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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E스포츠 1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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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마태 Oct 07. 2023

스트리밍Ⅰ

Chapter5-1 스트리밍

표현법


플랫폼은 장소다. 따라서 콘텐츠 플랫폼이란 콘텐츠가 서비스되는 곳이다. 그런데 반드시 콘텐츠가 앞에 쓰여야 하고 플랫폼이 뒤에 붙는 순서여야 한다. 만일 플랫폼과 콘텐츠가 서로 위치를 바꿔 쓰면 전혀 다른 뜻이 된다. 플랫폼 콘텐츠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플랫폼이 아닌 플랫폼이 곧 콘텐츠라는 의미이다. 이와 같은 표현은 듣기에 다소 어색할 수 있다. 그러나 전혀 쓰이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인천 청라에 이스포츠 혁신 도시를 건설하겠다는 발표가 있다. 게임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 시설, 게임 관련 연구 개발 시설, 국내외 게임 기업 혁신 지구, 게임 엔터테인먼트 지구, 관광 MICE 시설, 지식 산업 센터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서 ‘시설’, ‘지구’, ‘센터’는 전부 플랫폼으로 바꿀 수 있다. 따라서 이 계획안에 담긴 플랫폼 콘텐츠는 00지구, 00시설, 00센터라고 표현할 수 있다.

  

콘텐츠가 제공되는 장소라는 표현의 연장선에서, 서비스가 사용되어야 하는 곳은 콘텐츠 '서비스' 플랫폼으로 중간이다. 예를 들어 카페는 그 말 자체가 커피라는 뜻이지만 커피를 제공하는 장소라고 인식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커피라는 말만 해도 뒤에 의미를 함축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커피 서비스 플랫폼이란 표현은 단 한 번도 들어본 적도 사용해 본 적도 없겠으나 원론적으로 카페란 그런 뜻이라고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콘텐츠 플랫폼 서비스라고 표현하면 전혀 다른 뜻이다. 이는 콘텐츠 서비스 플랫폼을 제공한다는 의미가 된다. 말 끝에 서비스라는 표현이 없어도 의미는 함축될 수 있다. 서비스라는 표현을 두 번 사용하지 않고 중간에 놓일 표현을 생략한다. 콘텐츠 플랫폼 서비스라는 말도 실제로 있다. 예를 들어 한 회사의 사업을 설명할 때 이스포츠 토너먼트 플랫폼 서비스, 대회 일정 플랫폼 서비스, 전적 검색 플랫폼 서비스 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이스포츠 토너먼트, 이스포츠 일정, 전적 검색 등은 전부 콘텐츠다.


콘텐츠를 설명할 때는 일정한 법칙이 있다. 보통 ‘장비’, ‘기술’이 (콘텐츠의) ‘성격’과 (콘텐츠의) ‘이름’ 보다 앞선다. 이를 테면 ‘핸드 드립 아이스 아메리카노’은 핸드라는 장비, 드립이라는 기술, 아이스라는 성격, 아메리카노라는 이름이라 할 수 있다. 드립 핸드 아이스라던가 드립 아이스 핸드라던가와 같이 표현하지 않는다. 수제 돈가스도 같은 방식으로 적용해 볼 수 있다. '수제'는 사람의 손으로 제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돈가스는 돼지고기 튀김이라는 성격을 보여주는 음식의 이름이다. 돈가스 수제와 같이 바꿔 쓰지 않는다.      


수식의 목적이 콘텐츠가 아닌 경우도 있다. 테이크 아웃이란 콘텐츠를 테이크 아웃으로 서비스한다는 뜻이다. 이 경우에는 서비스 방식을 수식한다. 카페에 테이크 아웃 커피 전문점이라는 글이 붙어 있다면 소비자는 점포에서 제공하는 테이블이 없기에 거기서 커피를 마실 수가 없다고 인식한다. 따라서 오직 콘텐츠를 사갈 수만 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카페라는 플랫폼을 이용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온디멘드(On-demand) 콘텐츠 서비스 플랫폼으로 설명해 보면 이때 온디멘드는 콘텐츠를 수식하지 않고 서비스를 수식한다.  


