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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E스포츠 1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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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마태 Oct 03. 2023

팀 매니지먼트Ⅲ

Chapter4-3 확장과 단장

단장의 두 날개


지금은 프로게임단과 프로팀을 두루 사용한다. 그런데 초기에는 프로게임단이 더 익숙했다. 최근 팀들은 <팀>을 더 선호한다. 급격한 글로벌화로 인해 팀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업계에서 몇 년 전부터 개별 기업화도 진행되고 있다. 개별 기업화란 T1, 젠지, DRX, 샌드박스 게이밍 등의 팀이 모기업으로부터 계열 분리 또는 매각되어 하나의 독립 기업으로 된 것을 말한다. 회사 내 조직에서 별도 회사가 된 것이다. 그로 인해 <단>이라는 단어의 핏이 약간 어그러졌다. 

 

물론 SSG랜더스라고 불러도 되고 SSG랜더스 야구단이라고 불러도 된다. 사물의 명칭이라는 것은 어떤 부를 법칙이 존재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 사람들이 부르는 대로 부른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없는 경우도 많다. 100년 전에 ‘Vehicle’이라는 단어는 마차를 의미했다. 그러나 지금은 자동차를 의미한다. 영어에는 ‘Automobile’이나 ‘Car’와 같이 자동차를 의미하는 다른 단어가 없지 않다. 그러나 사람들이 ‘Vehicle’의 사용을 원하면 그냥 쓰면 된다.

 

지금 설명을 하는 것은 오늘날 프로게임단과 프로 팀이 같이 쓰이게 된 배경이다. 배경을 알면 프로 팀에 단장(General Manager) 직책이 있는 것을 설명할 수 있게 된다. 초기에 팀을 게임단이라고 불렀던 이유를 생각할 때면 보통 먼저는 게이머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프로게이머의 연장선으로 프로게임단이 있다. 그런데 프로게임팀이라고도 하기도 했다. 시작 단계에서부터 다종목의 운영을 예상했기에 <단>을 사용했다고 추측해 볼 수도 있다. T1프로게임단 내에 스타크래프트 프로팀이 있는 개념이다.       


초기 팀이 기업 그룹 내에 있었을 때의 사무국의 업무 수준은 후원 기업 담당자에 가까웠다. 후원 기업은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팀 운영에 깊게 관여하지 않는다. 다만 사무국이 후원 기업과 다른 점은 언제든 원하면 팀 운영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팀을 운영하면서 이스포츠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감독이라는 이름의 팀 매니저들이 해왔던 업무를 받아오기 시작했다. 그 업무 중에 하위 업무들은 팀원을 뽑아 직접 관리했다. 이러한 업무 확장도 최종적으로 분리분사의 배경이 된다.

 

처음에는 그룹의 팀 운영 목적과 관련이 깊고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과는 관련 없는 일부터 받아왔다. 경기장에 방문해 팬들을 위한 이벤트를 개최했다. 사진 촬영, 기사 작성 등 각종 홍보·프로모션 활동을 했다. SNS·커뮤니티 운영 업무, 콘텐츠 제작, 유튜브 채널 운영 등으로 확장되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사무국의 업무는 (사실) 예산 편성이다. 선수단이 사용할 예산을 미리 예측해서 그룹에 보고해 승인을 얻어야 당해 집행을 할 수 있었다. 예산에는 선수단 연봉, 연습실/숙소 임대, 그 외 컴퓨터 인터넷 등 시설비, 식비/활동비, 마케팅비, 기타 운영비 등이 포함된다. 즉, 팀이 연간 사용하는 비용 전부다.


