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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E스포츠 1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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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마태 Oct 02. 2023

팀 매니지먼트Ⅰ

Chapter4-1 팀의 근거

경험과 지식

 

선수가 없는 팀은 없지만 팀이 없는 선수는 있다. 그러나 팀이 선수의 상위 개념이진 않다. 선수는 직무를 말해주는 단어이고 팀은 조직의 성격을 설명하는 단어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쓰임새가 다르다. 다만 우리는 보통 팀을 선수의 연장선에서 이해한다. 이유는 팀이 원활한 선수 활동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선수가 선수로서 활동을 해야 선수로 인식되고 선수라는 단어가 사회적으로 의미를 지닌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선수가 경기를 뛸 수 있도록 구조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팀이 그 일을 전문적으로 수행한다. 여기에 선수는 매력을 느끼고 팀에 합류한다. 이렇게 이 두 단어 간에 관계가 성립된다.  


이스포츠는 초기 때를 제외하면 대체로 팀으로만 활동했다. 팀으로 활동하지 않을 시 분명한 한계가 시작부터 있었다는 의미다. 약 20년 전 이스포츠가 태동하던 시기에 활성화된 이스포츠 종목은 스타크래프트다. 스타크래프트는 1:1이다. 테니스처럼 팀원이 필요 없다. 그 스타크래프트가 팀으로 존재했다. 그래서 팀으로 활동할 수밖에 없었던 분명한 이유가 있었을 거라 추측하는 것이 타당하다.  


원인이 없는 결과가 없고 과정이 없는 결론은 거의 없다. 바퀴가 발명되어야 수레가 고안된다. 그 후에 마차가 등장하고 자동차가 나온다. 태어날 때 이미 자동차 밖에 없었던 사람들은 이 순차를 알아야 자동차의 ‘자동(Auto)’이라는 말이 왜 붙어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모든 것의 처음은 전부 이와 같은 의미를 갖는다. 이스포츠의 팀의 시작 시점을 확인하면 이스포츠가 팀으로 존재하게 된 이유를 알게 된다. 


역사는 경험이고 경험이 지식이다. 사람은 지식을 바탕으로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점을 찾아나간다. 과거 사람이 무엇을 바탕으로 어떤 결정을 했는지를 이해하면 오늘 사람이 이 결정을 왜 하는지 알 수 있다. 더 나아가 미래 사람의 결정도 예측해 볼 수 있다. 실제 경험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인지하게 된다는 의미다. 이미 아는 것에는 더 겪어야 할 것도 해야 할 것도 없다. 추가로 필요한 설명도 없다. 아무 자리에서 어떤 말을 들어도 무슨 배경에 근거해 이야기하는지 알 수 있다. 


사회가 팀의 근원을 잘 안다는 것은 개개인이 아는 것보다 더 큰 의미를 지닌다. 산업 내 사업 전체가 일괄적으로 방향을 설정하는 것을 가능하게 해 준다. 누군가가 하고 있는 이야기를 다른 구성원들이 못 알아들으면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 일을 할 수가 없다. 아무 일도 되어질 수가 없다. 그런데 모두가 같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방향으로 설정을 하게 되면 맞출 것이 적어진다. 의사 결정이 한층 간결해지며 경쟁이 의미를 가지고 발전이 빨라진다. 이 책을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는 지금까지는 이스포츠가 그저 팀으로 있으니까 팀이겠거니 했다. 이제 왜 팀으로 있는지를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그 과정에 끝에 앞으로 이스포츠 팀이 어떻게 될지도 예측된다면 금상첨화이리라. 


역사의 조명


어느 시대이건 인간은 자기가 옳다고 여기는 것을 신뢰한다. 그래서 지금은 어떤 상황이고 무엇이 중요하다고 피력한다. 지식이 없다면 대부분의 논리는 근거가 없어진다. 남은 건 개인의 경험에 의지한 예측 밖에 없다. 마치 어디서 흘러왔는지 모르는 물을 보고 그 물이 어디로 갈지를 설명하는 것과 같다. 누구든 물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지는 않다. 그래서 최대한 자신의 지식에 근거에 답을 낸다. 인간은 답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믿기 때문에 답은 곧 믿음이 된다. 믿는 것을 주장하고 주장이 반복되면 믿음은 더 견고해진다. 


문제다.


