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ddy's Toy Workshop
집안 일 잘 하지 않습니다. 게으릅니다. 청소하기 전에 청소할 일을 만들지 말자는 신념으로 살고 있지요. 그런데 창문만큼은 더럽히지 않아도 스스로 더러워집니다. 뭐 그렇다고 창문 청소를 하는 건 아니에요. 게으르니까요.
그리고 게으름과 필요 사이에 새로운 제품이 지름신과 함께 찾아오곤 합니다.
그래서 큰 맘먹고 질렀어요. 로봇 창문 청소기입니다. 로봇 창문 청소기를 처음 본 건 10년도 전에 일본 제품이었는데 지금의 바닥 로봇 청소기와 비슷한 모양이었습니다. 가격은 어마 무시했구요. 그래도 너무 궁금해 다음에 한번쯤 써보고 싶다 마음만 먹고 있었지요.
그런데 언제부터 중국에서 진공 빨판을 회전시키는 로봇이 등장했습니다. 원리가 간단한데다 출신이 중국이다 보니 금방 저렴한 제품이 나오겠구나 기다리고 있었지요. 창문이 더러워지는 일이라면 공기가 우리보다 나쁜 중국이 한 수 위 아니겠어요?
사용은 간단합니다. 이렇게 회전 걸레에 청소용 세제를 뿌리고 전원을 켠 다음 창문에 붙이면 됩니다.
그럼 회전판이 진공 청소기 처럼 바람을 빨아들이면서 창문에 딱 달라붙어요. 상당히 단단합니다. 억지로 때려고 해도 좀처럼 떨어지지 않아요. 예전에 LG에서 진공청소기로 건물을 등산하던 광고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 걸레가 회전하면서 한쪽으로 전진하고 다른 걸레가 회전하면서 전진합니다. 왔다 갔다 느리지만 꽤 여러번 회전하기 때문에 나름 깨끗하게 닦입니다.
물론 걸레 두장으로 창문 하나를 다 닦고 돌아다니니 창문의 먼지를 끌고 다니는 것 같지만 그래도 깨끗한 창문을 보는 건 무척 만족스럽습니다.
나름 설계도 꼼꼼합니다. 갑자기 전원 코드가 빠져도 한동안 달라붙어 있도록 배터리로 동작하고요. 그래도 혹시 떨어질까 안전 로프도 있어요. 가속도 센서가 달려있는지 아무렇게나 붙여도 일단 창문 구석까지 찾아 갑니다.
리모컨은 대체 왜 필요한 걸까 궁금했는데 이 로봇이 아주 이상한 곳에서 멈출 때가 있습니다. 그럼 리모컨으로 조종해 주면 됩니다. 뭐 특별히 더 깨끗한 곳이 필요하면 그쪽으로 조종해도 좋고요.
단점이라면 시끄러워요. 요란하게 진공청소기를 돌리는 정도 소음이 납니다. 직접 청소하는 것도 아니면서 그정도 시끄러운 걸로 잔소리하면 못쓰지만 그런 잔소리는 청소하지 않는 사람만 할 수 있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