선수단의 성적 향상과 관련 없는 업무는 사무국으로 지속 이관되었다. 이전에는 숙소 및 연습실 임대를 위한 보증금을 감독에게 지급해 감독이 계약을 진행을 하도록 했다면 이후에는 사무국이 회사의 이름으로 임대를 진행하고 비용도 직접 집행했다. 이후 조직이 커지고 상대적으로 업무적 여유가 있게 된 그룹 스포츠단 이스포츠 담당자는 본격적으로 더 핵심 되는 사무국의 업무를 수행하기 시작했다. 감독의 경질, 공격적인 선수의 영입, 코치 선임 등이 대표적이다. 이제부터 담당자들은 사무국의 장이 되었다. 


초기 감독은 단장 일을 하고 있었다. 다만 단장의 권한은 없었다. 단장의 권한은 그룹 내 스포츠단 단장이 가지고 있었다. 단장은 선수단뿐만 아니라 리그의 운영 등에 관해서도 판단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그런데 그룹에 있기에 이스포츠를 포함한 스포츠단 전체를 모두 관리해야 했다. 업무 범위가 너무 넓었다. 결국 단장은 매일 만나는 이스포츠 담당자에게 관련 업무를 체크했다. 감독은 멀리 떨어진 연습실에 있었다. 보고를 받아야 하는 대상은 보고를 해줄 수 있는 사람에게 업무를 맡길 수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감독이 해온 업무가 사무국으로 적극 이관된 것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개별 회사가 된 오늘날의 이스포츠 팀은 크게 3개의 하부 조직으로 구성된다. 회사의 운영을 담당하는 그룹, 회사의 비즈니스를 담당하는 그룹, 그리고 선수단 운영을 담당하는 그룹이다. 그중 단장은 선수단 운영을 담당하는 그룹의 그룹장이다. 다른 두 가지를 먼저 간략히 알아보면 회사 운영이란 대표이사와 이하 재무 경영지원 등을 말한다. 중장기 기업 성장 전략 수립 등과 같은 기획 업무와 회계, 펀딩, 투자자 관리와 같은 경영 전략에 관련된 업무, 그리고 인사, 재무, 총무 등 회사의 운영에 관한 일을 한다. 비즈니스 그룹은 사업 개발, 사업 기획, 마케팅, 홍보·프로모션, 파트너십(영업) 등이 포함된다.

 

분리분사 후 이스포츠 기업은 계속 사이즈가 커졌다. 오늘날 이스포츠 종목은 리그오브레전드, 배틀그라운드, 발로란트, 오버워치, CS:GO, 카트라이더, 철권 등 다양하다. 제도적으로 프로게임단 여하 각 프로 팀이라고 부르지는 않지만 굳이 다른 말을 사용해야 할 필요가 없다면 그렇게 쓰면 된다. 팀과 별개로 팀(기업) 내 조직으로서 프로게임단을 사용해도 된다. 물론 프로게임단으로 부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단장을 사용해도 된다.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는 이해를 위해 이력을 찾는 것이다. 어떤 법칙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선수단 운영 그룹(단)은 크게 두 개의 하부 조직으로 구성된다. 하나는 선수단이다. 다른 하나는 사무국이다. 선수단은 앞서 프로게임단과 같은 의미다. 이 선수단은 더 세부적으로 표현할 때도 같은 단어를 사용할 수 있다. 사무국과 구분된 의미로 선수단으로 부를 수 있음과 동시에 사무국과 선수단을 합쳐서 선수단이라고도 부를 수도 있다는 뜻이다. 단장은 선수단의 장이다. 반대로 (하부) 선수단의 최고 책임자는 감독이다. 그런데 보통 이 경우에는 (감독을) 단장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단장은 선수단의 장으로서 코칭 스텝의 업무 총괄을 감독에게 선수단의 운영 업무의 총괄은 사무국장에게 일임한다. 


