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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스락 Dec 23. 2023

나처럼 살아보자!

라라크루 금요일의 문장. (2023.12.22)

의미를 찾는 일은 단순히 철학적 탐구가 아니다. 자주 이야기되는 것처럼, 또는 내가 대학에서 생각한 것처럼 의미는 자기 안에서, 자신을 위해 만드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대개 다른 사람들 안에서 찾을 수 있다. 타인에게 관심을 쏟음으로써 우리는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들을 위해 유대감이라는 기둥을 세운다. 자신의 삶 안에서 의미를 찾고 싶다면 우선 사람들에게 다가가야 한다.

출처. <어떻게 나답게 살 것인가> – 에밀리 에스파하니 스미스 지음/ 김경영 옮김


나의 문장


나처럼 산다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나를 전부 내보이는 용기도 필요하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가 제대로 알지 못하면 그것 또한 쉽지 않다. 자신을 객관화하는 것도 쉽지 않다. 타인의 시선으로 나를 평가받고 타인이 바라보는 내가 진짜 나인지, 내 안의 내가 진짜 나인지 혼란의 답을 찾아보기로 한다.

오랫동안 후배들에게 '마더테레사'라 불리었다. 반면 상사들은 나를 불도저라 불렀고 까다롭다 했다.

타인 안에 나, 나에게 나는 어떤 사람일까. 그저 정 많고 여린 친구, 곱씹지 않아도 보이는 그런 사람 의미보다는 존재, '함께'가 부담스럽지 않은 나처럼 살아보고 싶다.





"아휴 인기가 많네요, 찾아오는 사람도 많고" (연말이라 후배들이 많이 찾아오고 있다)

"아 제가 윗사람한테는 이쁨을 못 받는데, 후배들한테는 인기가 좀 많아요"

" 아, 최악의 사회생활을 하고 있네요"

"그러면 어때요. 제가 좋으면 됐죠"

"아이고, 어련하시겠어요"


얼핏 보면 디스 향이 스멀거리지만, 사실 처음으로 있는 그대로 나를 인정해준 팀장과의 대화다.

회사는 일 잘하고 상사가 다루기 쉬운 팀원을 원한다. 일은 중간만 하더라도 상사에게 부담스러운 팀원, 특히 상사를 눈치 보게 하는 팀원은 언제고 내치고 싶은 1호 팀원일 수밖에 없다.


그런 1호 팀원으로 잘 버티며 살아왔다. 실력 배려 그리고 지조 내가 꿋꿋하게 나를 지킬 수 있었던 이유였다.

회사 생활, 업무, 동료에 대한 나의 지조는 한결같았고, 그에 따른 결과가 어떻든 받아들이며 지냈다.


시간이 지나 고참이 되고 팀원들을 지켜주지 못하는 현실에 나의 지조는 흔들렸다.

잠시 나의 배려와 지조를 뒤로하고 상사에게 나를 맞춘다.

'하하, 호호' 웃음 속에 나는 사라지고 없다. 삶이 흔들린다. 나를 부정하는 내가 재미가 없다.

상사와의 언쟁이, 비수가 되어 가슴을 파고든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제는 나처럼 살아보기로 했다.


"아니, 회사 생활을 어떻게 한 거예요, 다 지뢰밭이야, 일은 깔끔하게 잘한 데, 왜 그렇게 소신만 지키고 살아요" "올해 나를 만난 거 행운인 거 아시죠" "너무 안타까워서 그냥 두고 볼 수가 없네, 같이 일해 보니 사람 참 괜찮은데, 에튜티드가 없는 사람도 아니고, 소문은 왜 그런 거예요."


"하하 저는 일만 합니다. 일만 잘하면 되잖아요" "하하"

(근데 제 소문이 어떻게 났길래~ 그렇게 이상한가요?)


"뭐, 그냥 그런 게 있어요" "근데 맞는 말 하나도 없는 건 내가 인정해요"

"또 저기 윗분들도 일은 깔끔하게 잘해서 맡겨도 된다고 하니, 감정이 많이 쌓인 것 같지 않고, 인사도 좀 하시고, 뼈 때리는 말은 이제 그만하시고~~"


(큰 프로젝트를 앞두고 적임자를 찾는 과정에서 나의 존재가 이러쿵저러쿵... 모난 돌처럼 삐딱하게 윗사람과업무 충돌이 생기면 그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사회생활 지지리 못했던 나는, 남편의 진심 어린 충고에 상처받고 동기들의 안타까운 걱정에 나름대로 노력이란 걸 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나는 나를 잃어갔고 가슴속에 답답한 대나무 숲만 똬리를 틀뿐이었다)


(사회 부적응자가 아닌 상사 부적응자인 나는 나처럼 살 때 업무 퍼포먼스를 내고 일이 좋아진다)

21년 12월19일  몹시도 힘들었던 날 나를 찾다.



* P.S : 지지리 운 없는 나를 본인의 판단으로 밀어주고, 융통성 없는 성격이 답답하지만, 정말 원하는 업무 성향의 팀원을 만났다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해 준 상사님, 뼈 때리는 말로 상처받았다면서 뼈 때리는 말을 다 들어주셨던 상사님, 덕분에 나의 지조를 지킬 작은 용기가 생겼습니다.



한 줄 요약 : 아는 길로 가면 쉬울 텐데 굳이 돌아가려 하는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돌아가더라도 그 길이 내 길인 양 편안하면 내 길로 만들면 된다. 타인의 시선으로 갇혀버린 나는 왔던 길로 돌아가려 한다.




#라이트라이팅#라라크루#금요일의 문장#나#사회 부적응자#상사 부적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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