이런 단어들은 대부분이 늘 사용하기에 친숙하고 잘 알고 있다고 생각이 든다. 그런데 본격적으로 스트리밍을 알아보기 전에 한번 정도 체크해야 할 것들이다. 단어에서 배열 순서를 지키지 못하는 것이나 문장에서 수식어를 적절한 방식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크지 않은 실수로 보인다. 그런데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결과는 다른 의미의 전달이 될 수도 있다. 이번 챕터는 특히 기술적인 용어가 많이 사용된다. 내용에 법칙이라고 설명하는 부분이 있다면 보다 더 유의할 필요가 있다.  


특징


스트리밍은 직접적으로 이스포츠 생산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소비자는 스트리밍이 있기 때문에 이스포츠를 더 편하게 소비할 수 있다. 생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스포츠 시장에서 차지하는 규모 비중은 가장 크다. 물리적인 거리도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많은 사람들의 모바일 폰에 스트리밍 플랫폼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이 설치되어 있다. 그렇지 않다고 해도 적어도 유튜브는 없을 수 없다.  

   

스트리밍은 게임머이자 플랫폼 사용자인 우리에게는 익숙한 단어다. 스트리밍이란 다운로드가 완료된 후 재생이 되는 것이 아닌 다운로드와 동시에 재생이 되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원 단어(Stream)가 가진 의미처럼 무언가 흘러간다는 느낌이 분명 있다. 따라서 비유로 표현하면 컵에 물을 다 받은 후에 마시는 것을 다운로드라고 한다면 스트리밍은 흐르는 수도에 입을 대는 것과 같다.  


이스포츠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스트리밍이라 함은 보통 라이브 스트리밍을 말한다. 스트리밍이라는 말 대신 라이브 스트리밍이라는 표현이 있는 이유는 둘이 구별된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단순하게는 어떤 것은 라이브이고 어떤 것은 라이브가 아니다. 라이브란 '지금' 흐르고 있는 것을 뜻한다. 탱크에 미리 받아놓은 물을 내리는 것과 지금 흐르고 있는 강물을 끌어온 것의 차이다.  


물론 물은 생성되는 것이 아니다. 또 흐른다는 것이 미리 받아 둔 것이 흐르는 것이든 아니면 그런 작업이 없이 자연 그대로 흐르든 둘이 서로 다른 성질인 것도 아니다. 이 물은 단지 비유에 불과하다. 오직 라이브의 의미를 전하는 역할이다. 인간에게 지구촌 어디선가 그 일이 지금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전달하는 것은 이미 제작이 완료된 것을 받아 보는 것과 구분된 가치를 준다. 사회는 콘텐츠를 수식할 때 라이브라는 단어를 이런 의미로 사용한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게임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표현한다. 여기서 게임이란 비디오 게임이다. 따라서 더 온전히 표현한다면 비디오 게임 라이브 스트리밍이다. 그런데 이스포츠를 스트리밍 하는 플랫폼을 이스포츠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 서비스라고 따로 구분할 수도 있다. 트위치TV, 아프리카TV, 트로보, 유튜브, 오픈렉, 네이버TV, 스팀TV 등이 여기 포함된다.  


오늘날의 스트리밍이라는 단어는 서비스가 처음 제공되던 초창기 형태임과 동시에 현재 있는 모든 형태의 스트리밍을 전부 지칭하는 표현이다. 따라서 이스포츠 스트리밍 플랫폼의 특징을 구분하기 위해서는 라이브 스트리밍과 비디오 게임 스트리밍을 선행해서 알 필요가 있다. 또한 라이브 스트리밍에는 라이브가 아닌 스트리밍을 아는 것이 먼저 되어야 할 작업이다.


범위


스트리밍이 이스포츠 생태계 내에 있다고 해서 스트리밍 전체가 시장 규모 조사 대상이진 않다. 스트리밍 내에서 이스포츠 수익만 조사의 대상이다. 오늘날 스트리밍 시장의 규모는 이스포츠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스트리밍에서 이스포츠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작다.  


시장 규모에는 최종 발생 수익이 조사 대상이 된다. 따라서 관련해 발생한 금액 중에 가장 큰 단위가 대상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반드시 최종 수익이 제일 큰 단위인 것은 아니다. 이를 테면 중계권료가 발생하면 중계권료가 시장 조사 대상이 된다. 플랫폼이 중계권료를 구입해서 방영하여 얻은 광고 수익은 그보다 적은 경우가 있다. 이스포츠에서는 보통 그렇다. 스트리밍 회사가 벌어들인 수익 대신 스트리밍이 시장에 지출하는 비용이 선행되는 시장 규모 조사 대상이다. 반대라면 광고 수익이 시장 조사 대상이다.  


