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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트료 Mar 23. 2016

미술관에 젖어들기

루브르와 오르셰, 퐁피두

나는 미술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글쎄, 다른 사람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는 미술과는 살짝 거리가 먼 사람이다. 어떤 사람의 어떤 작품이 좋아~ 그 사람의 예술세계가 좋다. 보다는 그냥 어떤 그림이 풍기는 전체적인 이미지나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그 사람의 그 작품이 좋다 정도이다. 그래도 은근히 미술관 가는 보통 사람보단 가깝다.

중고등학교 때 잠깐 알았던 아이가 미술관을 좋아해서 몇 번 같이 갔었고, 친구들도 미술이나 예술과 관계되어 있는 아이들이 많아 자주 다녔다. 그래서 지금도 미술관에 가는 것은 좋아한다. 작가를 찾아 따라다니지는 않고, 전시 포스터를 봤을 때 포스터의 이미지가 좋으면 기억해 두었다가 방문한다.    

그런 내가 공항에서 제일 먼저 한 것이 뮤지엄 패스 구매였다.

파리 방문에서 내가 제일 기대했던 것은 다른 무엇보다 베르사유, 루브르, 오랑주리, 오르셰였다. 마음 한편으로는 무척이나 기대하고 있었다. 내 두 눈으로 그 예쁜 작품들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그 장소에 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밤의 루브르는 낮과는 다른 느낌으로 밤에도 웨딩사진을 촬영하기 위한 커플이 있었다.

      

오르셰 미술관을 가기로 한 날, 일어나자마자 씻고 바로 미술관에 간 덕분에 개장 전에 도착했다.




황홀하다는 느낌.     

이제까지는 미술작품을 보면서 좋다고는 많이 느꼈지만, 황홀하다는 느낌까지는 받아본 적이 없었다. 뭐가 그렇게 나를 사로잡았는지는 잘 설명하기 어려운 느낌이 조금 있다. 처음 조각들을 마주 보았을 때, 조각의 표정이 포즈가 모든 것이 나를 사로잡았다. 그냥 사랑에 빠졌다는 말로도 부족하고 마치 내가 피그말리온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지게 만들었다.      

내가 사랑에 빠지게 된 대상으로 숨도 제대로 못쉬도 바라보았다.

많이 흔들렸지만, 루브르의 천장. 하나하나 자세히 보고 싶어 고개를 들고 다녀야 했다.

이것들을 놓치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았다.

어떤 그림들은  시리즈로 그려져 있었다.


전날에는 베르사유를 갔다 와서 루브르를 갔었다. 베르사유나 루브르에서는 정말 천장까지도 사랑스러웠다. 내가 한국에서 갔던 미술관이라고 해봐야 그냥 흰 벽, 어두운 공간, 똑같은 액자에 담긴 그림들을 그냥 순서대로 보고 나오는 것이었다. 그런 내가 본 베르사유와 루브르는 황홀한 장소였다. 내가 밟고 있는 바닥을 제외한 모든 곳이 작품으로 가득 차 있었다. 붉은 벽에도 예쁜 작품으로 꽉 차 있었고, 남색의 벽에도 작품들로 꽉 차 있었다.(심지어 밝았으며, 어떤 방은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이 작품에 반사되었으며, 그것이 작품을 더 아름답게 만들어 주었다.)   

  

루브르의 작품 하나하나 다 좋았지만, 내 눈길을 끈 것은 이 벽이였다.

물론 마지막으로 방문했던 퐁피두 센터는 흰색 벽에 작품이 있었지만, 베르사유와 루브르에서 만난 작품들은 벽에 걸려있거나, 전시되어 있는 것들이 아니라 공간 자체가 숨 막히도록 갖고 싶었다.    

퐁피두의 에스컬레이터

왼쪽 사진에서 회색 옷을 입은 학생은 열심히 노트에 뭔가를 적고 있었다.

루브르> 오르셰> 오랑주리=퐁피두 순서로 한국사람이 없었다.




내가 너를 마주하고 있다.

내가 이렇게 까지나 예술이라는 영역을 사랑했던 적이 있었을까? 바로 눈앞에서 보는 그 섬세한 붓 자국이 나를 사로잡았다. 미술에 대해 이렇게 까지 모르는 내가 너를 보고 있다는 것이 너무 좋아.

물론 나는 루브르에서 같이 줄을 서던 그 사람처럼 미술에 대해 정말 잘 알고 작가 하나하나 쫒았다니며 기대하는 사람은 아닌 가벼운 팬심이지만, 그래도 네가 여기 있어서 내가 너를 보고 있다는 것이 너무 좋다.

네가 여기 이렇게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사랑스러워.  너의 존재 자체가 내가 네가 있는 도시를 사랑하게 되는 거 같아.





파리에서 태어나고 싶어 졌다.     

파리에 가기로 하고 나서 불어를 배워야 하나 하고 고민은 했다. 아베 세데 외우다가 말았지만, 다녀와서 불어도 모르고 영어도 모르니 작품 설명을 읽을 수가 없어 답답했다. 특히 퐁피두센터에 있는 작품들은 미술을 통틀어 이해도가 0인 나에게는 정말 필요한 능력이었다.

그래서 불어를 잘할 수 있었다면 정말 좋았을 텐데, 아니다 아예 프랑스 사람으로 태어나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하고 생각해봤다. 루브르와 오르셰, 퐁피두에서 어린아이들을 보면서 예술이라는 영역을 자연스럽게 배우고 삶에서 한 구석에 놓아두는 것이 부러웠다.

그전에도 파리에서 걸어 다니는 사람들에게서 나도 모르게 그 사람들만이 가지고 있는 자유로움이라던가 여유로움 이런 것들을 느꼈었는데 루브르를 다녀온 뒤로는 그 이면에 '예술'이라는 면을 담고 있다는 것이 미치도록 부러웠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기 위해 다시 그때 찍은 사진들을 찾아보았다. 그리고 그때 내가 사랑에 빠지게 되었던, 조각이 이렇게나 멋진 거였구나 하고 나를 황홀하게 만든 사진을 다시 보았다.








외장하드 콘센트를 꼽는 순간 퍽하고 스파크가 튀었어요.

... 외장하드님..

오늘은 사진으로 채웠네요. 금요일엔 짧은 글로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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