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이십일년 일월 둘째 주, 열다섯 번째 트랙
연말정산은 원래
진짜 연말 지나고 하는 거니까-
2021년에 해도 늦은 거 아닙니다라고 변명해 보는 2020 연말 정산.
1. HONNE - no song without you (london session)
https://www.youtube.com/watch?v=5VwxjV7aQ-o
오피셜 뮤직비디오는
따뜻한 색감으로 귀여운 애니메이션이라면,
링크 속 런던 세션 영상은 피아노 반주와 보컬의 단순한 편성이다.
사실 혼네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신기하게도 요즘 일을 할 때나
운전할 때도 음악이 비는 순간이 오면
이 노래의 코러스 부분을 흥얼거리고 있다.
심지어 작년에 많이 듣지도 않은 곡인데 말이다.
좋은 곡은 편한 멜로디에 잊혀지지 않는 가사
그런 게 가볍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한데(대중적이라는 프레임)
혼네의 노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좋아하는 노래가 되었다.
2. Radiohead - There, There
아주 오래전 라디오헤드의 이 노래를 들었을 때,
나는 너무 기괴하고, 어둡고
뮤직비디오도 그러하다고 생각하고 많이 듣지 않았던 것 같다.
(물론 첨부한 링크의 라이브는 너모나 멋짐)
그런데 작년에 아차산 중턱에 몰래 자리 잡고 있는 테니스장에
테니스를 치러 가면서
랜덤 플레이로 이 노래가 나왔는데 너무 좋은 거다.
서울 도심 치고 엄청 컴컴한 동네 산길을 달리면서
더더 볼륨을 크게 틀었다.
그 뒤로 아차산에 테니스 치러 갈 때 매번 듣는 곡.
괜히 모르게 묘한 아드레날린이 노래와 함께 터져 나온다.
3. 이루리 - 환상 (BAANJIHA LIVE)
https://www.youtube.com/watch?v=atDMF4Cwoyk
우선 2020년 연초부터 나왔던 헤라 광고가 너무 좋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m5TsFlwakNg)
2018년의 윤지영까진 아니었지만,
올해 새롭게 들었던 아티스트 중에 이루리의 노래들이 많았고
여전히 많이 듣고 있는 중이다-
신보가 기다려진다.
4. 장기하와 얼굴들 (Kiha & The Faces) _ 별거 아니라고 (Nothing After All)
https://www.youtube.com/watch?v=li2Qj3QDTjM
장기하와 얼굴들의 mono 앨범을 2년 조금 넘게 계속 듣고 있다.
신기하게도 시간이 지날수록 좋은 앨범이다.
(웃기지만 처음 들었을 때 제일 별로였다.)
이 노래는 mono 앨범의 마지막 곡이다.
이 앨범을 끝으로 장기하와 얼굴들은 해체했다.
그리고 그들은 락스타로 영원히 남게 되었다.
아름다웠던 사람아 그리운 나의 계절아
이 노래가 들린다면 한 번 더 내게 말해줄래
조그마한 약속마저 이제는 두려운 내게
뭐든지 두려워할 건 없다고 알고 보면 다 별거 아니라고
알고 보면 다 별거 아니라고
장기하와 얼굴들 (Kiha & The Faces), 별거 아니라고 (Nothing After All) 중에서
마샬 스피커를 사고 나서부턴
집에서도 음악을 꽤 많이 듣는 편인데
그럴 때마다 느끼는 건
나의 음악 취향이 2005년에서 2012년 정도에 계속 멈춰있다는 사실이다.
그땐 시간도 많았고,
그 시간을 온전히 음악을 듣고 아티스트를 찾아보고
또 음악을 듣고
어설프게 밴드 흉내도 내보고 했던 시간인 거 같은데..
어느 순간 새로운 음악을 찾아 듣거나
찾아 듣더라도 그 음악이 너무 좋아서, 오래오래 듣거나 하는 일들은
현격하게 줄어들었다.
어떤 책인가 라디오에서
새로 나오는 음악보다 옛날 노래들을 듣는 게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 될 때
그리고 더 이상 신곡들을 듣지 않을 때,
정말 나이가 든 거라고 했는데-
진짜 나이가 든 것일까..?
(아니 나이가 들어가고 있는 거겠지)
나는 아직 좋은 음악들을 매번 더 듣고 싶은데,
정말 그런데..
항상 골라 듣게 되는 건 예전에 좋아했던 음악들이다.
2020년 연말정산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