인류는 필요 없는 말은 사용하지 않는다. 금이 다른 돌과 가치가 같을 때는 금이라는 단어가 필요가 없다. 돌만 있으면 된다. 이스포츠가 스포츠와 같은 것이라면 세상에는 스포츠라는 말만 있으면 된다. 필자는 공개된 자리의 시작 시에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대게 이스포츠를 가장 많이 안다고 느낄 때는 처음 이스포츠를 볼 때입니다.” 이유는 알면 알수록 이와 같이 다른 단어가 필요할 정도로 다르기 때문이다. 이스포츠 팀도 선수가 필요하지만 근원이 다르다면 어느 것과도 같지 않다. 같은 강이 아니다. 


경영학과를 졸업해 게임회사에 취직하고 마케팅 부서에서 근무하다가 이스포츠 분야로 옮겨와 다 합쳐 거의 15년 이상 업계에서 일한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이 자기는 이스포츠에서 이런 이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스포츠도 게임도 모두 잘 안다고 말한다고 가정하자. 이는 단순히 들어도 이치에 맞지 않는 이야기다. 게임과 스포츠를 이스포츠와 바꾸어 말해도 동일하다. 물론 이스포츠는 신생 산업으로 외부에서 영입해야 할 전문가를 필요로 한다. 그런데 누구든 이스포츠를 모른다면 그가 하게 되는 모든 일은 사실상 불확실의 연속이 될 뿐이다. 마치 한강을 잘 아는 이가 처음 가본 낙동강의 생태를 예측하는 것과 같다. 처음 가본 강이라면 알게 되기까지 배움의 시간이 있어야 한다. 


이스포츠의 역사를 설명할 때면 물에 비유에서 하는 편이다. 물은 순리를 상징한다. 항상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만약 물이 아래서 위로 흐른다면 역리다. 역리는 찰나에 불과하다. 언제가 되었든 다시 순리로 돌아온다. 이스포츠도 역사를 세세히 살펴보면 역리를 실현하려는 모습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면 결국에는 순리에 따라 흘러왔다고 할 수 있다. 지금이 모습이 순리의 결과다. 

    

물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아는 것은 학문적으로 중요한 지식들을 알려준다. 그러나 그런 지식을 말하지 않더라도 그저 물 자체가 인류에게 의미하는 바를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인류 4대 문명이 강에서 시작했다. 지금도 물이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이 없다. 사람이 살기 위해서는 짜지 않은 민물이 필요하다. 더욱이 농경 사회는 많은 물이 필요하다. 이 '많은 민물'을 부르는 이름이 따로 있다. 그게 '강'이다. 사회가 그 이름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붙여졌다. 그렇다면 강을 강이라고 부를 수 있는 근거가 궁금하다. 아이러니하지만 답은 단순하다. 강보다 작은 규모인 천이 있기 때문이다. 물이 천으로 끝나면 그곳에는 강은 없다. 

  

원류라는 것에는 한 가지 재미있는 특징이 있다. 계속 윗단계 윗단계를 찾아갈 수는 있지만 완벽한 첫 시점은 찾을 수는 없다. 강의 원류는 천이다. 천의 원류는 상위 천이다. 그런데 결국 끝까지 가면 빗물이다. 그런데 이 빗물이 떨어지는 곳까지는 찾을 수는 없다. 설사 찾는다고 해도 말 그대로 의미도 없다. 누군가 빗물이 떨어지는 장소가 가리키면서 그곳이 소양강의 원류라고 말한다고 해도 그런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은 없다. 강을 이야기 함에 있어 빗물은 어디에 떨어져도 논쟁 거리가 아니다. 


어떤 것들은 더 선행적인가가 중요하다. 그런데 (이처럼) 또 어떤 것은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필자는 십 대다. 그때 컴퓨터 학원을 다니고 있었다. 도트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컴퓨터용 스트리트 파이터 게임을 좋아했다. 학원 친구들과 아이스크림 내기 스트리트 파이터 경기를 자주 했다. 그러고 나서 이제 30년이 지난 오늘이 되었다. 아무도 알지도 의미를 부여할 수도 없는 시점에 아이스크림 내기 수준의 게임 대회를 열었다고 해서 그게 이스포츠의 원류가 되지 않는다.


