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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tthew Min 민연기 Jan 19. 2023

자동으로 점찍는 펜이 고장 났습니다.

MAtt's Toy Workshop

저는 도구를 좋아합니다. 새로운 도구는 쓸 때마다 도구가 가진 신기한 능력이 마치 내 능력인 것 같은 행복한 착각을 부릅니다. 그래서 쓰지도 않을 도구를 자꾸 사고는 아내에게 등짝을 맞는 날들이 계속됩니다.


그런 도구 중에 점찍는 펜이 있습니다.



펜에 빨간 버튼을 누르면 팬 촉이 빠르게 들어갔다 나왔다 하면서 점을 찍어 줍니다. 점으로 명암을 표현하려면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 그런 식으로는 절대 그림을 그리지 않았어요. 하지만 이 펜이라면 아주 손쉽게 점으로 된 명암을 넣을 수 있어요.


https://m.blog.naver.com/smoke2000/221584371283


그래서 무척 아끼는 펜입니다. 너무 아껴서 거의 꺼낸 적이 없다는 단점은 아끼는 마음에 가려졌지요.


오랜만에 꺼낸 팬은 전혀 동작하지 않았습니다. USB로 충전해서 사용하는 펜이니 배터리가 방전되었으리라 짐작이 되었지만 어쩐지 배터리가 죽어버린 게 아닐까 불길한 예감도 들었습니다. 리튬이온배터리는 오랜 시간 사용하지 않아 일정 전압 이하로 떨어지면 캑 하고 죽어버리거든요.



다행인지 USB를 끼우니 LED 불이 들어옵니다. 회로는 망가지지 않은 것 같아요. 하지만 충전이 되지는 않네요.



보기에도 배터리가 빵빵하게 배가 부른 것 같습니다. 그동안 드론으로 혹독하게 사용하다가 배가 불러 죽어버린 불쌍한 배터리들이 떠올랐습니다.



다행히 캡을 당기면 쉽게 분리되는 구조입니다. 이런 제품은 배터리 교환까지 고민을 안 하고 설계하기 때문에 안쪽을 열지 못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거든요.



역시 배터리는 충전 상태로 돌아가지 못하고 발생한 가스에 풍선이 되어 버렸습니다. 교환할 배터리를 찾아보기로 했어요. 적당히 작은 배터리를 무척 많이 가지고 있거든요.




지금까지 내 손에 죽어간 드론이 하나 둘이 아니니까요. 펜에 커넥터를 달아서 미니 드론에 사용하는 배터리를 끼울 수 있게 개조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커넥터를 찾다가 더 좋은 걸 발견했어요



드론에 붙이는 발신기인데요. 수신기 앞을 지나면 타이머가 동작하고 다시 지나면 타이머가 정지하는 그런 제품입니다. 레이싱을 연습할 때 랩타임을 측정하는 물건인데 잘 동작하지 않을 때가 많아 또 이상한 물건을 샀구나 서랍에 봉인했던 물건이었지요.



원래 들어 있던 배터리보다 아주 조금 작습니다. 두께도 비슷하고요. 원래 죽어버린 배터리를 제거하고



발신기 배터리를 이식합니다. 이 수술 내가 집도한다!!!



봉합도 내가 집도한다!!!


https://youtu.be/XSLu-Xo5JuI


잘 동작합니다. 배터리 용량이 충분한지 가벼운 그림을 그려보았습니다.



다행히 수술은 성공입니다. 펜촉은 단순히 상하로 움직여서 점을 찍는 순간 움직이면 늘어진 짧은 줄을 만들기도 하는데 그것도 나름 질감을 표현하기 좋은 거 같아요.


이렇게 죽어가는 도구를 다시 살렸습니다. 다행히 적당한 배터리를 찾아서 쉽게 고쳤지만 아낀다고 쓰지 않던 게으름에 대해 반성해 봅니다. 그림을 더 많이 그려보고 싶어요. 그럼 정말 그림을 잘 그릴 수 있지 않을까요?


인공지능보다 잘 그릴 자신은 그래도 없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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