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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맫차 Nov 12. 2020

상관없는 거 아닌가?라고

장기하와 얼굴들과 함께 듣는 장기하 산문집

'장기하와 얼굴들'은 나의 20대를 함께 보내온 밴드 중 하나다.

그들이 미디어 하이프를 통해

(아마 그 정도까지 원하진 않았을 텐데..)

화려하게 데뷔 신고식을 치르고 있을 때

나는 한창의 대학생활을 만끽하고 있었고,

홍대를 들락날락하면서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여름을 보내고 있었다.


아마도 '브로콜리 너마저'와의 반대편 지점쯤에서

'장기하와 얼굴들'은 동시대 비스무리한 것들을 노래했다.


산울림의 감성을 계승한 덕분에 난 그들의 앨범을 계속 찾아 들었고,

또 동시대에 가장 성공한 락밴드라는 점은

많은 락 페스티벌에서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들의 라이브를 만나게 해줬다.


한국의 락스타도 이 정도로 충분히 멋있어도

상관없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하게 만들었고, 역시나 락스타처럼 딱 10년을 채우고 은퇴해버려서

나의 20대도 그들의 음악과 함께 박제되었다.



이 책은 아래의 내가 꼽은 '장기하와 얼굴들' 쓸쓸 ver. 노래 플레이리스트

들으며 함께 읽으면 아주 좋다.(꼭 순서대로 들어야 한다! 꼭!)


정말 없었는지_[1집 별일 없이 산다]

그때 그 노래_[2집 장기하와 얼굴들]

마냥 걷는다_[2집 장기하와 얼굴들]

사람의 마음_[3집 사람의 마음]

가장 아름다운 노래_[4집 내 사랑에 노련한 사람이 어딨나요]

오늘 같은 날_[4집 내 사랑에 노련한 사람이 어딨나요]

나란히 나란히_[5집 mono]

아무도 필요 없다_[5집 mono]

별거 아니라고_[5집 mono]



p.17

이삼일 전에 읽었던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의 한 구절을 떠올렸다. "형체 있는 것은 아무리 애써도 언젠가, 어디선가 사라져 없어지는 법이다. 그것이 사람이건 물건이건." 마음을 털어버렸다.


p.72

지금으로서는 꼭 반려자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없지만 그 생각은 바뀔 수 있다. 그리고 내 생각이 바뀌건 말건, 그건 중요하지 않은지도 모른다. 만나게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흠, 결국 세상 대부분의 일들이 그런 식이려나.


p.104

어릴 때에는 좋은 일이 지나가면 슬퍼질 때가 많았다.(중략)

머리가 굵고 난 후에는 그런 것에 대해 점점 무뎌져 온 것 같다. 요 몇 년간은 좋은 날이 지나가는 것에 대해서도, 나이가 드는 것에 대해서도, 연애가 끝나는 것에 대해서도 별로 슬퍼했던 기억이 없다.


p.153

<싸구려 커피>가 유명해져서 내가 얻은 것이 너무 많다. 조금 과장하자면 그 덕에 지난 십 년을 먹고 산 것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맨 처음의 그 세 달 이후 <싸구려 커피>가 무언가를 잃어버린 것만은 분명하다. 그걸 다시는 되찾을 수 없다는 것도 말이다.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는 순간 사라져 버리는 가치도 세상에는 있는 것이다.


p.212

<Nothing That Has Happened So Far Has Been Anything We Could Control>. 내가 좋아하는 뮤지션 테임 임팔라의 노래 제목이다. 여태까지 일어난 일 중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는 의미다.(중략) 내 삶에서 내가 온전히 통제할 수 있는 것이 과연 얼마나 될까... 테임 임팔라의 노래 제목은 어쩌면 낭만적인 수사가 아닌, 엄중한 현실인지도 모른다.


p.231

아마 남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 거냐'라고 나 자신에게 묻는 일이 많다. 새로운 커리어를 위해 혼자 이래저래 고민하는 것이 주된 일상인 요즘이라 더더욱 자주 그러게 된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 나는 답을 하지 못한다. 그럴 때면 막막해진다. 빨리 뭘 어떻게 좀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에 조바심이 난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여태껏 살면서, 멋진 순간들은 다 내 의도나 기대와는 무관하게 찾아왔다.




a.

심심한데 영화를 보고 싶진 않을 땐 아래 라이브 영상을 틀어놓고 맥주를 마신다.

(노래 하나하나에 대한 코멘터리도 마음에 쏙 드는 라이브)

https://www.youtube.com/watch?v=kojEGgkFtYg&list=RDkojEGgkFtYg&start_radio=1


b.

[�두각을 나타낼 수 없는 일에는 흥미를 못 느끼는 인간, 장기하]

https://news.publy.co/comments/10640?utm_campaign=user-sh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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