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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E스포츠 1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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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마태 Oct 02. 2023

팀 매니지먼트Ⅱ

Chapter4-2 팀의 운영

프로 리그와 프로 팀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는 인기가 높았다. 지금도 회자되는 광안리 10만 관중 신화는 프로리그다. 프로리그는 팀전이다. 팀 소속 선수간 1:1 경기로 최종 승리 팀을 결정한다. 스타크래프트에 팀 전이 있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언뜻 드는 생각으로는 팀으로 활동했기 때문에 팀전이 있었을 것 같다. 골프, 태권도, 레슬링, 씨름도 팀이 있다. 그러나 팀전을 하진 않는다. 이 종목이 팀전을 할 수 없다는 뜻이 아니다. 팀의 존재가 반드시 팀전이 있어야 하는 근거인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스타크래프트 팀은 팀 리그가 있기 위한 필수 요소인 것은 맞다. 그러나 팀 리그가 있어야 하는 이유까지 되기에는 불충분하다. 맥락상 그 사이에는 보다 명확한 연결 고리가 있어야 한다. 이 책에서는 제일 중요하다 말할 수 있는 한 가지를 소개하려고 한다. 


‘팬은 응원하는 선수의 경기를 계속 보기를 원한다.’


이스포츠는 극과 달리 주인공이 정해져 있지 않다. 대회에는 임요환 선수가 있지만 홍진호 선수도 있다. 이윤열 선수도 있고 최연성 선수도 있다. 참가하는 선수라면 누구든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팬은 대게 한 명을 본다. 그 선수가 그 팬에게는 주인공이다. 그런데 토너먼트 시스템은 이 개념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이스포츠라는 이야기를 보려는 팬들의 입장에서 원치 않는 타이밍에 주인공이 사라져 버릴 수 있다. 


음악방송은 인기 순으로 배열된다. 순차적으로 변동이 일어난다. 뮤지컬을 본다면 내가 좋아하는 배우의 공연일을 선택하면 된다. 그러나 이스포츠는 시스템이 승패다. 그중 토너먼트는 잔류 아니면 탈락이다. 만약 임요환 선수가 예선전에서 패배를 한다면 본선이 끝날 때까지 임요환 선수의 경기를 볼 수 없다. 팬들은 선수가 떨어지지 않는 것을 바라는 것 외로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팬의 입장에서 토너먼트는 가혹한 것이 되었다. 누구도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된 것이다. 


하나의 기승전결로 끝나버리는 드라마와 달리 이스포츠는 같은 전개가 끝이 없이 반복된다. 그래서 같은 얼굴의 크게 다르지 않은 이야기가 계속되면 지루해진다. 팬들에게는 익숙함으로 콘텐츠에 인도됨과 동시에 반전이 있는 신선한 자극이 늘 필요했다. 적절한 타이밍에 새로움을 보여줄 또 다른 주인공이 등장해야 했다. 결국 좋아해 온 선수도 계속 봐야 했고 동시에 새로 좋아할 누군가도 봐야 하는 숙명이다.

  

스타가 등장하기에는 토너먼트가 적합하다. 최후의 1인은 드라마틱하다. 팬들은 임요환 선수를 좋아했지만 동시에 토너먼트라는 시스템도 좋아했다. 이것은 상당히 역설적이면서 매우 매력적이다. 응원하는 선수가 우승하기를 바라면서도 새로운 스타가 등장하면 마치 수집형 RPG의 카드를 모으는 것처럼 열광했다.

 

어떤 선수도 항상 잘할 수는 없다. 잘할 때도 있고 주춤할 때도 있다. 그러나 매 순간 밝게 빛나지 않는다고 해서 빛을 잃었다는 뜻은 아니다. 팬들은 토너먼트에서 어제 패배한 선수를 오늘도 보고 싶어 했다. 스타크래프트 대회가 풀어야 하는 숙제였다. 이스포츠가 내린 결론은 토너먼트는 그대로 두되 임요환 선수가 계속 출전할 수 있는 새로운 구조의 대회를 만드는 것이었다. 