이스포츠에서 플랫폼 비즈니스는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스트리밍은 대표적인 플랫폼 비즈니스다. 다만 플랫폼 비즈니스를 바라보는 관점은 기관마다 조금씩 다르다. 글로벌 리서치 기업 Newzoo는 스트리밍을 포함해 플랫폼 관련 서드 파티 전체를 산업 규모 조사 대상에 포함하지 않는다. 일관되게 상품 생산에 직접적인 역할을 하는 것과 그중에 유의미한 수익이 발생하는 것만 산업 규모로 편입해야 한다고 판단한다. 따라서 광고 수익이 더 크게 발생한다고 해도 중계권 수익만 산업 규모 조사 대상이다.

 

중계권이 발생하지 않는 이스포츠 대회도 시청자는 있다. 따라서 (적더라도) 광고 수익이 발생은 한다. 그러나 Newzoo는 이 광고 수익을 이스포츠 시장 규모 조사 대상에서 제외한다. Newzoo입장에서는 전수 조사를 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추정을 한다고 해도 규모가 유의미하지도 않다고 판단할 수 있다. 물론 조사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 곧 이스포츠가 아니라고 판단한다는 것은 아니다. Newzoo는 이스포츠 내의 상품을 더 명확하게 규정하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중국에서는 이스포츠가 활성화되어 있는 게임에 대해서 게임 서비스 수익까지 이스포츠 산업 규모에 포함한다고 언급했다. 자연히 게임 방송 서비스 수익도 이스포츠 산업에 포함된다. 이런 관점에 따르면 이스포츠 산업 규모가 중국만 23조가 된다. 별개의 이스포츠로 굳이 구분을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다면 그저 전체를 넣으면 된다는 식이다. 그래서 중국의 자료는 Newzoo가 전글로벌을 1조 정도 규모로, 중국을 3500억 정도의 규모로 판단하는 것과 비교할 때 그 차이가 크다.


스트리밍에서 이스포츠라고 판단하기 힘든 콘텐츠가 포함된 매출 전체를 이스포츠 산업에 포함하거나 반대로 극단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 책은 이스포츠 콘텐츠로 인해 발생하는 플랫폼 내 수익은 이스포츠 시장 규모에 포함해야 한다는 생각에 바탕에 둔다. 시장의 범위를 규정할 때는 돈이 아닌 사람 중심이어야 한다. 스트리밍을 포함한 플랫폼 회사에는 전문적으로 이스포츠를 다루는 업무가 있다. 이스포츠를 담당하는 전문가가 이스포츠와 관련된 업무로 가치를 창출한다면 이스포츠 산업 포함 대상이다.


어디까지가 이스포츠 수익인지를 분류하기는 어렵다. 더욱이 어떤 콘텐츠가 이스포츠에 부합하는지를 구분할 기준도 모호하다. 현재 이 분야에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만 원론적으로 포함해야 하는가와 얼마나 정확히 분리해 낼 수 있는가는 서로 별개다. 혹은 감수해야 하는 부분으로 받아 들어야 한다. 할 수 있는 만큼 구분하고 추정하여 산업 규모에 포함할 필요가 있다. 이는 플랫폼 관련 사업 전체에 적용할 때도 동일한다. 심지어 그보다 더 큰 단위가 있다 하더라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방향과 성장


사람들은 디바이스로 영상을 보기 위해서는 파일을 재생 기기(PC/Laptop, 아이팟, PMP, PDA, 이후 태블릿 등)에 다운로드 받아야 했다. 디바이스에 설치된 동영상 플레이어들은 영상 파일을 재생하는 역할을 했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음악 파일을 다운로드하여야 들을 수 있었다. MP3는 음성 파일이고 MP4는 영상 파일이다. MP3 플레이어는 MP4를 재생하지 못한다. 의미를 미리 알고 구분해 다운로드하여야 했다. 간단한 설명을 위함으로 파일 형식들은 그 외로도 수도 없이 많았다.