단장은 팀이 두 날개인 선수단과 사무국이 밸런스를 유지하면서 창공을 날 수 있도록 한다같은 선수단에 속해 있지만 선수단의 감독과 사무국의 국장은 생각이 다를 여지가 있다. 단장은 감독과는 선수단에 필요에 대해서 상의한다. 설정한 방향대로 달려가 목적지에 무사히 도달하도록 적절한 지원과 권한을 줘야 한다. 인프라, 선수/코치의 영입, 전지훈련 등이 대상이다. 사무국과는 회사의 이익 실현을 위한 재무/수행 목표치를 함께 설정한다. 성공적인 목표 실현을 위해 사무국이 행정 업무를 잘 수행하도록 변화하는 환경과 상황을 잘 체크해야 한다. 특별히 아직 팀을 선택하지 않은 유망주들이 타 팀과 비교해 선호하는 팀이라는 이미지를 갖출 수 있게 보이는 이미지와 철학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단장의 업무 중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커뮤니케이션이다. 그룹에서는 위에 있지만 조직에서 보면 옆도 있고 그 위도 있다. 물론 외부도 있다. 비즈니스를 담당하는 같은 급의 다른 그룹의 장은 옆이다. 비즈니스 그룹장은 선수단의 리소스를 활용해 사업을 하기를 원한다. 훈련에만 집중하고자 하는 선수단의 감독과 갈등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 대표는 단장 위에 있는 사람이다. 선수단에게 약속한 지원이 있지만 상황이 달라져서 못해줄 수도 있다. 방법은 대표가 와서 설명하거나 단장이 설명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외부에 팀을 브리핑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여기서 브리핑 대상자는 다른 기업이나 리그가 아니다. 팀의 팬이다. 


사실 단장 정도의 위치가 되면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이 크게 의미가 없다. 팀 내에서 큰 권한을 가지고 있음과 동시에 또 큰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팀에서 일어나는 일 중에서 자기가 감당해야 하는 역할이 아니라고 할만한 게 별로 없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따라서 오늘 하루 종일 하면 딱 종료되는 어떤 일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늘 기다리고 확인하고 찾고 예상하고 도전하고 성공하고 평가를 받고, 최종적으로 선수단이 인정을 받는 즉, 결과론적으로 해내야 하는 일들의 무한 반복이라 할 수 있다. 


가끔 우리 업계에서 일을 하고자 하는 친구를 만나면 매니저와 단장을 헷갈려하는 경우가 있다. 대게 대화의 첫머리는 팀 매니저가 되고 싶다이다. 그러면 이유를 물어본다. 찬찬히 들어보면 사실상 일개 사무국 매니저가 할 수 있는 권한 밖의 일을 이야기를 늘어놓는 경우가 많다. 엄청난 꿈을 꾸는 것이다. 어떤 감독을 선임하고 코칭 스텝의 규모와 구조는 어떻게 하고 팀 숙소와 연습실 정책은 어떻게 하고 등등의 이야기다. 심지어 어떤 선수를 영입(감독의 권한)할지도 고민하는 친구도 있다. 


이유는 지식이 없어서다. 물론 대화 중에 굳이 그런 부분을 지적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배우려고 해도 배울 곳도 공개된 자료도 마땅치 않으니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다. 그러나 괜찮다. 매니저로 들어와 결국 단장이 되면 된다. 그러나 그때가 되면 단장이 (많은 것을 할 수 있어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운신의 폭이 좁다는 것을 알게 될 듯하다. 더욱이 무리이다 싶은 역경 돌파를 강하게 요구받는 자리라는 것을 인지할 듯하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지식 자체가 아니다. 어떤 각오인가이지 않을까 한다. 


프로 팀의 확장


때가 되면 시장에는 이스포츠가 되기 좋은 게임이 등장하고 거의 예외 없이 이스포츠가 추진된다. 오직 소비자가 원하기 때문이다. 그 외 퍼블리셔의 추진 의지 등과 같은 것은 전부 부수적이다. 소비자 중심적으로 사고하는 기업은 소비자를 위한 이벤트를 열지 않을 수 없다. 반대로 소비자가 원하지 않으면 퍼블리셔가 대회를 열 수가 없고 억지로 연다고 해도 의미도 없다. 