 

후원사 입장도 비슷하다. 후원의 사실이 널리 그리고 자주 알려져야 좋다. 노출을 위해서 유니폼에 로고를 부착했다. 홍보 효과 때문이다. 필연적으로 선수는 경기에 많이 출전해야 했다. 경기에 나가지 않으면 유니폼에 붙은 로고가 노출될 일이 없다. 그런 측면에서 토너먼트는 홍보효과를 예측하기가 어려웠다. 후원하는 선수가 결승에 진출한다면 홍보효과가 극대화된다. 반대로 예선에서 탈락하면 손해라고 판단할 수 있다. 


이런 구조 내에서는 통 큰 후원을 결심하기가 어렵다. 연장선에서 후원을 제안하는 팀의 입장도 다르지 않다. 임요환 선수가 그 해 토너먼트 결승에 전부 가는 것을 가정하고 후원금의 규모를 책정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기준을 정하는 것도 부담스럽다. 결국 이 구조 내에서는 브랜드도 후원을 받는 팀 입장에서도 애매하다. 장기적인 파트너십 관계를 만들기는 더욱 어렵다.

     

팀 리그는 오늘 임요환 선수가 패배를 해도 내일 경기에 또 출전할 수 있다. 팬에게도 좋은 해답이지만 결과적으로 팀과 리그와 후원사에게도 필요한 선택이었다. 선수의 인기는 실력에서 비롯된다. 그런데 그렇게 얻은 인기는 꾸준히 모습을 보여줄 때 유지가 되고 가치가 극대화된다. 더 많은 출전은 더 많이 노출로 이어졌다. 홍보 효과가 더 높아지고 더 안정적으로 변했다.

  

선수는 토너먼트에서 광탈을 하더라도 다음 시즌을 위해 실전 감각을 유지해야 했다. 방해가 되지 않는 선이라면 경기를 꾸준히 뛸 수 있는 장소를 마다할 이유는 없다. 프로리그는 새로운 형태의 스타가 활약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했다. 프로리그에서만 유독 성적이 좋은 선수도 있었다. 부담이 비교적 적은 데뷔 장소이기도 했다. 프로리그는 팀전 1인 1출전 다전제였기 때문에 신인들도 전략적으로 활용할 여지가 높았다. 중계진들은 연습생 신분이었던 선수가 어느 날 리그에서 첫 데뷔를 할 때면 그 선수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만드는 설명을 곧 잘해주곤 했다. 


리그의 역사가 길어짐에 따라 기존 선수들이 여전히 활약을 하고 있는 중에도 스타들은 계속 탄생했다. 대표적인 예는 택뱅리쌍이다. 택뱅리쌍이란 2000년도 중반에 등장한 김택용, 송병구, 이제동, 이영호 이 4명의 유명 스타크래프 선수를 일컫는다. 프로리그는 스타들을 즉시 소화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지난주 우승을 차지한 김택용 선수를 이번주에 프로리그에서 바로 볼 수 있다. 우승의 여운이 아직 뜨겁게 남아 있는 팬들에게 훌륭한 대안이 된다. 다음 토너먼트까지 기다려야 했다면 목이 빠졌을지도 모른다. 


선수 수용력을 높이는데 일조했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신인 선수의 비교적 수준이 높지 않을 것이 예상되는 경기도 편하게 보며 감탄할 수 있다. 팬들은 어차피 리그에서는 한 번에 한 경기 밖에 출전을 못하고 내일 임요환의 경기를 또 볼 수 있다는 확신이 있기에 별 문제가 없다. 기업은 팀을 계속 후원할 원동력을 얻었다. 스타 선수의 안정적인 출전이 근거다. 그런데 이것은 이후에는 선수를 넘어서서 후원을 결정할 수 있는 배경이 된다. 임요환 선수는 은퇴를 했다. 그러나 T1은 그때도 지금도 팀을 운영 중이다. 