파일을 만드는 방법이나 프로그램이 다 달랐다. 파일을 다운을 받았어도 디바이스에서 지원하는 형식은 제한되어 있었다. 그래서 재생이 안 되는 경우가 빈번했다. 패치가 거의 없었기에 변환 프로그램을 사용하거나 보는 것을 포기해야 했다. 물론 가장 힘들었던 점은 파일 자체를 구하는 것이다. 웹하드는 파일을 업로드해 놓을 수 있는 서버를 말한다. 사람들이 원하는 파일들을 이미 올려놓고 다운로드 해갈 수 있도록 했다. 유료였기에 관리가 나름 되어서 당시에는 쓸만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다만 여전히 콘텐츠는 적었다.


토렌트는 P2P에 속한다. 웹하드와 다른 점은 1:1이 아닌 1:다수로 파일을 공유한다. 간단하게는 다수의 사람이 모여 직접 자기 파일을 공유하는 것이다.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무료로 사용한다는 것과 지적재산권을 무시한 불법이 성행했다는 것 외로 다른 장점은 없었다고 할 수 있다.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지만 현재 상영하고 있는 영화를 캠코더로 찍어서 공유하는 사람도 있었다. 파일 이름과 내용이 안 맞는 경우도 많았다. 자막이 없거나 다른 나라 언어 더빙판이거나 바이러스를 포함된 파일이 돌아다니기도 했다.    


디지털 네이티브라고 불리는 세대가 있다. 위에서 언급한 혼돈은 아무것도 겪어보지 못했으나 아무 지식도 없는 것은 아니다. 몇몇은 LP(Long-playing record)나 카세트테이프, 비디오테이프 등의 존재를 알고 있다. 일종의 빈티지로 알고 있는 것으로 사용을 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이들에게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이 있다. 빈티지조차도 되지 못한 애매한 시절에 걸쳐 있는 플로피 디스크나 콤팩트디스크는 더 생소하다. 그런데 세계는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디지털 정보를 저장하고 사용했다.


과거의 이야기는 '특별한' 관심이 없는 이상 알기가 어렵다. 언급한 MP3나 MP4등의 파일 형식을 알리가 없다. 비디오 플레이어나 코덱이라는 단어도 익숙하지 않다. 단종된 아이팟은 알 수도 있다. 그러나 안테나를 뽑아서 DMB를 보던 PMP 기기는 모른다.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하여 실행하는 직전 단계 기기라 할 수 있는 PDA는 어떤 것일지 감을 잡기 힘들다. 기술은 늘 순차적으로 발달한다. 그 과정에서 발생했던 위에서 언급한 문제들을 해결하면서 왔다. 그러나 발달해 온 과정을 잘 설명하지는 않는다.


오늘날 소비자는 실행 버튼을 눌렀을 때 실행이 되는가 실행이 되지 않는 가만 중요하다. 이미 극복된 한계에 대한 인지가 없다. 출력이 되지 않으면 고장 난 거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된다. 당연히 모든 스마트기기에 직접 다운로드한 영상 파일도 음악 파일도 거의 없다. 장치에 저장하는 것은 애플리케이션과 직접 찍은 사진과 동영상뿐이다. 클라이언트를 다운로드한다는 개념은 있다. 그러나 내 기기에 아이콘을 생성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디바이스에 파일이라는 묶음의 표현을 눈으로 볼 일이 없다.


모든 것은 전부 시각적으로 처리되어 있다. 다운로드를 하겠냐는 질문에 예스라고 대답을 하면 다운로드 바가 100%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만 눈으로 본다. 체험적으로 스트리밍과 다를 바가 없다. 로딩을 기다리는 것과 감각적으로 차이가 없다. 시간은 언제나처럼 멈추지 않고 계속 흘러만 간다. 지금도 계속 새로운 방식이 출현한다. 이제는 게임도 스트리밍으로 한다. 사진과 동영상도 찍자마자 클라우드로 저장한다. 디바이스에서 저장 장치가 인지상 소멸할 날이 올 거라는 것을 알고 있다.

