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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맫차 Sep 09. 2020

태도가 작품이 될 때 , 박보나 지음

When Attitudes Become Artwork

내가 현대미술을 사랑하게 된 건

더 이상 교과서에 나와 있는 작품의 해설과 작가의 의도대로

무언가를 흡수하지 않아도 되서였다.


처음에 내가 느낌 그대로 작품과 그 공간을 받아들이고,

그 이후에 마음이 드는 작품을 더 찾아보고

그냥 작가를 알아가면 되었다.


수많은 사람들 중에 누군가가 점찍어진 사람과 만나서 밥을 먹고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내가 더 알아가고 싶은 사람에게 자발적인 관심을 더 쏟는 것처럼.

현대 미술은 그렇게 해도 되는 것,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설사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을 보고 몬스터볼로 끊임없는 상상 속 이야기를 한다고 해도..

실제로 2006년 시립미술관 전시를 보면서 나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좋아하는 녹색과 인상적인 작품으로 이루어진 커버는

한눈에 보자마자 집어 들게 만들었고

모호하고 조금은 급진적인 작품과 작가들의 이야기를 읽어내는 건

아쉬울 만큼 너무 빨리 끝나버렸다.


올해 집어 든 수많은 미술 관련 서적 중 가장 인상 깊고,

작품을 너머 사유하게 만든다.




p.17

언제 손을 놓을까, 어떤 속도로 떨어질까, 어느 방향으로 넘어질까, 그의 고민이 흥미로운 긴장감 속에 표현되는 가운데 그가 떨어지는 순간, 비디오는 농담처럼 끝난다. 떨어져서 깨지는 결과에 초첨을 맞추는 게 아니라, 어떻게 잘 떨어질까를 고민하는 과정이 더 중요해 보인다. 그렇다면 아더르가 강조하고자 했던 것은 좌절과 실패가 아니라, 애써 떨어지거나 넘어지겠다는 자신의 의지와 태도가 아니었을까.


p.42

따스함을 찾기는 어렵지 않아

그냥 사랑하면 살면 돼

진실을 찾는다면 그건 힘든 일이야

너무나 찾기 힘든 바로 그것

정직성 정말 외로운 그 말 더러운 세상에서

HONESTY 너무 듣기 힘든 말 너에게 듣고픈 그 말

_박이소, 작품 제목 '정직성'


p.51

너무 끔찍한 괴물과 너무 많은 피가 진정한 공포를 만들어낼 수 없는 것처럼, 너무 거대한 이야기와 너무 반짝이는 작품이 좋은 환기의 순간을 만들어내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익숙한 것이 살짝 어긋나는 지점에서 생기는 두려움은 흥미로운 의심을 불러일으킨다. 새로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다.


p.118

귀신은 우리의 역사다. 외계인과는 사뭇 다르다. 귀신은 국가 권력과 사회적 폭력으로 죽임을 당하고 밀려난 우리의 조상이며 이웃이다. 따라서 귀신을 자꾸 이야기하고, 이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우리 자신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중요하다. 이 보이지 않는 타자들에게 공감하고 이들과 화해를 시도하는 것은, 우리의 지금 상황과 문제를 알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다. 귀신을 무서워하지 않으면 다른 것이 보인다. 이들이 왜 억울하게 귀신이 되었는지, 무엇이 정말 무서운 것인지가 보인다.




그나저나

책 제목 참 멋있지 않나?

현대 미술뿐만 아니라

인생을 관통하는 문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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