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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스락 Dec 27. 2023

신혼을 함께한 진공청소기

라라크루 화요갑분

빨간색이 유난히 눈길을 끌며 어서 오라고 손짓했던 진공청소기.

청소를 좋아했던 남편은 청소용품에 진심이었다.

(현재는 청소도 청소용품도 진심이 아니다 ㅜㅜ)


진공청소기를 언제 어디서 구입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결혼하고 현재까지

바뀌지 않은 가전제품은 빨간 진공청소기뿐이다.

(남편이 혼수 준비할 때 같이 구입 했다고 한다. 내 기억은 리셋 상태)


이것저것 진공청소기를 대체할 만한 청소용품을 구입해 진공청소기를 창고에 넣어두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 다시 안방에 '떡' 하고 나타나 있었다.


남편 몰래 꼭꼭 숨겨두면 다시 '떡'하니 나타나 다시 왔노라 방실 손짓한다.


유난히 애착이 가는 이유는 너무 무난하게 생겨서, 고장이 안 나서, 청소할 때 손잡이가 익숙해서

이리저리 굴려도 땡그르 다시 멀쩡하게 일어서 넘치는 힘을 뿜뿜 거리는 우직한 모습이 남편을 닮아서 ^^





남편 청소 욕구가 마구마구 솟았던 그때도, 폭탄 맞은 듯 어수선한 지금 우리 집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숨은 먼지를 단숨에 삼켜주고 있다.


꼼짝하기 싫은 주말 오후 시원하게 청소기 한번 돌리는 것으로 집은 말끔해진다.


마법 같은 진공청소기를 언제까지 쓸지 모르지만, 남편이 손수 세척하고 알뜰살뜰 보살핀 덕분에 최신 청소기 보다 성능이 아주 조금 떨어지지만 사용감은 최고다.


졸졸 전깃줄이 주르륵 빨려 들어가듯 감기는 맛도 진공청소기를 쓰는 이유 중 하나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빨간 진공청소기는 딸보다 한 살 많고, 아들이 청소기 위에 올라타 붕붕거렸던 놀이기구가 되어 주기도 했다. 오늘도 여전히 분주하게 요리조리 땡그르 굴러 다니는 빨간 진공청소기는

정이 가고, 애정이 가는 우리 집 우직한 깔끔 지킴이로 자리 잡았다.


                                                                                 신혼을 함께 했던 빨간 진공청소기 




한 줄 요약 : 옆에 있어 소중함을 잠깐 잊었더라도 여전히 나에게 소중한 것들을 아끼며 사랑하며 살자.



#라이트라이팅#라라크루#청소기#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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