T1의 이름으로 출전할 만한 곳과 T1에 인기 선수가 있어 왔다면 기업은 계속 후원한다. 후원 결정을 할 수 있는 더 안정적인 환경으로 변화한 것이다. 스타가 계속 등장하고 이전 스타도 계속 인기가 있는 상태는 매력적으로 산업이 커져간다는 뜻이다. 기업을 설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시나리오다. 


팀 리그의 도입은 결과적으로 볼 때는 성공적인 선택이었다. 이스포츠 역사에서 이 팀 리그와 토너먼트는 대단한 밸런스를 보여줬다. 선수들이 토너먼트 우승도 영광으로 생각했다. 동시에 팀 리그 우승도 영광이었다. 선수만 그렇게 생각한 것이 아니다. 팬들도 그렇게 생각했다. 팬이 프로리그와 토너먼트가 모두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는 증거는 인기와 기록이다. 토너먼트의 경우에는 언급을 하지 않아도 우리가 충분히 그 인기의 거대함을 예측할 수 있다. 그런데 광안리 10만 관중은 토너먼트가 아닌 프로리그 결승이다. 


팬들은 응원 팀에 대한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선수의 우승에 대한 기록을 할 때 어디도 팀 리그를 빼지 않는다. 특히 통신사 더비(SK텔레콤T1과 KT롤스터)는 매번 엄청난 인기와 더불어 갖가지 말들을 계속 쏟아내는 빅이슈였다. 이런 관심은 선수로 하여금 더 상대를 이기고 싶다는 욕망을 끌어냈다. 매번 멋진 퍼포먼스로 이어졌다. 이 대회로 인한 결과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지 않을 수가 없다. 


물론 세부적으로 보면 정규시즌의 몇몇 프로리그 경기는 다소 지루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선수들이 긴장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었다. 개인 리그에서 주목할만한 전략이 더 많이 출현한 것은 사실이다. 팀 이름 앞에는 기업명이 붙어 있었다. 그래서 팀은 팀 리그 성적을 중시하는 경향도 있었다. 이 이유로 토너먼트는 팀 리그의 견제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 책은 리그가 흠이 없이 이상적이었다는 것은 주장하고자 함이 아니다. 그림을 전체적으로 볼 때에 전반적으로 좋은 것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는 서술을 하는 것이다.   


이스포츠 팀의 구조


이스포츠 팀은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조직 구조를 계속 변화시켰다. 앞서 잠깐 언급한 바와 같이 프로게임단(팀) 시스템은 발전할 여지가 계속 남아 있었다. 다르게는 어떤 과정을 통해 오늘의 모습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알아보기 위함이라고도 할 수 있다. 


초기 이스포츠 역사에서 감독의 역할은 단장에 가까웠다. 그런데 2000년도 초반까지 올라가면 극초기 시점이 된다. 이 때는 감독보다 매니저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마이너 문화 영역에서 인기가 차츰 올라가면서 이스포츠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었다. 그런데 그중에 선수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중에 몇몇은 선수를 돕는 매니저가 되어 함께 활동했다.  


매니저가 따로 있지 않은 선수는 매니저가 해야 하는 일도 같이 했다. 점차 훈련에만 매진할 수 있었던 선수들에 비해 경쟁력을 확보하기가 어려웠다. 연기자는 연기, 가수는 가수 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게 매니저가 있는 것처럼 선수도 매니저가 필요하다는 것이 보편화되었다. 이 극초반 이스포츠 산업에서 몇몇의 매니저들은 이후 구단주가 된다. 마치 연예인 매니저가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차리게 된 것과 같다.

