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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tthew Min 민연기 Mar 07. 2022

내가 졌다! 인공지능

Daddy's Toy Workshop


인공지능은 흔한 단어입니다. 인공지능이 바둑왕이 된 이후 어느 지하실에서 태어난 괴물 보듯한 시선도 이제 많이 연해졌습니다. AI라는 말만 떠다닐 뿐 딱히 주변에 인공지능이라고는 스피커밖에 없습니다. 학습량이 쌓이면 똑똑해진다는 인공지능 스피커도 몇 년이 지나도 멍청하고요.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8895998


인공지능과 관련된 글을 쓰면서 어디 무서운 인공지능 없나 한참을 찾아다녔지만 스타크래프트 인공지능처럼 몇 가지 흥미진진한 시도만 있었을 뿐 인공지능이 사람보다 뛰어날 조짐은 전혀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지갑을 열어보고 싶은 상용 인공지능이 아주 없는 건 아닙니다. 오래된 사진을 복원해서 동영상을 만들어주는 서비스도 있었고 일본에서 야동의 모자이크를 지워준다는 프로그램을 풍문으로 들은 적도 있습니다. 그중에서 인공지능이 색을 칠해준다는 프로그램은 썩 쓸만했습니다.


https://petalica-paint.pixiv.dev/index_en.html


해상도는 아쉽지만 포토샵을 사용하면 귀찮은 색칠을 하지 않아도 되거든요.


https://m.blog.naver.com/smoke2000/221681478486


재미있는 것들이 심심하지 않게 등장했지만 아무리 인공지능이 발전해도 마무리는 직접 해야 합니다. 인공지능이 여러 귀찮은 작업을 줄여준 건 사실이지만 아름다움의 판단은 결국 우리 몫입니다. 그렇게 믿었지요.


그렇게 인간이기를 으스대다가 최근에 사용하기 시작한 사진 수정 프로그램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https://skylum.com/ko/luminar


사진을 몇 번의 클릭으로 보정해 줍니다. 비슷한 보정 기능은 스마트폰 카메라에도 있지만 어딘지 어색한 수정이 티가 나기 마련이지요. 이 프로그램이라고 뭐 크게 다르겠어 의심했지만 평가가 좋아서 시험해 보기로 했어요. 원본 사진을 두고 내 편집과 인공지능 편집을 비교하기로 말이지요.



도전은 DSLR로 찍은 이 사진으로 정했습니다. 저는 포토샵으로 수정하고, 인공지능 프로그램 루미나 4로 수정한 사진을 비교합니다.



오른쪽은 제가 수정한 사진, 왼쪽은 인공지능입니다. ‘아! 나도 색온도도 손보고 피부 톤과 눈도 좀 반짝반짝하게 수정할걸’ 하는 후회는 이미 늦었습니다. 주변 누구나 인공지능 사진을 선택했습니다.


패배를 인정하며 다른 사진도 넣어 보았습니다.



색감 조정은 그렇지만 하늘 합성은 사기 수준입니다. 하늘만 바꾼 것이 아니라 하늘색에 맞춰 전채 색감을 보정합니다. 물론 포토샵으로 충분히 가능한 작업이지만 이 정도 합성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제 솜씨로는요.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은 이미 다양한 기술이 적용되어서 인지 큰 차이가 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스치듯 지나면서 찍은 사진은 원하는 이미지를 만드는 데 훨씬 빠릅니다. 사진을 수정하는 시간이 아까워 찍는 순간에 공을 들이는 편인데 손쉬운 수정 결과에 조금 허탈하기도 합니다.



특히 피부 결을 수정같이 저는 엄두를 내지 못하는 ‘난이도 상’의 수정 작업을 몇 번의 클릭으로 끝냅니다. 졌습니다.


이 프로그램에 대한 전문 사진작가들의 평가도 비슷합니다. 전문가의 작업에 비하면 떨어지지만 아마추어의 작업보다 뛰어납니다. 완벽하지 않지만 작업 시간을 생각하면 훨씬 생산적입니다.


물론 이 프로그램도 인공지능이 추천하는 몇 가지 사진 결과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고 하늘을 바꿀지 얼굴에 어떤 수정을 해야 할지는 결국 우리 몫이지만 더 좋은 사진을 더 짧은 시간에 얻을 수 있게 된 것은 사실입니다. 추억을 더 아름답게 저장할 수 있어 기쁘기도 하고 그 기억이 인공지능의 필터를 거쳤다는 점에서 두렵기도 합니다.


단점은 더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대단히 무거워서 1070 비디오 카드를 사용하는 제 컴퓨터는 미친듯한 소리를 지릅니다.


인공지능의 결과물이 저보다 뛰어나지만 아직 인공지능이 우리 일을 완전히 대신하지는 못합니다. 위안은 남은 셈이지요.


하지만 이 프로그램을 써보고 나서는 그마저 함부로 단정 지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https://youtu.be/p9MAvRpT6Cg


http://gaugan.org/gaugan2/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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