보통 약 20여 년 전을 이스포츠가 태동하던 시기라고 본다. 그런데 그 당시 보다 혹은 그 비슷한 시기에 열린 여러 대회들과 비교해 그보다 더 빨리 개최한 것이 있다고 해도 그것 자체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이 아니다. 시점은 그 자체 만으로 의미를 가지는 것이 아니다. 그런 종류의 이야기는 마치 빗물이 떨어지는 장소를 찾으려고 하는 것과 같다. 그 장소를 원류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  


이는 최초라는 말을 사용할 수 없다거나 그 말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이 단어를 우리 주변에서 많이 사용한다. 다만 선행의 개념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그 선행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이 분명해야 한다. 이스포츠에서는 대회를 열었다고 해서 그것이 최초라는 것의 의미를 가질 수 없다. 이유는 누가 더 게임을 잘하는 지를 알아내는 것은 행위로 그것은 단지 이스포츠라는 개념의 시작에 불과하다. 지금 사람들이 이해하는 이스포츠에 대한 설명이 되지 못한다.


더욱이 이는 단지 더 잘하는 사람들이 나왔다 혹은 그렇지 않다의 문제도 아니다. 물론 얼마나 대단한 상품이나 상금을 걸었다나, 또 누가 열었나의 문제도 아니다. 필자가 열었던 아이스크림 내기 도트 게임 스트리트 파이터에 그 당시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하는 친구가 나왔다고 가정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 대회가 이스포츠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혹은 아이스크림이 아니라 상금 100만 원을 필자가 걸었다고 해서도 당연히 이스포츠가 되는 게 아니다. 필자가 아니라 학원 원장이 열어도 이스포츠가 아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역사 속에서 과연 무엇을 찾아야 하는지가 궁금하다. 답은 맥락(Context)이다. 무언가와 무언가가 연결되는 데는 이유가 있는데 그 첫 이유가 되는 사건을 찾으면 엉킨 실타래가 풀어지듯 모든 의문이 해소된다. 맥락이 있다는 것은 해석의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서로 의견을 공유할 거리가 있게 된다. 그래서 그 주제는 꺼낼(bring up) 가치가 있다. 이를 테면 소양강의 원류를 특정 하천에서 찾는다면 그것은 논쟁거리가 된다. 이 하천이 원류하고 할 때 ‘아니다. 저 하천이다’라는 반박이 있을 수 있다.

  

맥락을 찾아간다는 것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유'가 항상 결국에는 알아야 하는 내용이 된다. 따라서 이 책은 어떤 팀이 최초인가, 어떤 팀부터 프로 팀이라고 할 수 있는가, 어떤 리그가 최초의 리그인가, 누가 이스포츠라는 단어를 최초로 사용했는가와 같은 내용을 다루지 않는다. 왜 팀이어야 했는가, 왜 방송을 선택했는가와 같은 ‘이유’만을 생각한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것이 아니다. 거긴 이미 사람이 살고 있었다. 익히 아는 이야기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했다는 그 개념이다. 이 세계를 살아왔던 사람들이 그 개념을 가지고 해야 할 이야기가 있었다면 그 개념은 의미를 갖는다. 여전히 누군가들이 그 이야기를 한다면 지금도 그 개념이 먹히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그 이슈로 인해 세계가 얼마나 영향을 받았는가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 사건으로 인해 인류는 실제로 진일보를 했다.

 

지동설을 주장한 사람은 갈릴레오 갈릴레이지만 그 이전에 코페르니쿠스가 있다. 코페르니쿠스 이전에도 지동설을 주장한 사람은 있었다. 마틴 루터 이전에도 종교개혁을 주장한 사람은 있다. 그러나 우리는 갈릴레오 갈릴레이를 기억하고 마틴 루터를 기억한다. 그 사람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로 인해 세상이 변했다고 믿기 때문이다. 심지어 축구의 본고장인 영국 이전에도 발로 공을 차는 스포츠는 있었다. 기원전 4~5세기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사람이 공을 차는 경기를 하는 모습을 대리석 벽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그것으로 축구의 시작이 로마라는 주장을 할 수는 없다. 그런 주장은 아무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진일보란 계기이며 새롭게 정립된 가치에 대한 명백한 증거이자 세계를 바꾸게 되는 사건이다. 쉽게는 이런 표현이 사용되면 진일보다. “세상은 이제 그 사건 이전과 이후로 나눈다.” 여기에 콜럼버스도 갈릴레오 갈릴레이도 마틴 루터도 영국의 축구도 즉시 적용된다. 1863년 축구를 럭비와 구분하기 위해 영국 축구 협회가 발족했다. 그리고 그때 지금의 경기 규칙 등을 제정했다. 이것은 명백한 계기다. 그전에는 없었던 지금도 큰 틀 내에서는 통용되는 현대적인 의미의 축구라는 개념이 그때 최종 완성 및 공포되었다.