    

SK텔레콤으로의 인수를 확정 지은 주훈 매니저와 임요환은 SK그룹의 스포츠단 사무국을 만난다. 당시 SK스포츠단 사무국은 그룹에 속해 있었지만 지금의 T1이라는 별도 법인 사무국과 큰 틀에서는 하는 일이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인수 시점을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상황은 많이 달랐다. 이 시점의 사무국은 이스포츠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았다. 전문 인력도 없었다. 많은 부분을 주훈 매니저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신인 선수 발굴, 코치 선발, 연습실과 숙소 운영, 리그 업무 대응, 선수단의 경기장 이동과 케어 등 거의 대부분의 업무가 생소했다. 생소하지 않았다고 해도 그 모든 일을 할 사람이 (그룹 내에) 없었다. 그룹에서 할 수밖에 없는 일이 있다. 예산의 편성과 같은 일이다. 이를 제외한 팀 운영 업무의 대부분을 누군가는 해야 했고 매니저는 그 일을 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오늘날은 거의 모두 사무국이 하는 업무다.

 

대기업 스포츠단은 보통 홍보(PR)와 관련된 업무 조직 산하에 있다. 스포츠단을 운영하는 목적은 그룹 홍보와 사회 공헌을 통한 이미지 제고다. 2000년도의 대기업은 오늘날과 사뭇 입장이 다르다. 이름만으로도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았다. 그래서 이름의 가치가 중요했다. 아직도 몇몇 어른들은 통신사는 SK, 전자제품은 삼성, 차는 현대만 타시는 분들이 있다. 당시 기업은 효과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위해서 좋은 소재가 필요했다. 스포츠는 기업의 입장에서 거의 가장 훌륭했다.

 

스포츠단에서 운영하는 종목은 농구, 펜싱, 골프, 수영, 씨름 등 다양하다. 그러나 보통 크지 않은 종목에 한해서는 한 조직이 여러 개 종목을 관리한다. 조직에는 종목의 관리 실무를 보는 담당자가 있고 팀장도 있다. 최종적으로 조직을 책임지는 스포츠단 단장이 있다. 이스포츠의 시작은 다양한 종목 중에 하나다. 이스포츠만을 위한 운영 조직이라는 것은 없다. 


밖에서 볼 때는 팀 명이 있고 팀에서 일하는 직원이 있으니 별개 조직이 있고 따라서 그곳으로 가는 직행 길이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없었다. 2000년도의 그룹이 운영하는 이스포츠 팀의 사무국이 될 거라고 말하는 것은 그룹 공채를 본다는 뜻이다. 그룹 공채를 통과한 후 홍보팀에 배정받고 홍보팀에서 다시 스포츠단에 배정받고 스포츠단에서 이스포츠 업무를 배정받아야 최종 이스포츠팀의 사무국 직원이 된다. 


그룹 스포츠단에는 단장이 있다. 그리고 이하 팀장도 있다. 따라서 프로게임단은 받아서 활용할 수 있는 타이틀이 제한적이었다. 단장도 팀장도 사용할 수 없었다. 주훈 매니저는 감독이 되게 된다. 대략 이 시기부터 이스포츠에서 감독이란 게임단 내에서 조직을 운영하는 가장 높은 직급의 의미가 된다. 결과적으로 프로게임단에서의 감독과 전통 스포츠 팀에서의 감독의 의미는 서로 다르다. 다만 이스포츠와 비슷한 상황에 있었던 다른 스포츠 종목이 있었을 수는 있을 듯하다. 


이스포츠도 여하튼 감독의 타이틀이었기에 수행 가능한 범위 내에서의 감독의 역할도 수행을 했다. 이를 테면 엔트리를 감독이 제출했다. 따라서 둘이 분명 다르지만 완전히 다르다고는 할 수 없다. 이후 팀 운영 환경은 계속 변했다. SK텔레콤은 컴캐스트라는 회사와 합작해 T1이라는 별도 법인을 만들어 분리 분사했다. T1은 이스포츠 팀만을 운영하기 위한 조직이다. SK텔레콤 입장에서는 첫 사례가 아니다. 이미 그전에 SK와이번즈 야구단을 분사했고 지금은 그 야구단을 SSG랜더스로 매각했다.  


