 아주 힘들거라며, 평형을 시작할 때는 정말 수영하기 힘든 몸이네요... 라고 팩폭 까지 날렸던 코치님이 아니신가...


아직 코치님이 원하는 만큼 제대로 하고 있지는 않지만, 오늘은 참 행복하네요.

수영장 관심병사였는데, 오늘은 백조가 되어 훨훨 날아볼랍니다.

인정욕구가 강하지만 인정은 잘 받지 못하는 사람인지라 오늘만큼은 어깨 뽕을 제대로 세워보렵니다.


나! 이런 사람이야~~



한 줄 요약 : 도착지가 어디인지 모르지만 포기하지 않는다면 내가 가는 곳이 도착지가 아닐까...




#라이트라이팅#라라크루#글 쓰는 친구들#다이빙#새벽 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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