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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스락 Dec 05. 2023

몸살

예약 좀 하고 올래?

예약도 없이 불쑥불쑥 찾아온다.

매번 두 개의 자아가 싸운다. 몸살과 한 몸이 되어, 그냥 아파지자. 몸살은 체력 탓이니까 더 치열하게 몸살과 싸워서 이기자. 몸살과 싸우는 나, 단기적으로는 승률이 있다. 아픈 몸으로 새벽 수영을 하고 나면 느껴지는 희열, 그러나 회사에서는 어김없이 몸살에 집어삼켜 몽롱한 정신과 둔탁한 몸놀림, 멈춰버린 뇌 기능에 잠시 털썩 주저앉고 싶어진다.


예전에는 1년에 크게 한번 몸살을 앓고 나면 괜찮았는데 요즘은 예고 없이 훅 들어와 며칠 동안 손발을 꽁꽁 묶어 둔다.



몸살의 기후,

출근 후 눈이 침침하고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피곤해서 누우면 금방이라도 숙면을 취할 것 같지만 잠이 오지 않는다. 눈을 뜨고 있는데 잠에 취한 기분이다. 입 밖으로 나오는 말이 내가 하는 말인지 잘 모르겠다. 해야 할 일들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일이 마무리가 안 된다. (집중력 저하)

퇴근길에 몸이 무겁다. 결국은 몸살과 동침을 한다.    



잠깐 머물다 빨리 갔으면 좋겠는데 짧게는 사흘 길게는 일주일 남짓 떠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나의 시간과 생활 안에서 모질게도 함께 하길 원한다. 가끔은 두통을 데려오기도 하고 오한을 선물하기도 하면서 시도 때도 없이 열을 발산해서 사람을 깜짝깜짝 놀라게 한다. 가끔은 오해를 일으키기도 한다.

어제는 뜨거운 내 몸을 만지던 딸아이가 엄마 "갱년기" 같다며 화들짝 놀란다. 요지부동 알 수 없는 몸 상태를 잘도 만들어 낸다. 몸살과 하나가 되지 못하게 요리조리 움직이고 약을 미리 많이 챙겨 먹어서였을까 심한 고열과 근육통이 찾아오지 않은 상태로 나의 몸살은 남편에게 옮겨 갔다. 알람보다 더 정확한 남편의 기상 시간을 오늘은 몸살이 저지했다.남편 미안해~


새벽 수영장 가는길에 하늘. 달. 나무


몸살은 질투심과 소유욕이 많다. 혼자는 외로운지 자꾸 여러 사람에게 손을 내민다. 앞으론 예약 좀 하고 왔으면 좋겠다. 여유 있게 몸살을 맞이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지금처럼 바쁜 날은 좀 피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라이트라이팅#라라크루#글 쓰는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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