현대 이스포츠 직접 개최는 퍼블리셔도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한 분야다. 근거는 방송 제작이 쉬워진 것에 있다. 과거에는 케이블채널을 가진 기업만 방송이 가능했다면 지금은 인터넷 스트리밍으로도 충분하다. 방송을 위한 장비들도 간소해지고 다루기가 쉽고 성능도 높아졌다. 또 저렴하게 대회를 진행해 줄 곳도 많다. 과거에는 온게임넷과 같은 큰 규모의 방송사만 있었다. 지금은 얼추 잡아도 국내에서만 이스포츠 대회를 제작해 줄 곳이 10개가 넘는다. 이처럼 허들은 낮아지고 접근성은 높아졌다.

 

이스포츠를 제작해 줄 곳이 늘었다는 의미는 성공이 예견되는 게임이라면 퍼블리셔가 대회에 관심이 없다고 해도 시장이 알아서 이스포츠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가만히 놀릴 수 없는 스튜디오를 가진 기업들은 전부 어떤 식으로든 게임 대회 개최를 해야 할 필요를 가진 기업들이라 할 수 있다.

  

바야흐로 이스포츠의 대항해시대다.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 스타크래프트2 등의 이스포츠화로 많은 경험을 시장에 전달했다. 넥슨 역시 액션토너먼트, 서든어택 챔피언스리그, 그 외 카트라이더, 피파 등의 게임으로 꾸준히 대회를 진행했다. 경험들은 산업 내에 고스란히 남았다. 잠시 언급한 것처럼 스트리밍 플랫폼의 등장으로 방송 채널을 소유하는 것이 쉬워진 것도 한몫했다. 이 기술은 고가의 방송 제작 장비와 고급 인력의 의존도를 낮췄다. 소규모 스튜디오에서도 OGN과 같은 대형 방송사에 비해 충분히 볼만한 수준의 방송 제작이 가능해졌다. 


모든 종목의 처음은 아마추어가 참여한다. 그런데 인기가 있어지면 프로화는 생각보다 쉽다. 리그가 흥행할 것 같으면 기업은 조직적으로 움직인다. 퍼블리셔라면 바로 투자를 확장한다. 오늘날은 돈만 있으면 다른 것은 다 갖추어져 있기 때문에 대회 규모는 즉시 확대된다. 기존 프로팀은 실력 있는 아마추어 팀을 인수할 수 있다. 그런데 인수를 하지 않아도 시스템이 있기에 선수들을 모아 팀을 바로 만들 수도 있다. 노하우가 쌓인 잘 준비된 사무국은 매우 빠르게 이 업무를 이해하고 아주 신속하게 움직인다.

   

많은 사람들은 종목에는 라이프 사이클이 있다고 믿는다. 지금 인기가 있는 종목이라도 언젠가부터는 차츰 인기가 줄어들고, 결국에는 사람들이 그 게임을 더 이상 안 하는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한다. 또 게임을 안 하면 게임을 안 볼 것이라고도 판단한다. 그런데 시장은 소비자가 스타크래프트를 더 이상 하지 않아도 스타크래프트 대회를 보는 시청자는 여전히 많았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Newzoo의 리포트에는 게임만 하는 소비자는 32%, 게임과 대회를 같이 보는 소비자는 42%, 대회만 보는 시청자는 26% 수치를 보였다. 


게임을 안 해도 대회를 보는 소비자 비중이 게임만 하는 소비자의 비중에 거의 근접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영향이 없다는 뜻이 아니다. 게임 라이프 사이클과 이스포츠 라이프 사이클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논란의 여지는 충분히 있다. 게임의 인기가 줄고, 게임 업데이트가 멈추게 되면 이스포츠 양상도 굳어지게 된다. 그런데 이에 대해서도 또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도 있다. 전통 스포츠, 예를 들어 축구, 농구, 배구 등은 과연 우리가 보통 말하는 ‘게임 업데이트’라는 것이 없다.

