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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스락 Dec 15. 2023

금요일에 문장

존재만으로 빛난다. (23.12.15)

그때 나는 이제 다 끝났다는 걸 알았다.
'나는 이 사람이 없는 인생은 결코 원하지 않아' 그때 내가 한 생각이다.
이건 내가 그려왔던 인생이 아니었다. 체격이 아주 작고, 나보다 일곱 살이 어리며, 자전거 경주에서 나를 이기고, 툭하면 나를 향해 어이없다는 듯 눈동자를 굴리는 여자를 쫓아다니는 것은.
그러나 이건 내가 원하는 인생이다.  

출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룰루 밀러 저


나의 문장


똑똑하고 명석한 아이가 태어나 스스로 직립보행을 하며 방긋 웃어주고, 뭐든 알아서 척척 해결하는 자기 주도적인 아이로 자랄 거라는 가당치 않은 꿈을 꾸었다. 내 아이는 특별해서 다섯 살 이전에 한글을 떼고 셈도 빨라 가르치지 않아도 될 거라는 망상에 빠져 있었다.


"어머니" OO가 학교에서 논쟁이 있었어요. 수학 점수가 평균 이하예요. 덧셈과 뺄셈에 대한 개념이 전혀 잡혀 있지 않고, 이해를 못 하는 것 같습니다. 학습에 방해되는 행동을 합니다.


초등학교 입학과 함께 걸려 온 담임 선생님의 전화. 내가 꿈꾸던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학년이 오를수록 담임 선생님과의 면담 건수는 늘어났고 그럴 때마다 '죄송해요'라는 말을 남겼다. 아이가 '문제아'로 낙인찍힌 기분이었다. 아이가 상처받지 않기를 기도했다. 부모로서의 부족함이 아이들 외롭게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이 문제일까? 학교생활에 적응을 못 하는 걸까?

ADHD 검사를 받아야 하나? (선생님 권유도 있었다) 하지만 그 정도의 산만함은 아니라 생각했다.


"엄마는 우리 아들 믿는다. 공부 좀 못하면 어때, 괜찮아, 하지만 마음은 따뜻했으면 좋겠어"

"한 가지만 약속해 줘, 수업 시간은 친구들 시간이기도 해 친구들은 공부하고 싶은데 아들 때문에 방해받으면 안 되겠지, 친구들 시간 방해 하지 않기"

"수업 시간에 답답하고 힘들면 그림을 그려" (낙서한다고 혼나)

"마음속에 화가 나면 엄마랑 함께 불렀던 노래를 기억해" (수업 시간에 노래 부르면 혼나)


매일 아침 아들 가방에 작은 포스트지를 붙였다. 아들이 스스로 자신을 '문제아'라 단정 짓는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자꾸 자존감이 낮아지는 아들에게 자신감을 되찾게 해주고 싶었다.


"엄마, 왜 자꾸 메모지를 붙여. 나 너무 슬프잖아"

"왜 슬퍼, 엄만 아들 기쁘게 해 주려고 그런 건데, 알았어! 이제 안 할게"

그렇게 4학년이 되면서 아들은 조금씩 학교생활과 규칙에 적응했고 이제는 의젓한 형아, 노릇을 한다.

너로 인해 내 삶은 빛났고, 너로 인해 엄마는 오늘도 환하게 웃을 수 있단다.

존재만으로 반짝이는 아들아, 좋아하는 축구 하면서 맘껏 웃으렴~  그걸로 됐다.




#라이트라이팅#라라크루#문장연습#금요일#아들#학교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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