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장난감 공방
한참 전에 장난감 전시회에서 이 초대형 나무 베어브릭을 발견한 아내가 이야기했습니다.
"나 이거 가지고 싶어."
작은 곰돌이를 보고 있던 나에게 아내가 이야기를 계속합니다.
"작은 거 말고 큰 거."
이런 건 대체 어디서 파는 건지도 모르겠고 팔아도 엄청 비쌀듯해서 그냥 만들기로 결심했습니다. 항상 그렇듯이 말이죠.
그런데 저작권이 있는 디자인이라 도면조차 흔하지 않더라고요.
새로 그릴까 생각했지만 딱딱한 기계만 설계하다가 너무 오랜만에 곡면을 만들려니 도무지 손이 익지 않네요. thingiverse.com에서 비슷한 도면을 불러 하나하나 수정합니다. 이참에 Meshmixer도 공부해 볼 수도 있었고요.
관절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캐드 프로그램인 Tinkercad를 사용했습니다. 아이들이 사용할 수 있을 만큼 간단한 프로그램입니다.
이렇게 준비한 설계도로 만들기만 하면 됩니다. 3D 프린터 덕분에 설계도만 있으면 만드는 일은 무척 간편해졌어요.
요즘 푹 빠진 나무 필라멘트를 이용해서 출력합니다.
간편하다지만 3D 프린터의 시간은 여전히 느립니다. 느긋하게 차도 마시고 드라마도 보고 만화책도 읽으며 시간을 보내면
그럴듯한 곰돌이를 만날 수 있지요. 물론 출력에 필요한 서포트나 거친 면을 다듬는 더 큰일이 남았지만 말이죠.
한층씩 쌓아 만드는 원리 때문에 3D 프린터로 만든 물건은 표면을 다듬어야 합니다. 그래도 나무 필라멘트는 결을 적당히 남겨두어야 좀 더 나무 같아 보여서 적당히다듬기만 해도 되죠.
잠깐 조립해 봅니다. 느슨한 관절이 적당하네요.
가장 즐거운 건 스테인을 바를 때지요. 예쁜 나뭇결이 드러나는 걸 보면 마치 투박한 돌 속에 반짝이는 보석을 보는 기분이거든요.
색상이 적당한지 확인하고 칠합니다.
표면이 매끄럽지 않아 다 마르고 나니 다시 반광으로 돌아왔지만 저는 투박한 이 색감도 좋아합니다.
관절은 네오듐 자석을 사용합니다. 쉽게 떨어지지 않지만 매끄럽게 돌아갑니다.
대형 나무 베어브릭이 완성되었습니다. 5배나 큰 곰돌이입니다.
집을 새로 칠할 때 골랐던 색깔이라 인테리어와 잘 어울리지만 무광이 되려 더 튀어 보여서 우레탄 니스로 반짝임을 더하기로 했습니다. 우레탄 니스는 약간 노란색이 나기 때문에 더 따듯한 느낌을 살리기도 하고요.
길었던 대형 나무 곰돌이 인형 만들기를 지켜보던 아내가 이야기했습니다.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너무 작은데?"
"아.. 어? 그래?"
만들어지는 과정을 영상으로 확인하세요.
상상을 현실로 만드세요 : 3D 프린터(미래의 과학자와 공학자가 꼭 알아야 할)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43314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