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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tthew Min 민연기 Oct 31. 2020

이케아 명란마요 칼레스 뭐랑 먹으면 맛있을까?

아빠의 장난감 공방


이케아 좋아합니다. 싼 것처럼 보여 이것저것 주워 담다 보면 탕진하기 십상인데 그래도 새 제품이 들어왔다고 하면 꼭 구경 가는 곳이지요. 특히 원래 용도를 넘어 다른 용도를 발견하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물건을 만날 때마다 용도를 읽기 전에 나름의 용도를 상상하곤 합니다.

이번에 만난 새로운 물건은 가구가 아니라 ‘칼레스’라는 소스입니다. 투박한 금속 튜브 안에 든 훈제 대구 알이라는데 스웨덴식 명란마요라면 적당한 설명입니다. 스웨덴에서는 어린이 간식으로 인기 있다고 하는데 주로 삶은 달걀과 함께 먹는다고 합니다.


약간의 비린 맛과 함께 달걀의 고소함을 더해 줍니다. 맛있더라고요. 맛을 제대로 즐기려면 스웨덴 음식과 함께 먹어야 해서 아내에게 부탁.... 할 용기는 없지만 어떤 음식과 어울릴지 시험할 용기를 내보았습니다.


주변의 음식부터 시작해야겠습니다. 하지만 너무 진지하게 보지는 마세요. 입맛은 사람마다 다르고 내 입맛조차 아까 뭘 먹었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법이니까요.

삶은 달걀 : ★★★★☆


맛있습니다. 스웨덴이 아무리 먼 곳이라도 거기 달걀이 우리와 달라야 얼마나 다르겠어요. 원래 이렇게 먹는다니 이 맛을 기준으로 삼기로 했습니다. 이보다. 더 맛있게 어울리는 음식을 만날지도 모르니 일단 별점 4.



떡볶이 : ★★☆☆☆


떡볶이의 짠맛과 칼레스의 짠맛이 만나 무슨 짠맛인지 알 수 없게 됩니다. 마요네즈는 온데간데없고 비린 맛만 남깁니다.



떡볶이 어묵 : ★☆☆☆☆


양념이 같으니 떡볶이와 비슷하지만 비린 맛이 어묵의 비린 맛을 강화합니다. 다시는 이렇게 먹지 맙시다.



순대 : ★★★☆☆


맛있습니다. 짠맛과 젓갈의 감칠맛은 순대와 잘 어울립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새우젓에 찍어 먹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좋은 조합이지만 모처럼의 칼레스를 뻔한 맛에 낭비하지 맙시다.



닭 가슴살 : ★★★☆☆


특별한 맛이 없는 닭 가슴살은 칼레스의 맛을 느끼기 좋은 음식입니다. 그래서 그냥 칼레스만 짜먹는 것과 별로 다를 게 없네요. 칼레스는 맛있습니다.



달걀 프라이 : ★★★★★


맛있습니다. 삶은 달걀보다 더 맛있어요. 프라이팬에 두른 기름이 칼레스의 고소함을 더합니다. 스웨덴에서 칼레스를 삶은 달걀과 함께 먹는다면 달걀 프라이도 함께 먹지 않을까요?



오일 스파게티 : ★★☆☆☆


명란마요 스파게티도 있으니 당연히 맛있을 거라 기대했던 오일스파게티는 우리의 기대를 저버렸습니다. 짠맛의 기원이 스파게티인지 칼레스인지 알 길이 없고 사라진 고소한 맛 뒤로 비린 맛만 남습니다. 요리할 때 함께 넣었어야 했을까 후회해 봅니다.



미트볼 스파게티 : ★★★☆☆


차라리 미트볼 스파게티가 훨씬 맛있습니다. 고기의 묵직한 맛이 대구 알의 감칠맛과 잘 어울립니다. 소스가 강한 탓인지 비린 맛도 거의 느껴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덕분에 미트볼 스파게티가 더 맛있어졌는지는 모르겠어요. 미트볼 스파게티만 먹어도 맛있었거든요.



만두 : ★★★☆☆


동네에서 가장 유명한 집의 만두라는데 간이 강해서인지 칼레스의 맛이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마요네즈의 고소한 맛이 가만히 느껴집니다. 나쁘지 않은데 라며 간장에 다시 찍어 먹어보고는 계속 간장하고만 만두를 먹었습니다.



라면 : ★★☆☆☆


비려요. 해물라면이라면 어울렸을까요? 기본적인 라면과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끓일 때 함께 넣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젓갈로 라면 맛을 살리기도 하니까요. 어쨌든 그냥 발라먹는 건 비추입니다.



삼겹살 : ★★★☆☆


새우젓과 함께 먹는 음식이라면 모두 칼레스와 잘 어울리지 않을까요? 비린 맛이 싫게 느껴지지 않으니까요. 삼겹살의 느끼한 맛이 칼레스의 고소함과 더해져 더 느끼해지는 건 소소한 문제입니다.



사과 : ★☆☆☆☆


사과의 시원한 단맛과 짠맛 그리고 고소함. 끝에 따라오는 비린 맛까지 괴식입니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기묘한 맛입니다. 하지만 이 맛이 좋은 분들도 분명 있을 테니 추천드립니다.



