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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맫차 Mar 17. 2019

어쩌면 지금은 잡지의 시대

'아무튼, 잡지'를 읽고

잡지는 매력적이다.

초등학생 시절 부록으로 주어지는 게임 CD를 얻기 위해 한 달에 한 권 심사숙고하면서 고를 때도

고3 시절 귀가 아닌 눈으로 록음악을 들을 수 있게(상상할 수 있게)해주던 핫뮤직도

대학생이 되어서 으쓱해진 기분에 발맞춰 들쳐보던 남성 패션 잡지도-


잡지 그 자체에서

잡지를 보는 나까지도 매력적으로 만들어 주는 멋진 놈이었다.


30대가 들어선 나에게 잡지가 무엇이냐 묻는다면,

세상을 들여다보는 어떠한 관심이고,

사람들의 관심을 기웃거릴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

그리고 역설적으로 그 세상과 차단되어서

나만의 시간을 가지며 세상을 엿볼 수 있는 여유이다.


아무튼,

잡지는 읽는 다기 보단 본다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리고

내가 좋아하는 '아무튼' 책 시리즈에도 운 좋게 잡지 편이 있었다.

두고두고 들춰보는 잡지들


땡스 북스에서 이 조그만 책을 찾자마자 고민 없이 사버렸고,

순식간에 봐버렸다.


잡지를 대하는 저자의 관점과 관심이 드러난 좋은 글귀들이 많다.

그래서 보자마자 너무나 한 문장 한 문장씩 기록하고 싶어 졌다.



p. 8

잡지 읽기가 취미라고 말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사람들은 잡지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는 사실이다. 어느 쪽이든 결국은 '네, 뭐, 그러시든가'하는 정도의 반응에 가깝다. 어떻게 생각하면 이것저것 잡다한 내용을 다루고 딱히 오래 기억되지도 않는 잡지의 특성에 잘 맞는 리액션인 것 같기도 하다.


p.11

이런 이유로, 하나에 좀처럼 집중하지 못하는 나 같은 인간에게는 화보와 광고, 인터뷰와 칼럼, 뷰티 팁과 전시 정보 같은 것들이 한데 뒤섞여 있는 잡지야말로 최적화된 매체다. (중략) 안타까운 일이지만 나는 그 정도로 부지런하게 생겨 먹지를 못했다. 한 가지만 파고드는 덕후도, 최대한 얕고 넓게 파고드는 멀티플레이어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로 용케 여기까지 왔다. 도대체 나는 왜 이 모양일까 시무룩해지다가도, 나 자신이 결국 한 권의 잡지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기분이 좀 나아진다. 어떤 잡지인지는 조금 더 고민해봐야겠지만.


p.13

보는 이를 가르치려 하거나 거창한 이야기를 하려고 들지 않는다. 그야말로 실용적인 태도로 슬쩍 말을 건넬 뿐이다. '이거 어때?'

그뿐인가. 잡지는 반드시 첫 페이지부터 읽을 필요도, 모든 페이지를 정독해야 할 필요도 없다.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읽고 흥미가 당기지 않으면 또 다른 아무 페이지를 펼치면 된다. 


p.59

내가 좋아하는 잡지 [뽀빠이]의 '시티보이가 사는 법' 특집호 표지에는 이런 글귀가 쓰여 있다.

"좋아하는 것에 둘러싸인 공간은 역시 최고다!"


p.83

'사람들이 잡지를 잘 읽지 않는다'는 말 앞에 '요즘'이라는 조건을 추가한다면, 명확한 원인은 하나 있다. SNS. 잡지가 트렌드를 선도한다는 건 진짜 옛말이다. 

...

잡지 콘텐츠를 만드는 데는 아무리 빨라도 일주일, 느리면 한 달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 매일 새 소식이 올라오는 SNS와 경쟁할 수 있을 리 없다.

서점에서 잡지를 뒤적이다 중요한 힌트를 얻었다. 어느 라이프스타일 잡지 커버 안쪽에 적힌 문구였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당신 주변의 시간은 조금 느리게 흐릅니다."

(중략)

내가 잡지를 읽게 되는 때가 언제인지 떠올려보면, 나를 포함한 사람들이 잡지에서 원하는 건 역시 '여유로운 느낌적인 느낌'인 것 같다.


p.105

나는 '그게 꼭 있어야 돼?'라는 말이 인생에서 많은 부분을 망친다고 생각한다. 그게 없어도 살 수 있다. 그러나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무언가는 아니지만, 굳이 하지 않아도 사는 데 지장이 없지만, 다만 있으면 더 좋은 것들, 더 알면 더 재미있는 것들이 많다. 그런데 왜 기본만 챙기면서 살아가야 할까. '가성비'의 세계에서 벗어나 반드시 필요한 게 아닌 무언가를 보고, 사고, 해보면, 우리는 조금 더 제대로 살아갈 수 있게 되는 것 아닐까.


p.148

나는 취향과 관심사가 다르고 특성도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만나는 일을 사랑한다. 그렇게 만나 각자의 개성을 굳이 깎아내리려고 하지 않는 태도를 사랑한다. 그 불균질함을 동력 삼아 매력적인 잡지를, 느슨한 모임을, 또 다른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일을 사랑한다.



+

새로운 회사에서 하고 있는

잡지 보고 또 돌려보는 

사내 동아리, 잡동동은 순항 중이다.


처음엔 진짜 사람들이 잡지 읽는 걸 별로 재미없어서 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컸는데,

16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그동안 자기가 보았던 잡지를 이야기하고 서로 돌려보다 보면

정말 시간이 너무 빠듯해 매번 아쉬울 정도이다.


이번 시즌, 잡동동의 개인적인 목표는

잡동동 사람들과 같이 종이잡지클럽에 놀러 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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