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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맫차 Apr 09. 2019

먹으면서 먹는 얘기할 때가 제일 좋은 사람들을 위하여

다 먹고살자고 하는 거니까..!

나는 소위 말하는 어른-들의 음식이란 것에 꽤나 고정관념이 강한 편이다.

대학교에 들어가고 나서 동기들과 처음 먹어본 흑석 시장의 순댓국, 

(이때 순댓국을 처음 먹어봤다고 꽤나 놀림을 당했는데.. 이후엔 예비군을 마치고 가는 단골 코스가 되었다)

부산 동래 골목 어귀 어딘가에서 부모님과 함께 먹었던 꼼장어.

이런 것들이 내 머릿속에 자리 잡은 어른 음식이다.

아마도, 곱창과 육회 그리고 굴 또한 비슷한 부류의 음식이었다.

미성년자 때에는 사실 거의 먹을 기회가 없었던, 행여나 먹어도 그렇게 엄청난 매력을 느끼지 못했던 음식들.


그런데 그랬던 이 세 가지 음식이, 

성인이 되고 나서

소주와 맥주, 그리고 그 둘을 섞어 마시는 폭탄주를 자연스럽게 마실 수 있고,

집에 꼭 들어가야 하는 시간과 의무가 점차 흐릿해지면서 무척 맛있고 매력적인 음식이 되어버렸다.


이것이 자유의 맛일까?

압구정 골목 구석에 위치한 곱창집에서 이제는 먹고사는 걱정, 회사 이야기를 소주와 나누며 

대치동 키드들이 오랜만에 모였을 때,

을지로 으스스한 골목길을 지나 따닥따닥 달라붙어 있는 테이블 밑 의자 아래 패딩을 구겨 넣고 

추운 밤 육회 한 접시를 소맥 한잔과 함께 비울 때,

히로시마 처음 가보는 동네의 오이스터 바에 혼자서 샴페인 한잔과 함께 생굴 하나를 후루룩 삼킬 때,


곱창을 먹으면... 항상 곱창을 다 먹은 사진만 남게 됩니다. w/ 애정하는 형들과 


어쩌다 보니 나이가 들고,

어른의 맛에 더해 자유의 맛도 함께 찾아오게 되면서 이 세 가지 음식을 좋아하게 되어버렸다.



 a.  트레바리 - 식식 클럽에서 두 번째로 읽은 책. 

제목을 잘 지었음


제목은 무척 젊고 가벼운 인스타그램 세대의 음식 에세이 같으나 저자분이 나이가 있어서 그런지 꽤나 올드한 음식들과 노포들이 자주 소개된다.(오히려 그래서 좋다) 

책 마지막에 맛집 리스트가 쭉- 이어지는데, 이 리스트만으로도 책을 구매할 가치는 충분하다.


b. 여행지에서 먹는 그 여행지의 음식은 짧은 경험이지만 강한 추억을 남겨주는데, 원래 굴을 좋아했지만 히로시마에서 굴을 먹고 온 후 더 애정 하게 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곧 우동의 도시로 여행을 가게 되는데, 과연 우동과도 그런 운명이 될지 벌써부터 매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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