이스포츠도 역사에서 사건을 찾아야 찾고 논증해야 한다. 마치 소양강을 한강의 원류라고 말하고 그에 맞는 근거를 제시하는 작업과도 같다. 그 작업을 해야 소양강은 서화천으로 왔고 소양강은 북한강으로 내려온 다음 북한강이 한강으로 흘러간다와 같은 논리가 가능하다. 물론 강은 비교적 명확한 것에 비해 그렇지 않은 분야도 있다. 그래서 논란의 여지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다른 누군가가 어떤 새로운 이야기를 한다면 그것을 하나의 의견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전문가에 따라 설(학파)은 다양할 수 있다.


필자는 이스포츠의 계기는 방송과 중계라고 제시한다. 따라서 99 프로게이머 코리아 오픈을 이스포츠의 원류라고 본다. 지금도 검색하면 그때의 모습이 사진으로 남아 있다. 스튜디오의 용도가 현재와 동일하다. 오늘날과 동일한 방식으로 제작되었고 소비되었다. 이로 인해 필자는 한국이 오늘의 이스포츠 표준 모델을 제시했다고 이해한다. 그러면 이전 것은 전부 단순한 게임 대회가 된다. 게임 대회는 어느 때나 있었다. 1970년도로 거슬러가도 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언급하는 그 이스포츠와는 구분된다. 어느 때이건 이스포츠는 게임 대회이지만 게임 대회는 이스포츠가 아니다. 


2023년 리그오브레전드 월드챔피언십에서 T1이 우승했다. 경기가 끝나고 승리를 축하는 인터뷰가 진행되는 자리에서 나즈 알레타하 이스포츠 글로벌 총괄은 T1의 우승을 축하하면서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남긴다. "지난 몇 달간 보금자리를 내어준 서울시와 대한민국에도 감사의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역시나 대한민국은 이스포츠의 발상지임(Korea it's the first place of esports)을 우리에게 보여주었습니다." 우리에게 인정받을 만한 것이 있다면 그저 스스로도 그것을 인정하면 된다. 굳이 우리 스스로 이를 거부하면서 까지 다른 곳이 이스포츠의 발상지라는 생각을 할 필요는 없다.  


끝으로 역사는 결과 위주의 직관적인 해석이 필요하다.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이라면 원인과 결과에 대한 인과 관계를 심플하게 다룰 수 있다. 지도에서는 강을 일정 수준까지는 일직선으로 그린다. 물론 실제 강은 일직선이 아니다. 그렇지만 일직선으로 그어도 결국 그리로 가기에 받아들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선수들의 게임 경기를 보고 싶어서 이스포츠가 생겨난 것이라고 단순하게 말할 수 있다. 그게 이스포츠의 발원이고 이런 설명이 일종에 직선 표기라면 (단순히) 그랬다고 할 수 있다.


거기까지 도달하기 위한 과정에서 어떤 고민이나 착오들이 있었는지, 어떤 것이 조금 더 빨리 나왔는지, 왜 그것은 조금 늦게 나왔는지, 혹은 어떤 시행착오가 있었는지 등은 큰 맥락에서 볼 때는 비교적 덜 중요한 것들이다. 이 책은 덜 중요한 내용으로 지식의 자랑을 하지 않는다. 그것은 마치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한국이 이스포츠의 발상지가 아니라는 증거를 열심히 모아서 사람들에게 내보이는 것과 같다. 또한 역사에 어느 것 하나도 구불구불하게 그리지 않는다. 오직 직선으로만 긋는다. 