 

정리하면, 스트리밍은 내 디바이스에 파일을 다운로드하는 과정을 체험적으로 겪지 않고 소비할 수 있도록 한다. 다르게 표현하면 소비자가 과거에는 알아야만 할 수 있었던 일들은 이제는 몰라도 되게끔 했다. 물론 물리적인 의미가 아니다. 사회학적으로 그렇게 해석된다는 뜻이다. 더욱이 소비자가 어떤 디바이스를, OS를, 브라우저를 사용하든 상관없다.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으면 즉시 실현한다. 이제 소비자가 해야 하는 일이란 그저 원하는 콘텐츠를 선택해서 결제하고 플레이 버튼을 누르는 일뿐이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세계가 이런 수준의 상품을 제공할 수 있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세계는 소비자가 그렇게 쓰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안다. 소비자가 필요가 있는 이유는 언급한 바와 같이 그렇게 못쓸 때의 고통이 있었기 때문이다. 소비 요구가 기술 개발 근거가 되면 기술은 개발된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소비가 일어난다. 이 단순한 로직에 의해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은 지금과 같게 되었다. 지금도 고통은 있다. 그래서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누가 시키지 않아도) 계속 기술은 발전한다.


IDC와 CDN  


이스포츠를 설명할 때 기차역에 비유 한 바 있다. 스트리밍도 같다. 스트리밍은 기차역이다. 콘텐츠는 기차다. 기차를 타기 위해서 기차역에 가듯이 콘텐츠를 소비하기 위해서는 스트리밍에 접근한다. 스트리밍 콘텐츠를 제공하는 앱을 스크린에서 터치한다. 스트리밍은 소비자의 요구에 의해 콘텐츠를 마치 물처럼 흐르는 경험으로 내게 다가온다. 그래서 스트리밍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스트리밍을 제공하는 장소로 가야 한다. 그 장소가 스트리밍 플랫폼이다. 또한 장소를 제공하는 것은 스트리밍 서비스다.


스트리밍이라는 말 앞에 라이브라는 말은 붙는 이유는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간단하다. 라이브가 아닌 콘텐츠가 있기 때문이다. 유튜브나 넷플릭스에 올라와있는 영상은 라이브 콘텐츠가 아니다. 이미 제작된 콘텐츠다. 소비자가 실행을 요청하면 언제든지 첫 장면부터 제공할 수 있다. 마치 정거장에서 기다리다가 손님을 태우면 떠나는 택시와 같다. 반면에 라이브는 정거장이 없는 기차다. 쉬지 않고 달리는 기차에 손님들이 자기 마음대로 타고 내린다.      


라이브는 실시간으로 콘텐츠를 만듬과 동시에 소비한다. 영상 촬영을 할 때 라이브 스트리밍 기술도 같이 사용되어 소비자에게 실시간으로 전달된다. 이런 기술이 가능한 이유는 기본적으로 영상이 디지털로 제작되기 때문이다. 디지털로 생성된 콘텐츠는 디지털 환경에서 쉽게 다룰 수 있다. 컴퓨터로 자료를 불러오고 가공하고 완료되면 바로 전송할 수 있다. 전송이 완료된 콘텐츠는 곧 송출할 수 있다.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 남은 필요한 것은 최소한의 지연(레이턴시) 뿐이다.

  

과거의 기술은 파일을 압축하고 암호화하여 분산서버에 저장을 한 다음 파일 다운에 대한 요청을 안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목표였다. 여기서 설비란 네트워크를 포함한 서버다. 이 서버를 물리적으로 보관하는 장소를 IDC(Internet Data Center)라고 한다. IDC는 지역마다 있다. 과거 신규 게임을 런칭할 때 사용자가 한 번에 몰리면 접속이 원활하게 안 되는 경우가 있었다. 조금 지나면 서버 증설 완료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다. IDC에서 제공하는 물리 서버의 숫자를 늘렸다는 뜻이다. 서버란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컴퓨터의 또 다른 이름 정도다.


지금은 IDC에 직접 서버를 두고 관리하지 않고 클라우드 서버를 운영하는 회사에 의뢰한다. 클라우드라고 해서 물리 서버가 없는 것이 아니다. 서버를 두지 않아도 서버를 둔 것처럼 이용할 수 있다. IDC에 내가 구입한 서버를 가져다 둘 필요가 없다는 것은 관리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 물론 서버 증설이 필요할 때 즉각 대응도 가능하다. 클라우드 서비스로 인해 콘텐츠를 제공하는 장소와 받는 장소 간의 거리가 멀어도 안정적인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오늘날에는 아주 먼 해외에서 다양한 요청을 자주 시도해도 지연이 눈에 띄게 줄었다. 갑자기 트래픽이 몰려도 서버가 다운되는 일도 적어졌다.