T1을 포함한 오늘날 대부분 프로 팀의 채용은 채용 부분이 공개되고 각 분야에 지원해 합격하면 끝이다. T1의 사무국 직원으로 입사를 하기 위해서 그룹 공채 통과와 발령 잘 받기, 그리고 이후 그룹 내 다른 스포츠 종목을 맡으면서 차례를 기다리는 것과 같은 과정은 이제 필요 없다. 분리분사가 완료된 팀들은 단장의 직급을 포함한 모든 직급이 살아났다. 그룹의 스포츠단과의 관계 등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이제 단장의 역할을 하는 사람은 실제 단장이다. 반대로 감독은 전통 스포츠의 감독의 역할과 비슷해졌다.  


감독 이하의 직급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선수들이 은퇴했다. 이스포츠는 은퇴라는 것을 처음 경험하게 되었다. 은퇴 선수가 가장 희망하는 이후 커리어는 코치였다. 코치는 선수로 활동하는 동안 얻게 된 지식을 활용하기에 좋은 직업이다. 개인 스트리밍이 활성화되기 전 시기에는 더욱 그러했다. 선수 출신 코치는 팀 입장에서 매력적이다. 은퇴한 선수가 팀에 남아 코치로 활동하면 선수의 팬도 남았다. 현역 선수와의 좋은 관계(신뢰)도 그대로 남았다. 원래 그 조직에 있었던 사람이기 때문에 적응 기간도 필요 없다. 바로 전까지 선수였으니 게임과 경기에 대한 이해도도 높다. 코치가 필요하다면 우선 선택을 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없다.

  

신생 종목은 선수 출신의 코치를 구하기 어렵다. 그래도 코치는 있어야 한다. 신생 종목이라고 해도 선수단이 수행해야 하는 업무가 적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은퇴 선수가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이때는 비선수 출신의 코치 또는 외부 종목의 코치를 선임하게 된다. 비선수 출신 코치는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선수보다 현저히 부족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게임 외적인 부분에 해당되는 역할을 주로 수행하도록 특화되기도 했다. 이를 반대로 보면 아예 특화된 코치가 선임이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할 수 있다.

  

전략을 연구하고 선수와 트렌드를 토론하며 효과적인 훈련 과정을 실현한 비선수 출신의 코치가 없지는 않다. 단순히 환경, 상황, 입장상 감독과 팀이 해야 하는 여러 하위 단의 업무를 담당해 줄 사람도 필요했다. 팀 입장에서 효율적인 선택이었던 것이기도 하다. 때로는 사무국이 해야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 업무도 담당하는 코치도 있었다. 사무국과 선수단의 업무 구분에는 오늘날도 모호한 영역이 있다. 팀마다 다 다르게 판단한다. 다만 어디서 해야 하는 지와 관련 없이 누군가는 해야 하는 것은 변함없다. 

    

만약 감독이 해야 하는 것으로 결정하는 팀이 있다면 그 감독을 도울 누군가가 있어야 하고 직책이 코치일 수 있다. 물론 처음부터 사무국 직원으로 채용하는 경우도 있다. 서지훈 선수는 소속팀 선수 출신으로 사무국에 속한 정규직 직원이었다. 감독과 코치가 비정규직인 것에 비해 상당히 특이한 이력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이는 팀 입장에서 그 업무를 하는 사람을 코치라고 불러도 상관이 없었다는 뜻이 되기도 하다.


감독이 수행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주어진 역할을 수행한 것과 마찬가지로 코치들은 코치라는 타이틀 안에서 실제 코치의 역할도 수행한다. 이후에 알아보지만 코치가 해야 하는 역할에는 전략 연구과 선수의 육성에만 있지 않다. 선수는 사람이고 팀은 사람이 모여있는 조직이다. 원활하게 선수단이 운영되는 데에는 필요한 기타 업무가 많다. 업무는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다. 물론 규칙과 규율을 정하고 실현하는 것도 있다. 선수들의 멘탈을 케어하는 일도 있다. 그러나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잡무로 분류될 것도 있다. 