이스포츠 팀의 근거


이 책에서는 빗물이 떨어진 곳을 찾지 않는다. 하나의 계기이며 새로운 모습이며 그 이전과 이후를 구분할 만한 사건을 찾는다. 이 일대에 내린 비는 이 계곡에 모여 이 천으로 흘러간다는 설명을 하기를 원한다. 그 표현과 함께 가장 완벽한 샘플인 한 순간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면 딱 때부터 우리가 해야 할 이야기는 의미를 가지게 된다고 믿는다. 

  

프로라고 여길 수 있는 팀은 아주 이른 시기에도 있다. 청호SG는 신주영 선수가 1998년도에 창단했다고 알려져 있다. 1999년도에는 KTF(지금의 KT)가 창단한다. 바로 이듬해인 2000년에 삼성전자칸이 창단한다. 글로벌로 보면 더 앞선 팀이 있을 수도 있다. 다만 이 책은 단순한 최초 같은 것에 초점을 두지 않는다. 단지 역사 속에서 한 개의 주목할 만한 신생 팀이 후원을 받을 수 있게 된 계기를 점검해 보기를 원한다. 그 사건이 이스포츠가 팀으로 구조화되고 팀으로 운영되게 된 이유를 잘 설명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아이디얼 스페이스는 2002년에 가서야 세상에 출현한다. 이 팀은 일종의 연합 팀이다. 연합 팀으로 표현하는 이유는 하나의 대표와 체계적인 하부 조직으로 구성되어 있지 않았다는 뜻이다. 따라서 구성원과 전임 혹은 전속의 계약 관계가 아니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과도기적 성격을 지녔다고도 할 수 있다. 팀으로 같이 있었던 이유는 실력 있는 선수들이 원활하게 대회 준비를 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알려진 내용에 의하면 임요환은 주훈(이후 감독의 직책을 맡게 되는 당시 매니저)과 함께 2003년 아이디얼 스페이스에서 나오게 된다. WCG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팀 내 의견 충돌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아이디얼 스페이스에는 스타크래프트 이스포츠 역사 속 가장 유명한 선수인 홍진호, 이윤열 등이 임요환과 같이 있었다. 임요환과 비교해서 주목을 덜 받았다고 말할 수 있는 선수가 없다. 대회를 앞두고 부담이 될만한 이슈들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런저런 요구나 견제 등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물론 추정일 뿐이다. 그런데 이유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대응하는 과정에서 컨트롤 타워가 강하게 역할을 하지는 못했을 것으로 풀이할 수는 있어 보인다. 그렇지 않았다면 충분히 내부에서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란 판단이다. 오늘날의 팀도 여러 문제가 발생하지만 선수가 팀을 그 즉시 나오거나 하지는 못한다.  


팀을 나온 임요환은 선수가 성적을 잘 내기 위해서 수준 높은 연습 게임이 필수라고 생각했다. 또한 효과적으로 소화해 내기 위해서는 체계화된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했을 것으로 추측한다. 아이디얼 스페이스에서의 경험이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같은 전략을 마음껏 반복 연습 해볼 상대가 필요했다. 그러함과 동시에 전략의 외부 노출이 없어야 했다. 예측 가능한 상대의 전략을 경기 전에 미리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도 필요하다. 이런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는 구성원 전체가 납득하고 수용할 체제가 필수다. 


얼핏 보기에 기존 선수에게 유리하고 영입된 신입 선수에게는 메리트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시스템은 지속가능했다. 한 곳에 모여 있고 서로가 해야 할 역할을 나누고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도 시너지가 났다. 연습생 제도가 없던 시절에는 신인이 실력 있는 선수와 대전 경험을 얻기가 어려웠다. 경험이 부족하다면 잠재적 성장성이 높다고 해도 원활하게 성장할 수 없다. 연습생이 대회에 나가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팀에 성장한 선수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팀에서 성장한 유망주는 최종 그 팀 소속이 되었다. 


