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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맫차 Nov 17. 2019

담백하게 공감되는 '일의 기쁨과 슬픔'

장류진 소설집, 판교발 하이퍼 리얼리즘 소설들을 만나다-

좋은 소설은 자고로 잘 읽히는 맛이다.

여기서 말하는 잘 읽히는 맛을 좀 풀어서 설명해 보자면,

종이의 다음 한 장 한 장이 너무 궁금해서 오른손 엄지손가락의 지문이 다음장을 만지작 거리고 있는 순간이 반복되며, 적어도 한 챕터를 다 읽기 전엔 핸드폰 시계를 확인해보지 않는 일.

장류진의 첫 번째 소설집

'일의 기쁨과 슬픔'은 딱 그런 잘 읽히는 맛의 소설들이 모여진 책이다.

동명의 작품이 모바일로 워낙 많이 읽혔고 나도 그렇게 읽은 한 사람 이기 때문에

서점에서 책을 발견한 순간, 종이로 읽고 싶은 마음이 커 크게 고민 없이 집어 들었다.

분홍색 배경에 보라색 책 제목, 그리고 판교에 좀 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육교가 있는 표지.

책을 집어 든 저녁 하룻밤에 금세 다 읽어버리고 말았다.


내가 속한 나이대의 그리고 비슷한 업계 속에서

충분히 떠올려 볼만한 사람들이 매 다른 작품에 등장하고

또 어쩌면 그 모든 소설 속의 인물들이 

지금 내가 속한 세상 가까이 한 군데 한 군데 자리를 잡고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즈음

소설집은 아쉽게도 끝이 난다.


세상엔 수많은 소설이 있고,

그중엔 숨 막히게 흥미진진하고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의 사람들이 등장하는 바람에

궁금하고 궁금해서 계속 읽게 되는 게 있다면


일의 기쁨과 슬픔 속의 소설들은

앞에서 말한 것처럼

정말로 삶의 작은 한순간, 한순간에서 

내가 만났던 사람들, 비슷한 공간과 순간에서 했던 고민들과 좌절들에 대해

공감받을 수 있는 장면들이 담백하게 이어져 있어 편해지는 소설이었다.


때론

내가 하고 있는 행동이 조금은 치사하고, 치졸하고, "이게 뭔가" 또 "저 x끼 왜 저래?"라고 싶은 순간에도

다들 잘하려고, 잘 살려고 하는 일들이니까...

그렇게 나름대로 모두가 노력하고 있는 것, 내가 하는 일과 함께-



a. 나의 후쿠오카 가이드는 '일의 기쁨과 슬픔'만큼이나 재밌었던 소설이다. 책 안의 소설들 중 가장 판타지적이면서도 대부분의 남자들은 두고두고 뜨끔해질 만한 그런. 소설 속의 주인공인 지훈 씨는 33세다. 


b. 소설집의 마지막 소설, '탐페레 공항'도 흥미롭다. 여행을 혼자 다니면서 만났던 인연들, 비슷한 경험들. 뉴욕에서 그리고 시즈오카, 베이징에서 만났던 사람들과 어설프지만 진심이었던(지금은 결코 지켜지지 못했지만) 약속들이 머릿속에 둥둥 떠오르고 말았다.


c. 작품 해설 속의 평가처럼 작가는 참 센스가 좋은 것 같다. 작가의 전 직장(판교 IT회사)을 생각해보면, 역시 서비스 그리고 콘텐츠를 기획하는 사람들은 센스가 기본적으로 탁월한 것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텍스트, 소설이라는 극강의 상위 레벨 콘텐츠 중 하나에 장류진 작가는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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