 

결국 게임 라이프사이클에 대한 논란이 있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굳이 지금 하고 있고 또 할 수 있는 것을 하지 말게끔 할 정도의 이유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은 증명한다. 그런데 반대로 이는 새로운 게임이 등장할 수 있고 그 게임의 팀을 추가로 운영할 수 있다면 그것도 하는 것이 나은 선택이라는 것도 동시에 증명한다. 이스포츠는 여러 개 종목이 등장해도 될 정도의 시장 규모다.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한다면 더 많은 종목이 등장할 수 있다. Newzoo는 2021년 글로벌 게임 시장 규모를 약 213조로 보고 있다. 또 한국 콘텐츠 진흥원은 2021년 국내 게임 시장 규모를 20조 원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런데 변수는 항상 있다.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게임도 이스포츠도 인기가 식어버리는 것들이 있다. 그래서 팀은 종목을 확장한다. 팀은 변수가 발생해도 후원의 효과를 유지할 수 있는 안정장치가 필요하다. 가장 효과적인 안정장치는 대체제를 많이 만들어 놓는 것이다. 여러 종목을 운영하는 것은 조직의 의사 결정권자를 설득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한다. 값이 저렴한 보험이라 할 수도 있다. 북미의 클라우드9은 에이펙스 레전드, 헤일로, Lol, 롤체, 하스스톤, 오버워치, 발로란트, 포트나이트 등 다양한 종목을 운영 중이다. T1도 비슷한 규모다. 그중 하나의 종목이 인기가 있게 되면 운영 환경은 더욱 안정적으로 바뀐다. 


팀의 입장에서 비교적 쉽게 종목을 늘릴 수 있는 다른 근거도 있다. 다른 메이저 스포츠 종목보다 운영비가 적게 든다. 한 개의 운영비도 적지만 운영하는 종목이 2개 또는 3개로 늘어난다고 해서 사무국 직원의 숫자와 시설이 두 배 또는 세배로 늘지 않아도 된다. 시장이 성숙하기 전 초기에는 한 명의 사무국직원이 여러 개의 종목의 관리가 가능하다. 기존 팀 입장에서 한 개의 종목을 운영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숙소와 선수단 운영비 정도라 할 수 있다. 연습실, 식당, 체력 단련실 등의 인프라는 이미 갖춰져 있다. 

게이밍 하우스와 경기장


선수들은 평소 숙소와 연습실을 오간다. 그리고 경기일에는 경기장에 간다. 대기실에서 대기하다가 경기장에서 경기를 하고 다시 숙소로 돌아온다. 시즌 중의 선수들은 동선이 거의 이것만의 반복이다. 


팀을 운영이란 한마디로 정책 집행이다. 정책이란 선수단에서 발생하는 모든 일에 대해 집행의 근거가 될 회사법이다. 식사 정책을 예로 들면 식당을 운영할 것인지, 외부 식당을 선정해서 밥을 먹게 할 것인지, 배달 음식을 시켜 먹게 할 것인지, 시켜 먹으면 1끼당 상한금액을 얼마로 할 것인지, 야식을 먹을 때는 어떤 기준으로 먹게 할 것인지를 정한다. 경기장을 방문할 때는 운송 수단에 대한 정책도 필요하다. 팀 차를 살 것인지, 타다를 쓸 것인지, 택시를 탈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빨래와 청소는 선수들이 알아서 하게 할 것인지, 그렇게 한다면 세탁기는 몇 대가 필요할지 등도 있다. 전부 같은 이야기다. 


정책은 하나를 결정하면 그 하나에만 관계되지 않고 다른 것에도 영향을 준다. 그래서 결정과 연계된 것들도 전부 같이 정하게끔 되어있다. 주로 형평성에 대한 이야기지만 그 외로도 여러 선택지 중에 어떤 것이 비용에 있어 더 유리한지, 세이브된 부분이 있다면 어디에 투자를 할 것인지 등과 같은 것도 있다. 다른 집행을 위해 보증금과 같은 매몰 비용에 대해 장단점을 분석하기도 한다. 전체 예산이 정해져 있기에 고민이 존재한다. 팀마다 상황은 다르지만 비용에 대한 고민을 안 하는 팀은 없다. 모든 주제에 한해 항상 최상급을 기준으로 삼을 수는 있다. 그래도 더 잘 쓸 고민을 한다. 반면에 가성비만을 목표로 할 수도 있다.  


