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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도가 작품이 될 때 , 박보나 지음

When Attitudes Become Artwork

by 맫차

내가 현대미술을 사랑하게 된 건

더 이상 교과서에 나와 있는 작품의 해설과 작가의 의도대로

무언가를 흡수하지 않아도 되서였다.


처음에 내가 느낌 그대로 작품과 그 공간을 받아들이고,

그 이후에 마음이 드는 작품을 더 찾아보고

그냥 작가를 알아가면 되었다.


수많은 사람들 중에 누군가가 점찍어진 사람과 만나서 밥을 먹고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내가 더 알아가고 싶은 사람에게 자발적인 관심을 더 쏟는 것처럼.

현대 미술은 그렇게 해도 되는 것,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설사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을 보고 몬스터볼로 끊임없는 상상 속 이야기를 한다고 해도..

실제로 2006년 시립미술관 전시를 보면서 나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좋아하는 녹색과 인상적인 작품으로 이루어진 커버는

한눈에 보자마자 집어 들게 만들었고

모호하고 조금은 급진적인 작품과 작가들의 이야기를 읽어내는 건

아쉬울 만큼 너무 빨리 끝나버렸다.


올해 집어 든 수많은 미술 관련 서적 중 가장 인상 깊고,

작품을 너머 사유하게 만든다.

태도가작품이될때_카드형홍보물3.jpg




p.17

언제 손을 놓을까, 어떤 속도로 떨어질까, 어느 방향으로 넘어질까, 그의 고민이 흥미로운 긴장감 속에 표현되는 가운데 그가 떨어지는 순간, 비디오는 농담처럼 끝난다. 떨어져서 깨지는 결과에 초첨을 맞추는 게 아니라, 어떻게 잘 떨어질까를 고민하는 과정이 더 중요해 보인다. 그렇다면 아더르가 강조하고자 했던 것은 좌절과 실패가 아니라, 애써 떨어지거나 넘어지겠다는 자신의 의지와 태도가 아니었을까.


p.42

따스함을 찾기는 어렵지 않아

그냥 사랑하면 살면 돼

진실을 찾는다면 그건 힘든 일이야

너무나 찾기 힘든 바로 그것

정직성 정말 외로운 그 말 더러운 세상에서

HONESTY 너무 듣기 힘든 말 너에게 듣고픈 그 말

_박이소, 작품 제목 '정직성'


p.51

너무 끔찍한 괴물과 너무 많은 피가 진정한 공포를 만들어낼 수 없는 것처럼, 너무 거대한 이야기와 너무 반짝이는 작품이 좋은 환기의 순간을 만들어내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익숙한 것이 살짝 어긋나는 지점에서 생기는 두려움은 흥미로운 의심을 불러일으킨다. 새로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다.


p.118

귀신은 우리의 역사다. 외계인과는 사뭇 다르다. 귀신은 국가 권력과 사회적 폭력으로 죽임을 당하고 밀려난 우리의 조상이며 이웃이다. 따라서 귀신을 자꾸 이야기하고, 이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우리 자신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중요하다. 이 보이지 않는 타자들에게 공감하고 이들과 화해를 시도하는 것은, 우리의 지금 상황과 문제를 알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다. 귀신을 무서워하지 않으면 다른 것이 보인다. 이들이 왜 억울하게 귀신이 되었는지, 무엇이 정말 무서운 것인지가 보인다.



태도가작품이될때_(메인).jpg


그나저나

책 제목 참 멋있지 않나?

현대 미술뿐만 아니라

인생을 관통하는 문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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