CDN(Content Delivery Network)이란 IDC 내 분산 서버에 저장된 정보를 사용자의 요청이 있을 때 안정적으로 전달해 주는 시스템이다. 설명된 문자 그대로 다수의 소비자가 동일한 시간에 같은 콘텐츠를 요청해야 하는 구조를 지닌 라이브에서 이 기술은 더욱 빛을 발한다. 콘텐츠를 전송할 때는 파일을 분할해서 전송한다. 전송 단위를 패킷이라고 한다. 패킷보다 더 작은 단위는 바이트다. 바이트를 128바이트, 256바이트 이렇게 묶은 것이 패킷이다. 받는 곳에서는 패킷을 받아 다시 조립해서 원래의 모양을 만들어 낸다. 바이트보다 더 작은 단위는 비트다. 비트는 0과 1로 표현된 것을 말한다. 비트가 마지막 단위다.

 

다시 표현하면 비트가 모여서 하나의 성격을 만들어 내는 것이 바이트다. 그래서 바이트의 다른 말은 캐릭터다. 캐릭터는 바이트가 하나의 고유의 성격을 갖게 되는 최소 단위이다. 게임이나 메타버스 세계를 0과 1로 이루어져 있다고 표현을 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가장 작은 단위까지 내려가면 비트이고 이 비트가 모여서 고유의 성격을 가지고 그 성격들이 의미를 만들어 전체를 형성한다. 만들어지는 값이 다 다르기 때문에 성격이 다 다르고 성격이 다 다르기 때문에 의미가 달라진다.


이스포츠 콘텐츠를 사회학적으로 해석하면 각기 다른 창조자가 매번 세상에 없던 이야기를 만든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기술적으로 해석을 한다면 (위와 같은 이해 방식에 의해) 인간이 창조한 고유의 성격들이 모여서 이전에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낸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스트리머는 콘텐츠를 제작함과 동시에 콘텐츠를 전송한다. 스트리밍 플랫폼은 전송하는 콘텐츠를 프록시 서버에서 각 ICD에 있는 물리 서버로 전송하기 위해 패킷 단위로 쪼개고 압축을 한다. 압축을 하는 이유는 전송하는 양 자체를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이 작업을 인코딩이라고 한다. 최신 정보에 대한 요청이 왔을 때 클라우드 서버는 미리 받아 놓은 정보를 요청한 사용자에게 보내준다. 이때 미리 받아 놓은 정보를 캐시다. 캐시가 저장되는 클라우드 서버를 캐시 서버라고 부른다.


공급자는 이 캐시 서버를 전 세계에 수도 없이 많이 설치한다. 사용자는 가장 가까운 캐시 서버로부터 정보를 받기에 로딩에 소요되는 시간이 최소화된다. 사용자에게 콘텐츠를 서비스하는 플레이어는 가까운 캐시 서버로부터 받은 정보(패킷)를 취합하고 압축을 푼 후에 원본 복귀시킨 다음 소비자에게 출력한다. 그 과정이 끝나야 소비자는 콘텐츠를 소비한다. 초기에는 360p (pixel) 정도의 낮은 수준으로 제공했다. 지금은 원본 수준인 1080p 또는 4000p이다. 물론 그 이상도 가능하다.


기술의 발전은 계속된다. 유럽에서 롤드컵 대회를 실시간으로 한국에서 지금과 같이 높은 화질로 경기 시청이 가능한 것은 모두 기술 때문이다. 라이엇 게임즈는 최근 전 세계를 8시간 단위로 구분해 자사의 모든 글로벌 콘텐츠를 한 번에 컨트롤하는 일종의 통합 관제 센터 건립을 예고하고 실행했다. 고해상도의 콘텐츠를 전 세계로 안정적이고 원활하게 전송하기 위해서다. CDN 기술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다.


서비스의 다양화


기술을 이해할 때는 근본(fundamental)이 명료해야 한다. 보거나 듣는 즉시 직관적으로 이해될 수 있어야 한다. 기술은 인간이 사용하기 때문에 존재한다. 인간이 사용한다는 것은 인간이 필요로 한다는 뜻이다. 세기의 기술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전부 필요에 근거한다. 바퀴, 종이, 화약, 수학, 의학, 공학, 물리학, 심지어 철학까지 전부 동일하다. 이후 필요가 늘면 성장한다. 기술의 성장은 발전으로 표현한다. 반대로 필요가 없어지면 쇠퇴한다. 그러다 아무 필요도 없어지면 그때는 기술이 세상에서 사라진다.