정책이 결정되면 관리의 영역으로 넘어간다. 관리로 넘어가면 사무국은 관리 업무를 수행할 인원을 선임한다. 보통 팀 매니저이다. 차량을 렌트한다면 운영 기간 동안 계약뿐 아니라 시설의 상태도 관리한다. 마찬가지로 숙소, 연습실, 컴퓨터와 모니터, 인터넷, 전기세, 수도세, 관리비 등 일상적으로 관리가 필요한 모든 것을 체크한다. 경기일이 되면 선수의 이동을 위해 운전도 한다. 하는 일은 마치 연예계 로드 매니저 같다. 이스포츠 업계에서도 로드 매니저를 별도로 분류해 채용하기도 한다. 

   

최근 게이밍 하우스에는 스트리밍, 식당, 사무실, MD공간, 여가/편의 시설 등이 있다. 여가 편의 시설이란 플스, 탁구, 오락기 등 그 외 휴식하면서 즐길 수 있는 휴게 시설이다. 체력 단련은 간단하게는 헬스다. MD공간은 트로피, 유니폼 등을 전시하는 공간이다. 파트너십을 체결했다면 그 회사의 키보드나 마우스를 구분해 전시하기도 한다. 팀 매니저는 전체를 관리한다. 운영, 시설, 관리 등으로 담당을 나누기도 하지만 통상은 사무국장 아래 한 팀에 묶여 상호 협력하면서 일한다.


게이밍 하우스에는 사무국의 사무실도 같이 있다. 예전에는 숙소는 외각에 사무국은 도심에 있었다. 숙소는 비교적 저렴한 곳에 위치했다. 부평이나 일산과 같은 곳에 많았다. 그룹 담당자는 본사가 위치한 종로 등의 도심에서 근무를 했다. 팀이 별도 법인으로 분리분사 되면서 시내에 개별 건물을 세워 사무실까지 같이 구축하는 추세이다. 이제는 규모가 단순히 게이밍 하우스라고 부르기에도 훨씬 커진 경우도 있다.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이제 진정한 의미의 게이밍 하우스가 완성이 되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젠지와 T1의 사옥은 대표적인 현대식 게이밍 하우스다. 현대 게이밍 하우스는 팀 퍼실리티라고 부르기도 하고 팀 훈련장이나 센터로 부르기도 한다. 회사 입장에 맞게 결정한 전략적 선택이다. 게이밍 하우스의 가장 큰 장점은 회사 운영에 관한 모든 시설과 소속된 모든 인원이 모여 있다는 점이다. 어떤 이슈가 발생했을 때 사무국과 선수단이 내부에서 바로 소통을 할 수 있다. 사무국도 감독에게 감독도 사무국에게 즉각 소통한다. 숙소와 사무실이 별개였던 시절에는 커뮤니케이션이 지금처럼 이루어지진 못했다.  

 

아파트나 오피스텔을 숙소로 쓰게 되면 입주민과 마찰이 있을 수 있다. 늦은 밤 건장한 20대 남성 열댓 명이 아파트나 오피스텔 단지 한쪽에 모여 어슬렁 거리는 것처럼 보이면 입장에 따라서 위협적일 수 있다. 선수단은 밤늦게까지 연습한다. 시끄럽게 소통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입주민으로부터 클레임이 자주 발생한다. 숙소와 분리해서 운영하면 조금 나아진다. 그러나 숙소에 늦은 시간 출입하기 때문에 완벽한 해결은 아니다. 전용 시설은 그런 이슈가 없다. 선수단이 언제든 마음 편히 공간을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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