군만두 : ★★★☆☆


군만두의 기름을 칼레스가 산뜻하게 감쌉니다. 바삭한 피의 식감이 칼레스의 감칠맛을 더욱 돋보이게 합니다. 하지만 남은 군만두는 간장과 함께 먹었습니다.



짜파구리 : ★★☆☆☆


짜파구리는 원래 짠맛이 강합니다. 보통 짠 음식에 짠 반찬은 그렇게 짜게 느껴지지 않는 법입니다. 라면에 김치가 그렇지요. 하지만 칼레스는 짜파게티의 짠맛에 너구리의 짠맛을 모아 자신의 짠맛으로 승화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짠맛은 비린 뒷맛과 함께 승화합니다. 역시 짜파구리는 한우와 함께 먹어야 하나 봅니다.



프라이드치킨 : ★★★☆☆


소금에 찍은 프라이드치킨보다 더 깊은 감칠맛이 납니다. 칼레스의 단점인 비린 맛도 크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프라이드치킨의 느끼한 맛을 잡기는커녕 더 강화해서 평소보다 적은 양의 치킨을 먹게 됩니다. 평소보다 적은 양을 먹어 가족의 애정이 상승하는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찐 감자 : ★★★☆☆


설탕에 찍어 먹는 사람도 있다지만 저는 소금파이기 때문에 나쁘지 않은 조합입니다. 고소한 맛이 의외로 감자와도 잘 어울립니다. 소금이 없다면 칼레스는 최고의 선택입니다. 그런데 감자 먹을 때 소금이 떨어지고 칼레스만 남는 경우는 스웨덴에서나 있을 법한 상황이겠지요.



스프링롤 : ★★★★★


여기쯤 칼레스를 발라먹었다면 이제는 미식 추구가 아닌 오기입니다. 이제 습관처럼 바른 칼레스는 뜻밖에 만난 스프링롤과 함께 최고의 맛을 선사합니다. 짠맛과 고소함 그리고 비린 맛까지 야채가 많은 스프링롤과 완벽한 조화를 이룹니다. 이제부터 베트남 쌀국수 가게에 갈 때는 칼레스를 허리에 차고 가기로 다짐합니다.



연어 회 : ★★☆☆☆


해산물은 해산물 소스와 잘 어울리는 법입니다. 어쩐지 스웨덴 사람들은 연어를 많이 먹을 것 같기도 하고요. 하지만 연어 회와 칼레스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연어 특유의 깔끔한 맛에 칼레스의 비린 맛을 더할 생각은 대체 누가 한 건가요!!! 아 저네요.



전복 버터구이 : ★★★★★


연어 회로 상처만 입었지만 이렇게 시험을 끝내서는 안됩니다. 명작은 한 번에 이루어지는 않습니다. 수많은 실패 중에 떠오른 단 하나의 작품입니다. 럭셔리함의 상징, 전복에 버터를 더한 이 음식은 칼레스와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립니다. 고소함과 단단하지만 부드러운 식감 그리고 전복 특유의 비린 맛까지 깔끔한 조화를 이룹니다. 전복에 무슨 짓이냐는 주변 만류에 마지막 남은 한 점에만 함께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사실에 슬퍼했습니다.



베이컨 : ★★☆☆☆


달걀 프라이가 잘 어울린다면 베이컨도 잘 어울리는 거야 당연하겠지요. 그러나 칼레스는 이런 깊지 않은 성찰에 단호하게 대답합니다. 날 함부로 먹지 말라고. 다시는 베이컨과 함게 먹지 않았습니다.



수육 : ★★★☆☆


달걀 프라이와 베이컨이 서로 달랐듯 삼겹살이 좋았다면 수육은 어떨까요? 예상하셨겠지만 새우젓과 함께 먹는 수육과 비슷합니다. 하지만 수육 특유의 기름맛을 칼레스가 충분히 잡아주지 못하는 점은 아쉽습니다. 수육 대신 수비드 조리법을 사용했더라면 어땠을까 가을 하늘처럼 깊은 사색에 잠겨봅니다.



두부 : ★★★★★


칼레스는 짠맛, 생선 알 젓갈의 감칠맛, 마요네즈의 고소한 맛 그리고 비린 맛이 납니다. 젓갈과 함께 먹어 맛있는 음식이라면 나쁘지 않은 맛을 냅니다. 그래서 두부는 정말 놀라운 맛을 선사합니다. 젓갈과 함께 먹어본 적이 없어서인지 두부 단백질 특유의 맛이 칼레스와 믿기 힘들 정도로 잘 어울립니다. 반감마저 들 때가 있던 비린 맛조차 거의 느껴지지 않습니다. 두부로 다이어트를 하고 계신 분이라면 강력 추천드립니다. 물론 칼레스 때문에 더해진 칼로리는 무시하셔야겠지요.





이렇게 닥치는 대로 시험하다가 칼레스는 결국 수명을 다하고 말았습니다. 행복한 실험이었지만 그다지 맛없는 음식에 낭비된 칼레스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 한편이 아련해 옵니다. 그러나 누군가 저의 칼레스 시식 여정을 읽는 분이 계시다면 조금 더 칼레스를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않을까요?



불행하게도 우리 가족들은 아닌 듯 하지만 말입니다. 칼레스 사러 이케아에 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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