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11일, MBC FM4U <심야라디오 디제이를 부탁해>
지난 한 주,
사적으로 나의 가장 큰 관심을 끈 건
무라카미 하루키가 1일 라디오 DJ를 한 일이다.
마라톤을 좋아하고,
재즈를 좋아하고,
야구를 좋아하는,
그가 진행하는 라디오라니 도저히 안 들어볼 수 없었고 열심히 카세트 테잎처럼 돌려 들은 것 같다.
(물론 유튜브 재생목록을 통해서)
라디오라, "요즘 누가 라디오 들어?"라는 말을 할지 모르겠지만
라디오만큼 좋은 노래를 매번 들려주고, 종종 사람 좋은 척 피식 웃게 만드는 존재는
요즘 마땅히 또 없다.
그런 라디오에서 나도 1일 DJ가 되어본 적이 있는데,
2014년 12월 11일의 일이다.
새벽 3시부터 4시까지 MBC FM4U에서 방송하던 프로그램이었고,
매일 1명의 일반인이 DJ로 초대되어 이야기와 직접 선곡한 음악을 듣는 프로그램이었다.
꽤 오래 선곡을 고민하고,
1시간가량의 시간 동안 지루하지 않아야 한다는(무려 새벽 3시에..?) 압박감을 조금 느끼며
라디오 부스 안으로 들어가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
너무나 친절하신 PD님과 함께 녹음은 생각보다 후다닥 끝나기도 했다.
심심할 때엔 혼자 키득거리며
방송한 녹음 파일을 종종 듣는데,
뭔가 모르게 듣고 나면 창피함에 땀도 나고, 한 10분가량 그 시절의 사람들과 공간을 떠오르게 한다.
또 "지금 난 잘하고 있는지" 혹은 "난 지금 뭐 하고 있나"라는 질문과 함께 나를 돌아보게 되는 힘도 생긴다.
그래서
심심하면 여러분도 한 번 들어보세요.
https://soundcloud.com/seung-hak-matthew-cha/mbc-fm4u-2014-12-11
노래는 정말 정말 열심히 골랐답니다.
:)
a. 그 날 방송의 선곡표는 아래와 같다.
b.
그래서 난
'세상에 없던 걸 지금 잘 만들고 있나..?'
단, 하루라도 라디오 디제이를 했을 때는 28살이었다.
c. 아래는 하루키의 라디오의 마지막 클로징
무라카미 라디오, 어떠셨습니까. 저는 의외로, 라고 할까, 꽤 즐거웠습니다. 질문도 많이 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좋아하는 한 마디를 하나 인용할까 합니다. 슬라이 앤 더 패밀리 스톤의 슬라이 스톤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나는 모두를 위해 음악을 만들지. 누구라도, 설령 그게 바보라도 알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어.
그렇게 하면 누구도 더 이상 바보는 되지 않을 테니까>
좋은 말이네요. 저는 굉장히 좋아합니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또 언젠가 뵐 날이 있으면 좋겠네요. 안녕히.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4878531&plink=ORI&cooper=NAVER
위 링크의 기사에서 하루키의 1일 DJ 소식이 아주 자세히 나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