기술은 가치를 추구한다. 가치란 인간에게 가치가 있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바퀴의 발명으로 물건의 이동이 쉬워졌다. 물건의 이동이 쉬워졌다는 말에는 인간이 해야 했었던 물건의 이동이 바퀴로 인해 쉬워졌다는 말이 함축되어 있다. 이처럼 기술의 개발은 항상 인간의 삶이 나아졌다로 끝난다. 변화는 곧 기술(Tech)이다. 변화를 이으면 기술 계통(Tech Tree)이 된다. 계통 내에서 새로운 변화로 이동하는 사건이 발명이다. 그리고 그 과정이 기술 개발이다. 발명을 하는 존재는 오직 인간뿐이다.


인간은 계속 무언가를 본다. 보는 필요가 없어지지 않는다. 이처럼 인간의 본질적(fundamental) 필요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 오직 필요를 해소하는 방법만 달라진다. 방법이 달라지는 근거는 기술 개발이다. 인간은 개발된 기술로 인해 사용 대상이 달라진다. 사용 대상이 곧 도구다. 도구는 기술 개발로 인해 탄생한 결과다. 따라서 도구는 사용이 되는 대상이라는 의미를 함축한다. 물론 인간만 도구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원숭이도 도구를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만이 기술 개발을 통해 초월적인 도구를 만든다.


인간만이 새로운 도구가 나오면 기다렸다는 듯이 사용한다. 또한 한번 출현한 도구는 필요가 없어질 때까지 사용한다. 도구가 필요 없어지는 이유는 오직 대체 도구의 출현뿐이다. 유랑 극단이 사라진 이유는 무언가를 보기 위해서 유랑 극단에게 가야 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TV 앞에 둘러앉아서 매일 유랑 극단을 보았다. 그러면 유랑 극단이 없었을 때는 어땠을지가 궁금하다. 필자는 정확하게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타는 불이라도 보고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필자가 어릴 때는 거실에 TV가 없는 풍경을 상상하기 어려웠다. 만약 소니TV가 있었다면 부의 상징이었다. 그 아래는 반드시 비디오 플레이어가 있어야 한다. 보통 플레이어 옆에는 몇 개의 명작 비디오테이프도 꽂혀 있다. 그런데 지금은 거실 TV는 커녕 TV 자체가 없는 집이 많다. 인터넷은 신청하지만 셋톱박스는 없는 집이 있다. 혹은 이제는 집에 인터넷도 신청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그러면 사람들이 영상을 보지 않게 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더 많이 소비한다. 스트리밍은 정확히 이 연장선에 있다.


스트리밍은 언급한 바와 같이 사용자가 영상과 같은 데이터 정보를 번거로운 과정 없이 소비하기 위한 기술이다. 그런데 스트리밍으로 소비한다에는 인간이 스트리밍으로 영상을 보기를 원한다는 뜻을 함축한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무언가를 보고 싶은 필요를 스트리밍이 충족시키는 것이다. 영상에는 영화, 드라마, 뮤직 비디오, 다큐 등이 있다. 물론 이스포츠도 여기에 속한다. 예전에도 여러 콘텐츠는 있었다. 다만 달진 것은 이제는 지상파를 포함한 다른 기술이 아닌 전부 스트리밍을 활용해 소비한다는 것이다.

 

개인은 자기만을 위해 영상 촬영을 할 수 있다. 개인이 제작한 영상은 개인 디바이스에만 저장하고 혼자만 즐길 수 있다. 그런데 제작된 영상을 스트리밍 플랫폼에 업로드할 수도 있다. 그런데 업로드 한 뒤에도 영상을 볼 수 있는 권한을 자기 자신만 소유할 수도 있다. 반면에 다른 사람이 내가 업로드한 영상을 볼 수 있게도 할 수도 있다. 같은 기술을 배경으로 하지만 소비자의 필요는 이렇게 나눠졌다. 인간이 원하면 기술은 구현한다. 그렇게 세상에는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가 존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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