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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tthew Min 민연기 Mar 16. 2022

탱크 만들기를 위해 커피를 마셔야 했던 이야기

Daddy's Toy Workshop

비록 이 탱크가 정말로 있는 탱크가 아니라 게임에 등장한 게 전부라고 하지만 내가 지금까지 몰아 본 탱크 중에는 아마 가장 긴 시간 운전했을 거예요.


https://brunch.co.kr/@matthewmin/231


그렇게 긴 시간 (비록 게임 조이스틱으로) 몰아 봤다면 내 탱크가 더 진짜 같아야 하는 건 당연한 욕심입니다. 그리고 진짜 같이 색을 더하는 방법을 있어 보이게 ‘웨더링(weathering)’이라고 해요.


이제 게임 속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뽀얀 탱크를 더럽히겠습니다.



물론 아끼던 모나미 볼펜처럼 오래 사용하면 사진처럼 자연스럽게 더럽혀지니 탱크를 손으로 만지작거리다 보면 웨더링이 될지도 모릅니다. 일단 볼펜을 꼼꼼히 살펴보면 코팅이 벗겨져 안쪽에 금속이 반짝반짝 드러나고 그 경계가 어둡습니다. 물론 중간중간 도장이 상하기도 하고요.


https://blog.naver.com/smoke2000/221429075863


아끼는 볼펜인데 칠이 벗겨지고 쇠약해지는 모습에 감정이입이 되어 탱크 만들기를 멈추고 한참을 슬퍼했습니다.



벗겨진 페인트를 표현하기 위해 검은색 마커 펜으로 점을 찍습니다. 치핑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그건 스펀지를 이용하거나 도장 전에 헤어스프레이를 미리 뿌리는 전문 기술이니 저는 그냥 점찍기입니다.



이제 벗겨진 안쪽이 보여야 하니까 크롬 마커를 종이에 떨어트리고 이쑤시개 끝에 살짝 바릅니다.



방금 칠한 검정 얼룩 안쪽에 칠합니다. 튀어나온 부분이나 마찰이 많을 것 같은 곳에 하면 좋겠지요.



간단해 보여도 제법 그럴듯합니다.



기왕 메탈 펜을 꺼 냈으니 드라이 브러싱을 할 차례입니다. 이름처럼 붓에 물감을 말린 다음 문지르는 기술인데 간단하지만 효과는 그럴듯합니다. 메탈 마커 펜에 잉크를 못쓰는 뻣뻣한 붓에 바르고 종이에 문질러 닦아냅니다.



그리고 금속처럼 보여야 할 곳을 문지릅니다. 하지 않은 왼쪽과 오른쪽을 비교하면 차이가 납니다. 손가락에도 해보면 손가락도 금속처럼 보이지요.



오일 웨더링 마커로 기름이 흐른 표현을 합니다. 이런 펜이 있다니 쓸 때마다 신기합니다.



그래도 진짜 자연스러워 보이려면 천으로 닦아주어야 합니다. 저는 한번 쓴 마스크를 사용합니다.



웨더링 펜 세트를 사면 기름때도 있지만 이렇게 붉은 녹을 표현할 펜도 있어요.



밝은 녹도 만들 수 있지요.


그리고 커피를 마실 시간입니다.


https://brunch.co.kr/@matthewmin/225


슬슬 색칠하기가 싫증 나기 시작하기도 하고 다 큰 어른이 장난감 만들기에 골몰하는 것도 피곤해졌지만 그보다 에스프레소를 만들고 남은 커피 찌꺼기가 필요했거든요.



커피를 내리고 남은 가루를 볕에 잘 말립니다. 그늘에 말리면 곰팡이도 만들 수 있습니다.



이제 검은색과 갈색 아크릴 물감을 섞고



그래도 영 흙 같지 않아 노란색도 넣어 섞은 다음



한참 말린 커피 가루를 넣어 줍니다. 무언가 비밀스러운 걸 만드는 기분에 살짝 들뜨기 시작하는데



이 가짜 흙에 목공용 풀을 넣어 주면 무언가 더러운 걸 만들었다는 생각에 기분이 더 좋아집니다. 당연히 커피 냄새도 여전히 진합니다.



이제 무한궤도가 진흙 위를 지나가면 더러워질 만한 곳에 바릅니다.



무언가 지저분하게 만드는 일은 묘한 즐거움을 줍니다.


https://youtu.be/ACeT1Xe4jSI


놀이터 흙으로 성을 쌓으며 즐거워했던 것처럼요. 옷을 더럽혀 엄마에게 혼나던 억울함은 우레탄 블록으로 된 요즘 놀이터에서는 찾을 수 없겠지요.



그래서 커피가루를 말리면서부터 기분이 좋아졌나 봅니다. 다음 세대의 아이들도 비디오 게임에서 긴 시간 공을 들여야 하는 캐릭터를 즐기기는 마찬가지지만 손을 더럽히거나 그래서 손가락이 아픈 경험을 하지는 못하겠지요. 어떤 게 더 좋다고 함부로 평가할 수는 없겠지만


모형 만들기에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며 커피를 한 잔 더 내려 마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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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4331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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