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vew
땅에 꼭 달라붙어 슬픈 우리와 자유로운 하늘을 누리는 드론. 이 둘을 연결해주는 것은 무엇일까요?
조종기라구요. 아무리 자유로운 드론도 제어할 수 없는 자유라면 쓸모가 없습니다. 조종기 없이도 GPS를 통해 지정된 위치를 자동으로 비행하는 기술도 흔하지만 그래도 일단 호버링이라도 하려면 조종기가 필요합니다. 레이싱 드론처럼 비행 자체를 즐기려면 민감한 동작도 소화할 고사양의 조종기 선택도 주저하지 않죠.
덕분에 지갑은 지구 온난화에 말라가는 사막이 되어버려도 고가의 조종기는 그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정밀하고 고급진 나의 비행을 손끝에서 고스란히 전달해야 하거든요. 추락이나 멀리 날아가 사라지는 드론은 나중 일입니다.
조종기로 우리와 드론이 연결되어도 드론은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카메라가 있어야 하죠. 드론이 즐거운 이유는 드론이 보는 세상은 우리의 세상과 어떻게 다른지 궁금하기 때문입니다.
그럼 드론의 눈과 나의 눈을 연결해 주는 것은 무엇일까요?
세상은 3차원이지만 땅 위에 꼭 붙어 이동하는 우리에겐 그저 평면일 뿐입니다. 등산을 하거나 높은 건물에 올라서도 우리는 이어진 평면을 통해 높은 곳에 오를 뿐 정말 3차원을 느끼기는 어렵죠. 그래서 비행기나 놀이 기구는 항상 즐거운지도 모릅니다. 드론은 우리는 느끼지 못하는 3차원으로 쉽게 도약합니다. 3차원을 바라보는 드론의 세상은 어떤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죠. 드론의 눈과 우리의 눈을 바로 연결할 수 있다면 드론처럼 나는 경험을 얻을 수 있습니다.
레저를 위한 촬영 드론도 조종기에 딸려있는 모니터나 스마트폰 화면을 통해서 드론의 세상을 봅니다. 거기 저장된 영상은 비행을 마친 후에 크고 선명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비행과 동시에 즐기는 풍경과 비행 후에 즐기는 풍경의 즐거움은 서로 다르죠.
FPV 고글이나 DJI 고글은 모니터를 눈앞에서 크게 보여주는 것일 뿐 사실 전용 모니터나 스마트 폰을 영상을 보는 것과 기술적으로 다르지 않습니다. 영상 모니터링 기술은 가상현실을 넘어 증강현실까지 질주하고 있는데 드론의 눈과 나의 눈을 연결하는 고리는 아직 화면을 보는 것에서 바뀌지 않았습니다.
Epson BT-300은 모베리오를 기반으로 동작하는 HMD(Head Mount Display)입니다. 일반 스마트폰과 같지만 터치스크린을 떼어 눈앞에 투영할 수 있는 점이 다릅니다.
BT-300의 모니터는 투명한 안경 위에 영상이 투영되기 때문에 주변 사물과 영상이 겹쳐보입니다. 나무를 바라본다면 영상은 나무만하죠.
500만 화소의 카메라와 모션센서에서 GPS까지 다양한 정보를 다루는 BT-300은 다양한 현장에서 사용됩니다. 영상와 주변을 동시에 봐야 하는 상황에 진가가 발휘되기 때문입니다. 실제와 가상을 동시에 볼 수 있으니까요. 안경에 달린 카메라로 현장을 연결하거나 필요한 자료를 함께 봐야 하는 산업현장에 유용하죠. 스마트폰을 화면과 현장을 번갈아 볼 필요가 없습니다. 자라목을 예방하는 건 덤이죠. 하지만 이런 기기를 일하는데 사용한다면
집에서 사용하는 컴퓨터는 재미있어도 회사에서 사용하는 컴퓨터는 지독하게 지루합니다. 첨단 장비는 그렇게 사용하면 안 됩니다. 그러니 우리는 BT-300으로 즐거운 일을 고민해야 합니다. BT-300으로 영화나 게임을 즐겨도 좋지만 화면과 주변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기능이 더할 때 정말 즐거운 건 드론이죠.
드론은 항상 눈으로 확인하는 거리까지 만 비행을 해야 합니다. 게다가 촬영을 위한 드론에 비행과 촬영 영상 두 가지 동시에 신경 쓰기는 수련이 필요합니다. 조종기에 연결된 화면을 봤다가 드론을 봤다가 바쁘거든요. 영상을 신경 쓰다 보면 드론이 어디 부딪칠 지 신경 쓰이고 하늘의 드론을 보고 조종하면 영상이 어떻게 녹화되는지 모릅니다. BT-300의 모니터는 안경 넘어 드론 위로 익숙한 DJI 조종 화면이 펼쳐집니다. 내 드론을 보면서 드론이 보는 세상을 동시에 봅니다.
그래서 BT-300은 드론의 눈을 경험하는 가장 진보된 기술입니다.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DJI가 자사의 드론을 조종하기 위해 개발한 DJI GO 앱은 어떤 스마트폰에도 동작하도록 만들었습니다. DJI GO는 작은 화면 안에 많은 비행 정보가 들어갑니다. BT-300으로 동작하는 DJI GO는 드론과 드론이 보는 세상을 동시에 볼 수 있지만 그렇다 보니 화면 가득 비행 정보가 요란합니다. 스마트 폰에 최적화된 조작도 BT-300에게는 어색합니다.