선수 발굴과 성장에 있어 발전할 여지는 더 있었다. 얼마가 지나자 팀 출신이자 선수 출신인 코치가 등장했다. 이후 팀은 시설 운영, 데이터 분석, 멘탈 관리, 유망주 스카우트 등에 있어 더 세분화된 역할을 요구받았다. 팀 시스템은 계속 착실히 발전해 나갔다. 시스템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점점 더 극명해졌다. 결과적으로 팀은 개인이나 소규모 그룹은 따라올 수 없는 수준의 전문성을 갖추게 되었다. 불가능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최종적으로 팀에 속하지 않으면 선수가 되기가 아주 어려운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아이디얼 스페이스를 나온 임요환은 동양 오리온과 전속 계약을 한다. 동양 오리온은 후원 기업이다. 그런데 의도가 개인 후원에 가까웠는지 아니면 팀 후원에 근접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당시 동양 오리온은 이스포츠를 팀으로 후원되는 것에 대해서 별 다른 고민이 없었을 수 있다. 그래서 임요환 개인을 후원하는 것과 차이가 없는 것으로 생각했을 수 있다. 그러나 여하튼 임요환 선수이고 이 선수는 팀을 운영했다.


이후 임요환은 이스포츠 팀에 대한 개념이 보다 명확해졌다. 선수가 더 게임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되어야 했다. SK텔레콤은 임요환의 동양 오리온 프로게임단을 2004년 전격 인수한다. SK텔레콤은 선수가 연습과 경기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에 이미 익숙한 곳이다. 기존 그룹 내 다른 전통 스포츠와 비슷한 구조로 이스포츠 팀을 구축해서 운영을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오늘날의 프로 팀과 구조적으로는 차이가 많지 않은 팀으로 성장할 신생 팀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당시에는 이와 같은 인과 관계로 생각하기란 쉽지 않다. 상황에 따라 더 나은 선택이 어떤 것인지만 연속해서 판단했을 수 있다. 후원이 종료되면 신규 후원사가 필요하고 제안이 후원이 아닌 인수 형태였고 결과적으로 그 제안이 가장 좋아서 받아들였을 수 있었다는 설명이 될 수도 있다. 그렇게 이야기해도 된다. 이 책은 어떤 것만이 사실이거나 그것만이 의미가 있다는 종류의 설명을 하지 않는다. 오직 어떤 것은 지나고 나서야 흔적의 의미를 알 수 있다는 것만을 언급한다. 그래서 언제든 여러 해석이 있을 수 있다. 


SK텔레콤 T1이 창단을 결심했을 시기에는 KT와 삼성전자가 이미 팀을 운영하고 있었다. 당연히 그 영향을 받았다. 창단 1년 전인 2003년에는 프로리그가 발족했다. 팀 들은 팀 단위로 리그에 참여하고 있었다. 임요환을 만나기 이전에 다른 회사의 행보에도 리그의 존재 여부에도 영향을 받고 있었다. T1 역시 이후에 창단된 팀들에게 영향을 주게 된다. 이처럼 역사 속에서 주체들은 인과관계를 형성하면서 발전해 온다.


역사에는 시대를 대표하는 이야기가 있다. 이 책에서는 그중에 아이디얼 스페이스와 동양오리온, 그리고 SK텔레콤 T1으로 이어지는 사건을 다루었다. 계기이자 증거이자 변화로 해석할 수 있다고 본다. 거기에는 임요환이라는 증인도 당연히 한몫을 한다. 사람들이 무엇을 기억하는가가 중요하다. 신대륙을 발견으로 기억한다면 그것은 발견이지 다른 게 될 수 없는 것과 같다. 그 속에 인물이 있다면 그 인물에 대한 평가도 같다. 따라서 이 이야기도 이스포츠에 왜 팀이 존재하게 되었는지 설명하는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

   

지금도 다수의 아마추어 팀이 기업에 인수되거나 누군가로부터 후원을 받기를 희망한다. 업계에는 때가 되면 신규 종목이 등장하고 팀을 찾는 기업들이 있고 그때는 인수와 투자도 활발히 일어난다. 바다에 만조와 간조가 있는 것처럼 일종의 사이클이다. 팀 다이나믹스는 농심에 담원은 기아에 샌드박스는 국민은행에 프릭스는 광동제약, 브리온은 OK저축은행에 투자를 받았다. 다만 설득의 중심은 언제나 팀 퍼포먼스와 그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번 챕터는 이 배경 아래에서 이스포츠 팀의 운영의 미학을 알아본다. 


끝으로 이스포츠 업계에는 이같이 알려진 이야기를 다각도로 검증할 수 있는 증인과 증거가 아직 많다. 물론 증언이나 증거가 학술적으로 전부 검증 가치가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러나 일종의 예표가 될 수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한 측면에서 이 책에서 제시한 시각과 해석법은 이후 더 나은 자료들이 출현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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