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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tthew Min 민연기 May 30. 2018

진동을 동반한 고도 상승 원인 분석과 해결

FLIGHT LOG

드론을 날리는 모든 사람들은 나름의 숙제를 안고 있습니다. 레이싱 대회 입상이기도, 좀처럼 익혀지지 않는 프리스타일 비행 기술일 수도 있죠. 저에게는 남들은 주력 기체로 사용하는 이 210급 레이싱 드론입니다.

이 탈론 기체는 작년에 만들어서 꾸준히 즐기는 기체인데 항상 저가 부품만 조합하다가 큰 맘먹고 트렌드에 맞는 최신 사양으로 만든 기체였죠.


https://brunch.co.kr/@matthewmin/116


하지만 최근 가볍게 날리기 좋은 100급의 미니 기체에 푹 빠져서는 잘 날리지 않게 되었는데 그보다 더 큰 이유가 있었습니다. 스로틀을 올릴 때마다 부웅 하는 특유의 떨림소리와 함께 고도가 계속해서 상승하는 증상이었죠.

제 첫 기체도 같은 증세로 고민하다가 원인을 찾지 못하고 바꾼 탓에 이 문제는 제가 만나왔던 문제 중 가장 고질적이지만 원인을 알 수 없는 문제였습니다.


진동과 특유의 소음 (나중에 이 소리를 D-Term 노이즈라고 부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모터가 급격히 뜨거워지는  증세였기 때문에 PID에 D 값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멀쩡히 잘 날던 기체라 PID가 문제가 되지는 않으리라 생각되어 일단 모터 진동 방지 패드를 달아 봅니다. 모터의 진동 패드는 물리적으로 D 값을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증세가 개선되지 않습니다. 개선되었다 해도 제대로 된 해결책은 아니었을 겁니다. 이것으론 정확한 원인을 알기 어렵기 때문이죠. 게다가 D 값이 높아서 생긴 문제를 물리적으로 더 높인 셈이니 올바른 해결도 아니었을 테죠.

무리하게 날리다가 모터 2개가 타버렸습니다. 이제부터 이 수리는 비용을 동반하기 시작합니다.


근본적인 원인 분석을 위해 BlackBox Data를 분석해 보기로 합니다.

BlackBox는 자이로센서가 감지하는 진동의 FFT 값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원인이 되는 주파수를 알 수 있습니다.

Pitch 축으로 100Hz의 진동이 심합니다.

Roll과 Yaw 축에서도 확인되지만 Pitch 축에서 발생한 진동에 영향으로 보입니다.

100Hz의 진동이 어디서 등장했을까는 모르겠지만 모터의 특성일까나 생각하면서 필터로 해당 노이즈를 막아보았습니다.

필터가 해당 진동을 제어에서 제거합니다.

다른 축도 이상이 없어 보입니다. 드론도 옛날로 돌아왔습니다. 필터가 계산해야 하는 영역이 넓어져 조금 느리게 반응하겠지만 어떻게든 문제가 해결되었습니다. 이렇게 첫 기체부터 줄기차게 저를 괴롭히던 문제가 끝났습니다. 100Hz의 정체는 조금 미심쩍지만 말이죠.


그렇게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호버링에서 사라진 증세를 믿고 모처럼 나간 비행장에서 야속한 드론은 다시 기이한 떨림음과 함께 비행 불능 상태가 되기 전까지 말이죠.

비슷한 증세를 본 적이 있다는 분들의 조언입니다.
“자이로 센서가 망가지면 꼭 그래요.”

FC를 새로 바꿔 봐야 할까 봅니다. 일단 비용을 지출하기 전에 자이로 센서가 방사 노이즈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할 때까지는 해봐야죠.

비교적 노이즈에 강하다는 MPU-6000이지만

시제품 개발 때 응급시에나 사용하는 실드 테이프를 사용해 봅니다. 시험 결과는

FC 새로 사라네요.

