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숭숭 좌불안석 며칠째 남편은 잠을 이루지 못한다. 검게 타들어 가는 표정에 근심 한가득. 연말이 되면 회사는 하루하루 살얼음판이다. 경매시장처럼 직원들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우리 부서에서 OOO 내놓을 테니 너희 부서에서 OOO 내놓아라. 혹여 내 이름이 오르내리며 생선값 매기 듯 낙찰자를 기다리는 건 아닌지 소문은 없는지 촉각이 곤두선다. 몇 해 전까지 뒤숭숭한 시장판에서 나는 열외대상이었다. 십여 년 동안 회사 세무 업무 담당자로 회사 내에서는 나름 철밥통을 지켜내고 있었다. 입사 후 줄곧 한 직무에서 스페셜리스트(Specialist)가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고 신고 와 신고 사이에서 숫자와 줄타기를 즐기며 예민함과 강박에 익숙해진 삶을 살아오고 있었다. 회사는 이제 제너럴리스트(Generalist)가 필요하다며, 후임자 양성에 총력을 기울여 달라고 한다. 후임자 양성 그것은 철밥통이 사라져 가고 있다는 뜻이었다.
내년이면 입사 20년 차 스텝부서에서 회계/세무 업무만 해왔던 나에게 영업팀 업무를 권했다. 순간 감정이 휘몰아쳐 '사표'를 써야 하나 잠시 고민했지만, 세무 업무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도 있었기에 그동안의 'JOP'을 내려놓기로 했다. 그렇게 1년이 지나 맞이한 12월 매년 느꼈던 12월의 숨 막힘이 없다. 묵직한 마음의 짊이 사라졌다. 신입 사원처럼 새로운 일에 적응하고 업무를 익히면서 활력이 되살아났다. 일이 재미있고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서 생각의 폭이 넓어졌다. 그렇게 안정을 되찾아 가고 있는데, 12월은 안정적이었던 남편의 거취를 뒤흔들고 있다.
무 걱정, 무한행복을 즐길 줄 아는 남편은 내가 제일 닮고 싶은 사람이다. 그런 남편이 요즘 잠도 못 자고 잘 먹지도 못하면서 애타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자, 무슨 생각을 그렇게 심각하게 하는지 말해봐요" (멍하니 침대에 걸터앉아 있는 남편에게 묻는다)
"아무래도 지방 발령 날 것 같아, 내일 면담하면 알겠지만 아마도 부산이나, 대전으로 가게 될 것 같은데"
"그래서 그렇게 심각해, 단순하게 생각하자 가야 할 상황이라면 간다고 해요, 고민해서 해결될 문제도 아니잖아, 너무 고민하지 마"
(곰곰이 생각하던 남편)
"같이 가자, 당신도 대전이나 부산으로 같이 발령 내달라고 하고 아이들이랑 다 같이 가자"
"음, 몇 년 있다 다시 서울로 복귀할 수도 있잖아"
"대전에서 이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라 쉽게 못 올 수도 있어" "몇 년이 걸릴지도 몰라"
시무룩해진 남편에게 단호하게 난 같이 가고 싶지 않다고 의사를 밝혔다.
(뒤숭숭한 12월은 언행을 조심해야 한다. 어리숙하게 의사 표현을 잘못하면 어디로 팔려 갈지 모르기에
남편은 서운하겠지만 나는 아이들과 이곳을 지키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남편은 아니 우리 가족은 12월의 혼돈 속에서 중심 잡기를 하고 있다.
(한해를 잘 마무리하고 새해를 기쁘게 맞이하는 12월이 되어 주기를 바라본다)
한 줄 요약 : 인생은 타이밍!! 고민하다 보면 인생은 또 다른 길로 접어들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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