프로 팀은 계속 발전했다. 사무국이 꾸려지고 고도화되면서 대부분의 업무가 사무국으로 이관되었다. 따라서 대형 팀의 경우에는 코치의 핵심 업무가 아닌 것들로 분류될 수 있는 것들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 또 그 사이에 선수들은 계속 은퇴했다. 오늘날 코치는 대부분 선수 출신이다. 선수 출신이 코치로 들어올 때는 팀에서 기대하는 역할이 이전보다 훨씬 더 분명하고 명확하다. 타 종목의 은퇴 선수들이 코치로 영입되는 경우와 비선수 출신의 코치는 찾아보기가 이제는 쉽지 않다.  

 

코칭 스텝


산업 전문가로서 코치(전문 분야)에 대한 언급을 하는 것은 다소 부담이 있다. 우리 업계에 종사하는 많은 전문가가 팀을 통해 등장했다. 지금도 팀 중심으로 산업이 꾸려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중심에는 선수단 업무가 항상 있다. 이 책이 여러 사람들로부터의 판단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두려움이 있다. 다만 이 시스템은 글로벌로의 우리의 자랑임과 동시에 매우 전문 영역이다. 그래서 안 다룰 수 없다. 어떤 식으로든 이야기를 해야만 하는 주제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코치에 관해서는 (LoL을 중심으로) 길잡이 역할 정도를 목표로 한다. 언젠가 나올 이 분야 전문 서적을 위한 일종의 포석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 책은 코치를 두 가지로 나눠서 구분한다. 그런데 완전히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다면 그 이름으로 부른다. 이를 테면 스카우터는 코치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코치 출신의 스카우터들이 있다. 이 스카우터들 중 일부는 선발한 연습생의 교육을 같이 담당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코치라고 부르는 게 문제 될 수 없다. 모든 구분은 오직 역할에 따른 이해를 돕는 것만을 목적으로 한다. 어떤 법이나 규정과 같은 것을 정하고자 함이 아니다. 직책이나 직무가 인재의 호칭 구분의 절대적인 기준도 될 수 없다. 

   

코치는 헤드 코치와 코치로 구분한다. 헤드 코치는 조직의 상황에 따라 헤드 코치라고도 할 수 있고 감독이라고도 할 수 있다. 구분의 목적은 보다 명확한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기 위함이다. 대외적으로 헤드 코치가 해야 할 역할이 명확하게 따로 있기에 이렇게 언급할 수 있다. SK텔레콤 T1의 리그오브레전드 헤드 코치는 김정균이었다. 당시 팀에는 감독이 따로 있었다. 최병훈이다. 최병훈은 FPS 장르가 배경인 베테랑이다. 반면 김정균은 신생 게임 MOBA 장르의 선수 출신이다. 훌륭한 감독감이었다. 다만 감독으로서의 준비 과정이 필요했을 수 있다. 


김정균 헤드코치는 이후 예상대로 감독으로 승격한다. 그와 동시에 최병훈 감독은 감독직에서 물러난다. 결과론적으로 신생 종목 선수 출신 감독이 등장하기 전까지 해야 했던 역할이 있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다만 예견된 인사였다고 해도 감독직을 수행하고 있는 동안에는 그 자체로 온전한 의미를 지닌다. 또한 최초에 기대한 것 외로는 다른 어떤 평가 기준을 댈 수 있지도 않다. 집필하는 시점의 최병훈은 DRX에서 단장으로 재직 중이다. 일반적으로 감독보다 더 높은 직급이다.

     

이와 같이 한 팀에 헤드 코치와 감독이 같이 있었던 사례는 어떤 역할을 하는 코치를 헤드 코치라고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예다. 또 이스포츠 씬에서 헤드 코치를 왜 감독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지도 같이 추론할 수 있다. 물론 팀마다 헤드 코치가 하는 일이 조금씩 다르다. 그러나 팀 성적 목표 달성을 위한 중심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동일하다. 환경을 체크하고 전략을 수립하여 선수단에 설명하고 내외부 일정을 구성하고 기타 선수단의 각종 컨디션을 체크하는 것과 같은 일 전부에 관여한다. 