이미 95급 Lizard 기체가 주력이 되어 버렸기 때문에 급하지 않아 느긋하게 비행을 즐기며 배달을 기다렸습니다. 진작에 살걸 그랬나 봐요. 괜한 고민만 쌓였습니다.


FC를 구입하고 한참이 지나서야 교체했습니다. 작은 기체의 날렵한 비행이 정말 즐거웠거든요. 210급의 기체랑은 별로 인연이 없는 건가 생각이 들기도 하구요.

FC를 교체하고 가볍게 시험한 호버링 결과

이제는 필터로 감당할 수 없는 진동이 감지됩니다. 자이로 센서 문제가 아니었나 봅니다. 겨우 해쳐 나온 숲에 출구에서 늪에 빠져버린 기분이 듭니다.

여기서 더 당황스러운 일이 발생합니다.

이젠 주력 기체가 되어버린 Lizard95도 동일한 증상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두 기체의 공통점에서 실마리를 찾아야겠습니다. 같은 주인과 같은 조종기입니다. 처음부터 기체 문제가 아니라 조종기 문제가 아닐까 의심이 됩니다.


https://brunch.co.kr/@matthewmin/117


심지어 제 조종기는 다른 조종기의 짐벌로 개조당한 프랑켄슈타인의 괴물급이다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BlackBox의 Data를 살펴보면 명확해지겠죠.

RC Command 값에 아무런 진동을 발견할 수 없습니다. 이제 문제는 완전히 미궁으로 빠져 버렸습니다. 이젠 느긋하게 믿고 날릴 드론도 없습니다. 드론을 날리기에 최고인 5월의 푸른 하늘은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드론 대신 날아옵니다.


포기하면 편하다지만 날릴 드론이 없는 지금은 조금도 편하지 않습니다. 혹시 내가 보지 못한 다른 곳이 있을까 BlackBox 101강의를 꼼꼼히 공부하기도 했습니다.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woDb7WF6c8l0-ABsIcnJt1FyhX9MBoVW


강의 말미에 측정되는 노이즈는 실제 비행에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BlackBox Data로 PID를 설정하는 건 크게 의미가 없다는군요.

문제 해결의 마지막 희망은 이렇게 졌습니다.

하지만 모처럼 새 기체를 시험할 기회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https://www.anadronestarting.com/pnp/


마음 한구석 어둠은 계속 거기 웅크리고 있겠지만 모처럼 맑은 하늘을 지나친다면 그편이 더 슬플 테니까요.

그리고는 문제의 BlackBox Data를 구경했습니다. 자이로가 Pitch 축으로 계속해서 진동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만 보니

이 자이로 진동이 Arming을 끄고 착륙할 때도 계속 발생하고 있습니다. 모터의 동작과 상관없이 계속 흔들리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모터가 동작하지 않으니 ESC도 FC도 이 진동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겁니다.

기체를 고정하는 나사가 약간 헐거워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상 증세를 보인 이후 계속해서 미묘하게 헐거워 있었나 봅니다. 흔들리는 양이 참 미묘해 어느 땐 딱 고정되기도 했는데 중간시험에서 멀쩡하던 때가 바로 이때였나 봅니다. Lizard95역시 잦은 비행으로 보수한 다리가 상당히 금이 가 있네요.

지금까지 보인 이상 증세가 이걸로 모두 설명이 됩니다.


단단히 조이고 다시 시작한 비행은 예전 그대로입니다.

제어기 설정에 기본은 기체가 정상적으로 조립이 되었는지 살피는 일입니다. 사실 제 고민을 검색했을 때 몇 번이고

“기체는 잘 조립되었나요?”

라는 조언을 들은듯합니다. 누가 제게 비슷한 고민을 물었더라면 저도 아마 그렇게 대답했을 테죠.

아는 것과 문제 해결은 다른 문제인가 봅니다. 듣고 싶은 것만 듣던 제가 진짜 문제의 원인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드론에서 삶의 교훈을 배웠습니다.


심지어 제가 쓴 책 첫 장에도 견고한 프레임의 중요성에 대해 나오네요. 크윽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php?bid=13584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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