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장난감 공방
‘아 정말 세상 편해졌다~!’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은 이런 간단한 에어브러시를 만났을 때라고 생각해요.
https://brunch.co.kr/@matthewmin/183
전에는 너무 비싸거나 너무 복잡해서 써볼 엄두도 나지 않던 도구를 간편하고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을 때면 무언가 더 즐거운 일이 생길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배터리로 동작하는 에어브러시를 몇 번 사용하고는 스프레이 부스가 필요한 거구나 깨닫기 전까지 말이지요.
스프레이 부스도 에어브러시만큼이나 저렴해졌지만 인터넷 최저가에 중국 무료 배송까지 검색해도 함부로 주문했다가는 등짝을 맞기 딱 좋겠더라고요.
사실 스프레이 부스의 원리는 에어브러시 보다 간단합니다. 공기 중에 도료 입자를 빨아들이는 팬과 밖으로 배출할 주름관 정도만 있으면 됩니다. 팬을 돌릴 스위치나 필터 등은 고민하기 나름이지요.
차라리 부스가 될 상자가 더 고민입니다. 부스도 마찬가지로 큰 게 좋은 거지만 그러자면 무겁고 보관하기도 힘들거든요. 그래서 접히는 구조를 가진 제품도 많지요. 저도 적당하지만 어디 내어놓아도 빠지지 않을 크고 어여쁜 상자를 찾아 고민에 고민을 쌓아 올리다가 아내에게
“어디 이만하고 이만한 상자 같은 거 없을까?”
라고 물었더니
“지난번에 이케아 갔다가 산 상자 있는데.”
라고 찾던 고민의 정답을 내려 주셨습니다.
종이로 만들어진 이 이케아 상자는 너무 크지도 그렇다고 너무 작지도 않은데 그 초록색이 자연주의를 지향하는 저의 삶의 궤적과 잘도 어울립니다.
나중에 써야지 하고 맘은 먹었지만 그게 언제인지는 기억도 나지 않는 팬을 가운데 딱 붙일 생각입니다.
구석에는 한국의 전기 사정에 맞게 220V 전원이 들어오고요.
회사에서 실험하다가 내다 버린 전자레인지용 필터를 주어다가 상자 안쪽에 넣었습니다.
이렇게 이케아 상자 스프레이 부스 만들기 프로젝트가 시작돼.... 기도 전에 거실은 엉망이 되었습니다. 아내는 어지르는 사람 정리하는 사람의 구별이라는 오랜 논쟁을 짧게 언급한 후, 어서 서둘러 작업실을 구해 나가 버리라고 다정히 조언합니다.
그냥 모터에 스위치만 연결해도 되지만 중간에 USB 충전기도 넣었습니다. 팬 하나 돌리자고 220V나 쓰기도 아쉽고 에어브러시 배터리는 울트라맨이나 에반게리온처럼 제한 시간도 있으니까요.
부품들을 적당히 배치하고
팬에서 나온 바람이 필터를 향하도록 길을 만들어 줍니다.
원래 들어 있던 상자 바닥은 팬 위치에 맞춰 구멍을 냅니다. 항상 하늘을 우러러 한 점 찔리는 데 없는 마음을 자랑하지만 깨끗한 원은 그리지 못했습니다.
이걸로 스프레이 부스가 제대로 완성되었는지는 아래 영상에서 확인하세요.
가벼운 색칠은 이걸로 충분하지만 필터가 너무 작은 게 아닌가 차라리 자동차 에어컨 필터를 사다 넣을까 고민하다가 스프레이 부스의 배기는 창밖에 있어야 한다는 시판용 고급 스프레이 부스의 모양이 떠올랐습니다.
이제 와서 여기에 배기관 같은 걸 붙이는 너무 멀리 왔으니 브래킷을 달아 주었습니다. 뚜껑까지 그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외모에 신경 쓴 이케아 스프레이 부스에 추함이 왕창 더해졌습니다.
그래도 이 브래킷 덕분에 창문을 조금 열고 창들에 걸어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언제든 치울 수 있는 스프레이 부스가 완성되었습니다. 에어브러시와 집게발 같은 도구는 여기 넣고 상자를 덮으면 됩니다. 물론
겨울의 아파트 베란다는 무지무지 춥고,
조금 열어둔 창문으로 나갔던 페인트가 도로 들어오면 어쩌나 하는 문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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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고민하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