스마트폰으로 조작해도 드론을 조종하는 스틱에서 손을 떼고 스마트폰의 터치스크린을 조작해야 하지만 모든 화면이 눈앞에 펼쳐진 BT-300도 동일한 방법으로 조작한다면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DJI 드론과 연결되는 가장 이상적인 모니터링 장비임에는 틀림없으니 소소한 아쉬움이야 무시하기로 합니다. 그래도 즐거우니까요. 그러던 어느 날, 엡손에서 새로운 앱을 출시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pSAbdmS3YS8
Epson Drone Soar는 DJI 드론을 조종하기 위한 BT-300 전용 앱입니다. DJI 드론과 BT-300을 가지고 있다면 당장 설치해 봅시다.
앱을 동작하면 DJI에 로그인 화면이 등장합니다.
Epson Drone Soar는 지도를 따로 저장합니다. 지도 이용을 위해 승인 절차가 필요합니다.
승인이 완료되면 비행을 할지 지도를 내려 받을지 선택을 해야 합니다.
비행을 가서는 인터넷이 원활하지 않을 테니 비행할 장소 지도를 미리 받아 두는 게 좋습니다.
이제 드론을 선택합니다.
조작 방법은 드론 조종보다 간단합니다. 조종기의 C1과 C2버튼을 동시에 누르면 Epson Drone Soar가 할 수 있는 모든 기능이 펼쳐집니다.
버드 아이 뷰 (Birds Eye View)
화면에 드론이 보고 있는 세상이 펼쳐집니다. 이것만으로 Epson Drone Soar의 역할은 충분하지만 이정도야 DJI GO 앱과 다를 게 없습니다. 버드 아이 뷰의 강점은 C1 버튼에서 시작됩니다. C1 버튼을 누르고 머리를 움직여 보세요. BT-300에 센서와 연동되어 고개를 숙이면 짐벌이 아래를 향합니다.
이륙과 착륙 (Take Off / Land)
C1 버튼을 움직여 C2로 이 버튼을 선택하면 드론이 날아오릅니다. 다시 선택하면 착륙하죠. 착륙을 위해 드론에서 눈을 떼고 조종기를 확인하지 않아도 됩니다.
라인 뷰 (Line View)
비행을 위한 정보만 화면 밖에 남기고 오롯이 드론만 볼 수 있습니다. 그냥 맨눈으로 보는 것과 다를 게 없지만
지도 (Maps)
내가 어딜 비행하고 있는지 보여줍니다. 구름 위를 비행하는 조종석에 앉아 항해 지도를 펼쳐보는 기분입니다.
갤러리 (Gallery)
촬영한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비행 중에는 보지 말아야 겠죠. 갤러리는 과거를 담고 있지만 비행은 지금이니까요.
경고 지우기 (Clear Warning)
화면에 등장한 경고 창을 지웁니다. BT-300은 FPV 고글처럼 완전히 화면에만 의존해서 비행하지는 않지만 나의 고급진 비행에 경고창 따위가 방해하면 안 되죠.
설정 (Settings)
Epson Drone Soar의 설정뿐 아니라 드론의 배터리나 짐벌 등의 세팅도 가능합니다.
홈 (Home)
이 버튼을 선택하면 드론이 원래 자리로 돌아올 것 같지만 (Return Home) 그냥 첫 화면으로 돌아옵니다. 리턴홈 같은 비상 기능은 조종기 버튼을 사용합시다.
이제 드론 조종을 위해 스마트폰 화면에 정신없는 드론 정보를 신경쓰지 않아도 됩니다. 오롯이 비행만 즐기면 됩니다. BT-300은 Epson Drone Soar으로 다시 떠오릅니다.
BT-300은 드론만을 위한 모니터링 장비는 아닙니다. 모베리오 OS로 동작하는 멀티미디어 기기에 가깝습니다. 일반 스마트폰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BT-300도 할 수 있습니다.
BT-300에서 보는 DJI 드론은 스마트폰 화면을 반투명한 화면으로 크게 보는 점만 다를 뿐 드론을 위해 사용하기보다 큰 화면을 즐기는 멀티미디어에 더 유용했습니다. 드론에 사용해도 좋았지만 드론을 위한 장비로는 일반 스마트폰 앱의 한계를 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Epson Drone Soar는 BT-300을 확실하게 드론을 위한 장비로 가치 있게 만들어 줍니다. 스마트폰 화면이 아닌 드론과 모니터 화면을 함께 보는 BT-300에 최적화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조종기의 C1과 C2 버튼을 이용한 조작은 조종기에 연결한 것이 아닌 조종기와 일부로 느껴질 정도로 직관적입니다.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고개를 움직여 조작하는 짐벌은 반응이 느립니다. 짐벌 조작은 기존의 다이얼이 더 익숙합니다. 지원되는 DJI 드론도 충분하지 않습니다. 매빅 에어도 아직 리스트에 없고 최근 출시된 매빅 2도 아직입니다.
그래도 스마트폰 앱이 소프트웨어와 다른 점은 빠른 업데이트입니다. 새 드론도 조만간 리스트에 포함되겠죠. 남은 아쉬운 점도 개선을 기대해 봅니다.
영화에서 주인공은 나쁜 시력을 극복하기 위한 특훈을 합니다. 최신 헬기 ‘아파치’는 비행 정보를 읽는 독특한 디스플레이를 가지고 있었거든요.
비행같이 복잡한 일이라면 역시 저 정도 첨단 기술은 나와야지 감탄하던 어린 기억이 지금 BT-300에 되살아났습니다. Epson Drone Soar는 영화 ‘아파치’의 기술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진보했을테죠. 그런 기술로 드론을 조종하고 드론이 보는 세상을 보고 있는 지금이 세삼 낯설고 신기합니다. 하지만 어린 시절 꿈꾸던 미래가 손안에 있다니 내일의 미래를 계속해서 꿈꾸고 싶어집니다.
Epson Drone Soar의 리뷰는 엡손의 지원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도움 주신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