경기 준비가 끝나면 출전 선수를 확정한다. 경기장에서는 픽밴과 같이 경기에 직접 참여도 한다. 세트가 끝나면 선수들은 헤드 코치 주위로 모인다. 다음 세트를 준비하기 위함이다. 상대 및 우리 팀 상태 체크, 지난 경기 피드백,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남은 경기 전략 결정을 주도한다. 헤드 코치가 구상하는 전략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도구와 실험이 많이 필요하다. 여기서 도구란 선수다. 정확히 말하면 선수의 능력이다. 


헤드 코치가 중심이 되어 계획한 선수단의 경기 전략을 선수는 실행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어떤 챔피언에 대한 숙련도가 될 수 있고 어떤 전략에 대한 이해가 될 수도 있다. 이 일을 혼자 다 할 수 없다. 코치가 필요하다. 코치는 헤드 코치의 목표 실현을 위해 일임받게 된 선수와 보다 밀접하게 접촉하면서 선수에게 마이크로 한 목표를 부여하고 그 목표 달성을 위한 훈련을 실시한다. 그래서 필자는 과거에 코치를 인디비주얼 트레이너 혹은 전반적 의미의 트레이너로 서술하기도 했다. 


오늘날의 코치는 이 트레이너 개념 이상의 일을 수행한다. 헤드 코치가 전략적으로 부여한 완전히 별개의 업무를 담당하기도 한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경우에는 동시간 대에는 LPL이 자고 있는 타이밍에는 LEC와 LCS가 진행된다. 그 사이사이 라이브 서비스의 메타 분석도 필요하다. 트렌드 확인과 새로운 전략 구상을 위한 끊임없는 연구와 시도를 거의 24시간 단위로 해야 한다. 코치는 업무를 수행하는 것에 있어 역량이 중요하다. 연구와 시도가 필요하다는 것은 유의미한 데이터의 수집과 분석을 말한다. 특정 상황을 가정하는 것이 될 수 있다. 실험적인 아이템 또는 캐릭터 선택 등이 될 수 있다. 


코치의 최종 목표는 헤드 코치가 되는 것이다. 감독이 모든 것을 다 할 수 없기에 코치가 해야 하는 일이 있게 되는 것인데 하부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유능한 코치가 유능한 헤드 코치로 준비가 된다. 최근 감독 선임은 코치 생활을 하지 않은 대상이 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헤드 코치의 전략과 방향과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는 코치는 유의미한 업무 수행을 하기 어렵다. 


최근에는 이스포츠 코치진도 스포츠처럼 사단으로 활동하는 경우가 있다. 헤드 코치는 자기를 잘 이해하는 코치들을 모아 일종의 코치 크루를 만들고 한 번에 이 팀에서 저 팀으로 이동한다. 손발을 계속 맞춰왔기에 즉각적인 업무 수행이 가능하다. 사단은 팀의 입장에서도 효율적이다. 퍼포먼스에 대해서 조직에 안정적으로 설명할 수 있고, 이후 책임을 물을 대상도 명확하다는 장점이 있다. 코치를 선택하지 못하게 했다면 시즌 종료 후 목표 성적에 대한 평가를 할 때 구단의 입장에서 빌미가 될 수 있다. 


KT롤스터에는 감독의 이름을 딴 강동훈 사단이 있다. 이 사단에는 예전부터 감동훈 감독과 함께 활동했던 코치가 대거 포진되어 있다. 당연히 소속 코치는 강동훈 감독을 잘 이해한다. 성공적인 전략 실현을 위한 많은 업무들을 스스로 알아서 한다고 추정할 수 있다. 현재는 과도기다. 감독을 영입했다는 의미가 사단의 통째 영입으로 이전 코치진은 자리를 비워주었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혹은 코치진은 그대로인데 감독만 선임했다는 말일 수 있다. 물론 추세는 사단이다. 그쪽으로 더욱 발전될 것이라고 판단한다. 


