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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졌다! 인공지능

Daddy's Toy Workshop

by Matthew Min 민연기


인공지능은 흔한 단어입니다. 인공지능이 바둑왕이 된 이후 어느 지하실에서 태어난 괴물 보듯한 시선도 이제 많이 연해졌습니다. AI라는 말만 떠다닐 뿐 딱히 주변에 인공지능이라고는 스피커밖에 없습니다. 학습량이 쌓이면 똑똑해진다는 인공지능 스피커도 몇 년이 지나도 멍청하고요.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8895998


인공지능과 관련된 글을 쓰면서 어디 무서운 인공지능 없나 한참을 찾아다녔지만 스타크래프트 인공지능처럼 몇 가지 흥미진진한 시도만 있었을 뿐 인공지능이 사람보다 뛰어날 조짐은 전혀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지갑을 열어보고 싶은 상용 인공지능이 아주 없는 건 아닙니다. 오래된 사진을 복원해서 동영상을 만들어주는 서비스도 있었고 일본에서 야동의 모자이크를 지워준다는 프로그램을 풍문으로 들은 적도 있습니다. 그중에서 인공지능이 색을 칠해준다는 프로그램은 썩 쓸만했습니다.


https://petalica-paint.pixiv.dev/index_en.html


해상도는 아쉽지만 포토샵을 사용하면 귀찮은 색칠을 하지 않아도 되거든요.


https://m.blog.naver.com/smoke2000/221681478486


재미있는 것들이 심심하지 않게 등장했지만 아무리 인공지능이 발전해도 마무리는 직접 해야 합니다. 인공지능이 여러 귀찮은 작업을 줄여준 건 사실이지만 아름다움의 판단은 결국 우리 몫입니다. 그렇게 믿었지요.


그렇게 인간이기를 으스대다가 최근에 사용하기 시작한 사진 수정 프로그램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https://skylum.com/ko/luminar


사진을 몇 번의 클릭으로 보정해 줍니다. 비슷한 보정 기능은 스마트폰 카메라에도 있지만 어딘지 어색한 수정이 티가 나기 마련이지요. 이 프로그램이라고 뭐 크게 다르겠어 의심했지만 평가가 좋아서 시험해 보기로 했어요. 원본 사진을 두고 내 편집과 인공지능 편집을 비교하기로 말이지요.


IMG_7040.JPG?type=w1


도전은 DSLR로 찍은 이 사진으로 정했습니다. 저는 포토샵으로 수정하고, 인공지능 프로그램 루미나 4로 수정한 사진을 비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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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은 제가 수정한 사진, 왼쪽은 인공지능입니다. ‘아! 나도 색온도도 손보고 피부 톤과 눈도 좀 반짝반짝하게 수정할걸’ 하는 후회는 이미 늦었습니다. 주변 누구나 인공지능 사진을 선택했습니다.


패배를 인정하며 다른 사진도 넣어 보았습니다.


IMG_6866.JPG?type=w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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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감 조정은 그렇지만 하늘 합성은 사기 수준입니다. 하늘만 바꾼 것이 아니라 하늘색에 맞춰 전채 색감을 보정합니다. 물론 포토샵으로 충분히 가능한 작업이지만 이 정도 합성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제 솜씨로는요.


IMG_5288.JPG?type=w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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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은 이미 다양한 기술이 적용되어서 인지 큰 차이가 나지는 않았습니다.


IMG_6891.JPG?type=w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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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스치듯 지나면서 찍은 사진은 원하는 이미지를 만드는 데 훨씬 빠릅니다. 사진을 수정하는 시간이 아까워 찍는 순간에 공을 들이는 편인데 손쉬운 수정 결과에 조금 허탈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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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피부 결을 수정같이 저는 엄두를 내지 못하는 ‘난이도 상’의 수정 작업을 몇 번의 클릭으로 끝냅니다. 졌습니다.


이 프로그램에 대한 전문 사진작가들의 평가도 비슷합니다. 전문가의 작업에 비하면 떨어지지만 아마추어의 작업보다 뛰어납니다. 완벽하지 않지만 작업 시간을 생각하면 훨씬 생산적입니다.


물론 이 프로그램도 인공지능이 추천하는 몇 가지 사진 결과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고 하늘을 바꿀지 얼굴에 어떤 수정을 해야 할지는 결국 우리 몫이지만 더 좋은 사진을 더 짧은 시간에 얻을 수 있게 된 것은 사실입니다. 추억을 더 아름답게 저장할 수 있어 기쁘기도 하고 그 기억이 인공지능의 필터를 거쳤다는 점에서 두렵기도 합니다.


단점은 더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대단히 무거워서 1070 비디오 카드를 사용하는 제 컴퓨터는 미친듯한 소리를 지릅니다.


인공지능의 결과물이 저보다 뛰어나지만 아직 인공지능이 우리 일을 완전히 대신하지는 못합니다. 위안은 남은 셈이지요.


하지만 이 프로그램을 써보고 나서는 그마저 함부로 단정 지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https://youtu.be/p9MAvRpT6Cg


http://gaugan.org/gaugan2/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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