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ddy's Toy Workshop
색칠공부라는 얇은 책이 있었어요. 동내 문방구에서 팔았는데 주로 캐릭터 그림이나 공주가 색 없이 인쇄되어 있었지요. 선 안에 색을 채우면서 색칠을 공부합니다. 어떤 염료를 사용해도 좋았는데 저는 생각 없이 색을 메우는 걸 좋아했습니다. 요즘은 어른을 위한 본격적인 색칠공부 책도 많습니다.
https://brunch.co.kr/@matthewmin/229
지난번에 3D 프린터로 만든 메탈슬러그 탱크 모형은 어린 시절 색이 빠진 색칠공부를 생각나게 합니다.
제1장. 도화지 준비하기
색칠공부 책을 문방구나 서점에서 구입합니다. 거기에는 우리가 도전할 밑그림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는 주변에 문방구나 서점도 없고 더 근본적인 이유이기도 하지만 일부러 찾기도 귀찮아 3D 프린터로 입체 밑그림을 만들었습니다.
제2장. 바탕색 칠하기
그림 그리기 입문자에게 바탕색은 그림을 빨리 완성하기 위한 권리입니다. 일단 하늘색으로 몽땅 칠하면 시간이 다 되어 선생님이 그림을 걷어가더라도 그리다 만 것 같은 느낌은 덜하지요.
물론 바탕색은 하얀색이야!라며 아무것도 안 칠해도 되지만 저는 어른이기 때문에 회색으로 칠합니다. 철물점에서 산 회색 락카 스프레이입니다. 워낙 용량이 커 수 년째 야금야금 사용하고 있습니다.
제3장. 기본색 칠하기
이제 원하는 색을 칠해 봅시다. 저는 지난번에 영겁의 배송을 기다려 구입한 배터리 에어브러시를 사용하기 했습니다. 그게 붓보다 빠르거든요.
https://brunch.co.kr/@matthewmin/183
큰 아들이 유치원에서 쓰던 아크릴 물감을 창문 닦는 윈덱스로 희석합니다. 아크릴 전용 신너나 알코올도 좋고 그냥 물로 해도 된다고 합니다. 유리 세정제도 좋다고 해서 적당한 농도가 될 때까지 섞어줍니다. 세정제 색 때문에 처음에는 파란 기운이 도는 것 같지만 잘 섞고 나면 물감에 잘 보이지 않습니다.
파란 물감에 흰색을 넣어 밝은 곳을 칠해줍니다. 어른이니까 이 정도는 해주어도 됩니다. 물론 무한궤도와 고무신은 검정이죠.
이제 오리지널 디자인에 있던 노란색을 칠해줄 차례입니다. 지금은 마커 펜도 다양한 색이 많아 이렇게 작은 부분에 사용하기에는 붓보다 편리합니다.
선명한 색이 필요한 부분은 하얀색을 미리 칠하면 좋습니다. 하늘 그린다고 파란색으로 왕창 칠한 다음 햇님 그리면 햇님이 우중충해지죠.
작은 붓은 있지도 않고 나중에 빨기도 귀찮기 때문에 마커를 종이에 눌러 물감을 조금 떨어트리고 이쑤시개를 찍어 칠합니다. 더 가늘게 칠하고 싶으면 칼로 날카롭게 깎아도 좋고 이쑤시개가 맘에 들지 않으면 그냥 버려도 됩니다. 습관처럼 이만 쑤시지 않으면 됩니다.
제4장. 선 그리기
색칠공부는 선이 처음부터 인쇄되어 있어요. 안쪽에 색을 넣으면 되지요. 하지만 호기롭게 입체 모형을 선택하면 이 선은 나중에 넣어야 합니다.
검은 물감을 희석해서 모서리를 따라 흐르게 만드는 게 원칙이지만 가는 팬으로 칠해도 됩니다. 3D 프린터로 만든 물건은 층마다 모서리가 생겨서 팬을 사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처음에 평평하게 면을 갈아주어야 하지만 그건 엄청 힘들고 귀찮은 일인데다가 색칠공부라는 원래 목적을 넘어서는 수고입니다.
저는 모델 전용 먹선팬을 사용했지만 드라마 [그 해 우리는]의 최웅군이 그림 그릴 때 쓰던 로트링 펜을 쓰면 더 분위기가 나겠지요.
제5장. 스티커로 예쁘게 꾸미기
스티커는 꾸미기의 시작과 끝입니다. 아무리 엉성한 색칠도 스티커로 가릴 수 있고 색상에 대한 안목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검증된 색으로 구성된 스티커는 따분한 시선에 다시 한번 힘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옛날에 장난감 만들다 남은 스티커는 이런 순간을 위해 아껴야 합니다.
조심스럽게 스티커를 붙이고 새 이쑤시개로 조심스럽게 문지릅니다.
스티커 중에는 물에 녹여 붙이는 데칼도 있는데 무척 얇기 때문에 붙이기가 까다롭지만 훨씬 그럴듯해 보이지요.
그냥 물에 불려 붙여도 좋지만 데칼을 녹이는 액체를 붙일 곳에 미리 발라두면 더 잘 붙습니다.
그러니 붙인 다음에 이 액체를 한 번 더 발라주면 더 좋아요. 이렇게 사용할 스티커가 모두 소진되기 전에 새 장난감을 사면 됩니다.
제6장. 명암을 더하기
이제부터는 성인의 색칠공부입니다. 선 안쪽에 한 가지 색으로만 색칠한다면 그저 평면일 뿐입니다. 3차원 세계를 2차원 종이 위에 올리는 색칠 공부라도 원래는 3차원이었다는 사실을 평면에 남길 의무가 있습니다. 그게 명암이죠.
이 탱크는 처음부터 3차원이었으니 명암을 넣을 필요가 없지 않을까 물으신다면 맞습니다. 저도 검은색 파스텔로 어둡게 색을 칠해놓고서 이걸 왜 하고 있지 잠시 현타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제7장. 마무으리
파스텔을 사용했으니 잘 붙어 있으라고 정착액을 뿌려 주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안 그래도 왜 시작했을까 고민스러운 파스텔이 풀풀 날려 만질 때마다 손에 묻을지 모릅니다.
정착액이라 봐야 철물점에서 함께 산 무광 투명 스프레이지만 뿌려두면 왠지 마무리한 것 같아 뿌듯해지지요. 뭐 파스텔로 명암을 넣지 않았다면 하지 않아도 될 일이지만 모든 일에는 마무리가 필요한 법입니다.
이렇게 메탈슬러그 탱크로 배워보는 색칠공부가 끝났습니다.
이제 처음 디자인과 비교해 보면 ....
전혀 다른 색이 되었습니다. 대체 왜 파란색을 칠하게 된 건지 다시 한번 현타의 시간을 갖다가 찾았습니다.
이게 오리지널 이미지입니다. 파란색 맞습니다. 배기구가 갈색이라고요?
색칠 공부는 원래 하고 싶은 데로 칠하는 거예요.
상상을 현실로 만드세요 : 3D 프린터 (미래의 과학자와 공학자가 꼭 알아야 할)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43314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