스카우터는 선수 영입을 전문으로 하는 구성원이다. 헤드코치의 업무 중 일부를 수행한다는 점에서 코치와 동일하다. 그러나 업무는 팀 전력 개발에 직접 개입하지 않는다. 전력 개발에 관여하는 부분이 없다는 뜻은 팀 전력에 대한 개입이 없다는 뜻이 아니다. 팀 전력 보강에 개입한다. 그래서 선수단에 포함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스카우터가 자신이 데려온 육성군의 육성을 담당할 수 있다. 육성군의 육성을 담당할 때는 코치이고 스카우터일 때는 스카우터다. 코칭이 스카우터라는 직무에는 코칭을 포함하지 않는다. 어떤 일을 할 수 없다가 아니다. 오직 역할에 따른 구분이다.  


팀에는 전력 분석관이 있다. 각종 전력 분석은 헤드 코치가 해야 하는 업무 중 하나다. 주로 코치들과 함께 업무를 담당해 왔다. 그런데 그 업무를 따로 떼내어 전문 인력을 선임한 케이스라 할 수 있다. 다만 전력 분석 업무에는 선수 코칭이 포함되지 않다. 따라서 이 역시 코치라고 부를 필요가 없다.  


다음은 멘탈 코치로 멘탈 코치는 코치다. 팀 전력 육성에 직접 개입한다. 멘탈 코치의 업무는 선수를 직접 대면하고, 선수가 가진 문제를 진단하며, 수행 과제들을 제시한다. 선수의 퍼포먼스는 게임 실력에만 달려있지 않다. 기량 외의 것들을 해결하는 것도 육성이다. 과거에는 헤드 코치 또는 비선수 출신의 코치들이 담당하곤 했다. (효과와 별개로) 접근과 배경이 전문적이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최근에는 팀 닥터를 선임하거나 관련 분야를 전공한 전문 멘탈 코치를 영입하는 추세다. 정신과 의사 또는 심리학 전공자가 대상이 된다. 전임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선수를 직접 만나면 선수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된다. 선수가 정상적인 훈련 활동이 불가하다고 판단되면 헤드 코치는 그 정보를 반드시 보유해야 한다. 결국 헤드 코치의 팀 전력 육성 역할 중에 직접적인 부분을 대신했다고 할 수 있다. 


전력 분석관과 스카우터는 직무상으로 이런 부분이 없다. 마찬가지로 그 일을 할 수 없다는 뜻이 아니다. 끝으로 헤드 코치를 포함해 선수단에 속한 모든 인원들은 다 각자의 위치에서 팀의 퍼포먼스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역할을 수행한다. 그중 헤드 코치는 선수단 퍼포먼스에 대한 결과를 책임진다. 그 외 담당자들은 선수단 내에서 각자 역할에 맞는 이름으로 활동한다. 선수단 내에서 활동하는 모든 담당자들은 헤드 코치 이하에 있으며 기본적으로 헤드 코치의 이상을 실현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반대로 관련이 없다면 (팀에서는 속하지만) 선수단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어느 사회나 생각하는 것과 현실은 많이 다르다. 우리가 예상하는 코치 업무는 첫 시작 단계부터 바로 팀으로부터 전략 구상을 요청을 받고, 구상이 받아들여져서 선수들이 수행하고, 그로 인해서 성과를 내고, 인정을 받고 쭉쭉 뻗어 나가는 것일 수 있다. 물론 누군가는 시작부터 그런 일을 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반대로 누군가는 기대와 달리 허드렛일이라고 생각하는 것만 계속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때로는 선수나 다른 누군가로부터 자존심이 상하는 일을 겪을 수도 있다. 


코치는 그 자체로 존경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현실은 다를 수 있다. 그럴 여지가 많고 실제로 그런 경우도 많다. 남몰래 우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런 현실을 말하는 것은 꿈을 포기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오직 현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꿈을 꿀 수 있는 각오가 필요하다는 것을 언급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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