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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크 만들기를 위해 커피를 마셔야 했던 이야기

Daddy's Toy Workshop

by Matthew Min 민연기

비록 이 탱크가 정말로 있는 탱크가 아니라 게임에 등장한 게 전부라고 하지만 내가 지금까지 몰아 본 탱크 중에는 아마 가장 긴 시간 운전했을 거예요.


https://brunch.co.kr/@matthewmin/231


그렇게 긴 시간 (비록 게임 조이스틱으로) 몰아 봤다면 내 탱크가 더 진짜 같아야 하는 건 당연한 욕심입니다. 그리고 진짜 같이 색을 더하는 방법을 있어 보이게 ‘웨더링(weathering)’이라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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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게임 속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뽀얀 탱크를 더럽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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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아끼던 모나미 볼펜처럼 오래 사용하면 사진처럼 자연스럽게 더럽혀지니 탱크를 손으로 만지작거리다 보면 웨더링이 될지도 모릅니다. 일단 볼펜을 꼼꼼히 살펴보면 코팅이 벗겨져 안쪽에 금속이 반짝반짝 드러나고 그 경계가 어둡습니다. 물론 중간중간 도장이 상하기도 하고요.


https://blog.naver.com/smoke2000/221429075863


아끼는 볼펜인데 칠이 벗겨지고 쇠약해지는 모습에 감정이입이 되어 탱크 만들기를 멈추고 한참을 슬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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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겨진 페인트를 표현하기 위해 검은색 마커 펜으로 점을 찍습니다. 치핑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그건 스펀지를 이용하거나 도장 전에 헤어스프레이를 미리 뿌리는 전문 기술이니 저는 그냥 점찍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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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벗겨진 안쪽이 보여야 하니까 크롬 마커를 종이에 떨어트리고 이쑤시개 끝에 살짝 바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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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칠한 검정 얼룩 안쪽에 칠합니다. 튀어나온 부분이나 마찰이 많을 것 같은 곳에 하면 좋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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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해 보여도 제법 그럴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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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왕 메탈 펜을 꺼 냈으니 드라이 브러싱을 할 차례입니다. 이름처럼 붓에 물감을 말린 다음 문지르는 기술인데 간단하지만 효과는 그럴듯합니다. 메탈 마커 펜에 잉크를 못쓰는 뻣뻣한 붓에 바르고 종이에 문질러 닦아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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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금속처럼 보여야 할 곳을 문지릅니다. 하지 않은 왼쪽과 오른쪽을 비교하면 차이가 납니다. 손가락에도 해보면 손가락도 금속처럼 보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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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 웨더링 마커로 기름이 흐른 표현을 합니다. 이런 펜이 있다니 쓸 때마다 신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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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진짜 자연스러워 보이려면 천으로 닦아주어야 합니다. 저는 한번 쓴 마스크를 사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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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더링 펜 세트를 사면 기름때도 있지만 이렇게 붉은 녹을 표현할 펜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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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녹도 만들 수 있지요.


그리고 커피를 마실 시간입니다.


https://brunch.co.kr/@matthewmin/225


슬슬 색칠하기가 싫증 나기 시작하기도 하고 다 큰 어른이 장난감 만들기에 골몰하는 것도 피곤해졌지만 그보다 에스프레소를 만들고 남은 커피 찌꺼기가 필요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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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내리고 남은 가루를 볕에 잘 말립니다. 그늘에 말리면 곰팡이도 만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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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검은색과 갈색 아크릴 물감을 섞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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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영 흙 같지 않아 노란색도 넣어 섞은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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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말린 커피 가루를 넣어 줍니다. 무언가 비밀스러운 걸 만드는 기분에 살짝 들뜨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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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짜 흙에 목공용 풀을 넣어 주면 무언가 더러운 걸 만들었다는 생각에 기분이 더 좋아집니다. 당연히 커피 냄새도 여전히 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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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무한궤도가 진흙 위를 지나가면 더러워질 만한 곳에 바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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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지저분하게 만드는 일은 묘한 즐거움을 줍니다.


https://youtu.be/ACeT1Xe4jSI


놀이터 흙으로 성을 쌓으며 즐거워했던 것처럼요. 옷을 더럽혀 엄마에게 혼나던 억울함은 우레탄 블록으로 된 요즘 놀이터에서는 찾을 수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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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커피가루를 말리면서부터 기분이 좋아졌나 봅니다. 다음 세대의 아이들도 비디오 게임에서 긴 시간 공을 들여야 하는 캐릭터를 즐기기는 마찬가지지만 손을 더럽히거나 그래서 손가락이 아픈 경험을 하지는 못하겠지요. 어떤 게 더 좋다고 함부로 평가할 수는 없겠지만


모형 만들기에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며 커피를 한 잔 더 내려 마셨습니다.




상상을 현실로 만드세요 : 3D 프린터 (미래의 과학자와 공학자가 꼭 알아야 할)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4331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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