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엄마... 다.

땀나는 하루

by 바스락

손 하나 까딱하고 싶지 않은 날은 마음을 대변하듯 머피의 법칙이 현실이 된다.

무엇 하나 뜻대로 되지 않는 날, 나는 멈춘다. 끝이 아니라 잠시 멈춰서 되돌아간다.

생각의 행동 방향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데, 소진된 에너지는 자포자기다.


부족한 엄마는 오늘도 어김없이 허우적거렸다.

2층과 4층을 오가며 너희와 눈을 맞췄다.


방긋 웃는 딸

"엄마 오지 마" 2년 동안 그 말을 믿고 엄마는 부모 참관수업을 한 번도 가지 않았다.

네가 중학생이 되면서 너를 믿는다는 이유로 많은 것이 소홀해졌다. "관계" 언제든 아이가 나를

찾을 수 있도록 믿음의 관계만 유지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선 나를 보고 방긋 웃는 너

크게 엄마를 불러주던 너

자꾸 뒤를 보며 눈 맞춰 주던 너

행복하고 고마웠어.


눈을 피하는 아들

이제 중학생이 된 아들, 노란 병아리 체육복이 맘에 들지 않다고 투덜거렸다.

"엄마 오지 마" 누나가 했던 말을 똑같이 하더니, 자꾸 뒤를 본다.

엄마를 보고 모른 척 고개를 돌리더니 남처럼 행동한다.


어제도 그랬다. 밤에 귀여워서 머리 좀 쓰다듬어 주려고 했더니, 좌로, 우로 고개를 돌려가며

엄마 손길을 피하며 씩 웃었다.


층을 오가며 두 녀석 참관수업을 다녔더니 혼자만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리고 처음으로 학부모 총회에 참석했고, 얼떨결에 3학년 학부모 대표가 됐다.

아이들 학교 보내고 처음 참석한 학부모 총회, 염치가 없었다.

휴, 큰일 났다.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걱정스럽다.


아이들 참관 수업 덕분에 모처럼 일찍 퇴근했다.

집에 오는 길에 딸에게 전화를 걸어 데이트 신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엄마, 그냥 집으로 오세요." 몇 번의 요구에도 요지부동인 딸. 설렘은 내 몫이었다.

미뤘던 청소와 빨래를 하고 닭볶음탕이 보글보글 익어갈 때쯤 아들이 들어왔다.


오손도손 모여 뜨끈한 밥 한 끼 하고 싶었다.

"엄마, 나는 아침에 남았던 샌드위치 먹어서 배 안 고파"

다이어트하겠다는 딸, 인정해 줘야지,

"엄마, 나는 라면 먹고 싶은데"

닭볶음탕을 그릇에 옮겨 담고 있는데, 라면이라니.


결국 라면도 끓여서 한상차림.

"엄마 라면이 탄 맛 나, 이상해"

"에이, 치즈 맛이네"

"아니, 탄 맛이라니까"

"엄마, 왜 자꾸 치즈 맛이라고 해, 탄 맛인데"

아들은 눈을 크게 뜨고 똑바로 나를 응시했다.

갈색 눈빛에 짜증만 담고 있었다.


'이놈이'


아들을 한 번 째려보고 등을 돌려 설거지했다.

"엄마, 나도 모르게 짜증이 나는데, 자꾸 엄마가 내 말을 안 들어줘서 더 짜증이나"

"자꾸 짜증이 나는데, 어떻게 해, 나도 사춘기인데 짜증 낼 수 있잖아"


등 뒤에서 들려오는 아들 목소리에, 평정심을 유지하려 노력했다.

눈물이 나기 전에 방으로 도망가야지, 설거지를 끝내고 노트북만 챙겨 안방으로 들어왔다.


"엄마, 미안해요."


종일 종종거렸던 하루였다. 안방으로 도망치고서야 자리에 앉았고, 휴식을 취했다.

아들 행동에 화가 났다기보다 표현하는 방법과 감정을 알려주고 싶었다.

하지만, 표현 방법이 서툴고 어려운 건 나도 마찬가지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중요한 걸 놓치고 살고 있는 건 아닌지 덜컥 겁이 나는 이유는 뭘까?



문제란 사라지지 않는다.

문제는 부딪쳐서 해결하지 않으면 그대로 남아 있어서 영혼의 성장과 발전에 영원히 장애가 된다. (주1)


"아들, 2분만 엄마에게 시간을 줘"


오늘 엄마 기분이야, 아들 기분도 적어 봐!


26.03.25 (엄마)

분주하고, 벅찼다.

엄마라서 좋았다.

화가 났다. 아들과 감정 조율을 잘하고 싶다.


26.03.25 (아들)

하루는 재미없었다.

내일 음악 할 생각에 우울하다.

갑자기 혼자 짜증 났던 기분을 모르겠다.


*침대에 누워 있는 아들에게 오늘 기분을 묻고 적었다.


주1> 아직도 가야할 길, M 스캇 펙



#딸#아들#감정#표현#사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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